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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시내버스로 원포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마을길을 가로질러 봉화산 등산로 입구에 도달하여 고도 250미터 정도까지 오르막 등산로를 걸으면 이후로는 봉화산 임도를 무난하게 걸어 탁 트인 전망을 만날 수 있는 장수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닿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 하늘도 구름이 가득하지만 비가 후드득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여수 시내에서 하룻밤 묵은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57코스 시작점인 원포마을로 이동한다.

 

여수 여행을 하면서 여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주 좋은 옵션이다. 원포마을 정류장에 버스를 내리니 보슬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맞을만하다. 농부들은 밭에 널어놓은 쪽파가 비를 맞아도 괜찮은 모양이다. 프로, 지역 전문가가 하는 일에 아마추어가 의문을 품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곧 깨달으며 우리가 갈 봉화산을 향해서 길을 잡는다.

 

 

원포마을 마을길을 가로질러 봉화산 방면으로 향한다.

 

원포마을은 위성사진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재배, 즉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하여 고소득을 올리는 마을로 봉화산, 간도산, 하시루봉등 여러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다.

 

4월 중순 여수의 보리는 이삭을 내고 청보리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넓은 평야에 심은 보리가 아니라 집에서 먹을 만큼 소규모로 심은 보리지만 4월 중순 이른 시기에 만나는 청보리의 아름다움은 무엇에 비할바가 아니다.

 

원포마을을 벗어난 남파랑길은 여수반도 남쪽 끝자락을 서쪽 이목리에서 동쪽 안포리까지 가로지르는 이목안포로 도로를 만나 잠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봉화산과 고봉산 걷기를 끝내고 내려오면 다시 이목안포로 도로를 만나서 도로를 따라서 걷게 된다.

 

이목안포로 도로를 걷다가 길 우측에서 만난 원포마을의 당산나무 두 그루, 수령이 4백여 년 된다고 한다. 나무를 보존하는 마을은 늘 부럽다. 

 

길은 골프장과 장등해수욕장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봉화산 입구로 향한다.

 

원포마을을 뒤로하고 봉화산 등산로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언덕에 만들어진 계단길을 보니 오르막이 아찔해지며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니 멀리 굴개마을의 해안선이 보이는 듯하다.

 

본격적인 봉화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경사가 급할수록 고도는 빨리 올라가므로 이 오르막이 금방 끝나기를 바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4월 중순 여수의 산은 푸릇푸릇 신록의 계절이다.

 

산분꽃나무과의 덜꿩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기 일보직전이다. 꽃망울이 터져서 꽃이 활짝 핀 모습도 예쁘겠으나 꽃망울만으로도 아름답다.

 

물푸레나무과의 쇠물푸레나무도 멋진 꽃을 피웠다. 4월의 꽃들로 인해 오르막 산행의 어려움을 잊는다.

 

숲 속에 어렵게 뿌리를 내린 어린 노간주나무 위로 산철쭉 꽃잎이 장식처럼 살포시 내려앉았다.

 

연분홍빛의 산철쭉 꽃의 자태가 마치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새 신부의 모습 같다.

 

봉화산 등산로는 잠시 바위 언덕을 지나간다. 남쪽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위에 붙을 정도로 낮게 줄기를 드리운 소나무 덕택에 소나무 꽃을 제대로 볼 기회가 생겼다. 노란 송홧가루가 날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은 수꽃, 암꽃처럼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있으나 현시점에서 소나무의 암꽃, 수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일이다.

 

남쪽으로 멀리 디오션 컨트리클럽 골프장과 그 뒤로 백야도로 넘어가는 백야교가 가물가물 거린다.

 

새잎들을 내고 있는 나무들 사이를 걸어가면서 나무들의 생명력을 느껴본다.

 

이것은 또 무엇인가? 도토리나무, 참나무라고도 부르는 상수리나무의 수꽃이 길게 늘어져 있다.

 

얼마간 고도를 높여온 남파랑길은 임도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이제 임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임도 옆에 존재감을 제대로 뽐내고 있는  삼색병꽃나무. 한국 고유종이라고 하니 더 정이 간다.

 

고도 3백 미터 정도의 임도를 걸으니 여수 북쪽의 전경은 온통 산이다. 간도산, 상시루봉, 이영산 등이 이어진다.

 

임도 중간에 봉화산 정상(372m)으로 가는 길이 있으나 길은 계속 임도를 걷는다.

 

울창한 숲이 해를 가리는 임도를 얼마간 걷다 보면 나무 터널의 끝이 나타난다. 저곳이 바로 여수 남쪽 끝자락의 확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수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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