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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도착한 남파랑길 57코스는 봉화산 임도를 통해서 고봉산 아랫 자락으로 내려가 여수반도 끝자락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는 이목안포로 도로와 합류하여 삼전 삼거리까지 도로와 함께 걷는다. 이후로 잠시 자매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삼전 마을에서 좌회전하여 마을길을 내려가다 구미제 저수지에 닿는다.

 

봉화산 나무 터널을 나오면 탁 트인 공간을 만나는데 바로 장수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걷기 하시는 분들이 아니어도 차량으로 올라올 수 있는 곳이라 전망을 보러 오신 분들이 있었다. 산 아래 장등 해수욕장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여수반도 최남단 해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시야가 깨끗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 전망도 훌륭했다. 서쪽으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거쳐 팔영대교를 거쳐 고흥으로 연결되는 해상 교통로를 살짝 엿볼 수도 있다. 여수와 고흥 사이에 섬 4개를 모두 다리로 연결했으니 중간 섬에 살던 분들은 상전벽해의 기분이 들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탁 트인 전망으로 확실한 기분 전환 시간을 가진 우리는 다시 봉화산 임도로 길을 이어간다.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므로 참 좋다.

 

길바닥에 가득한 꽃잎을 보고 고개를 드니 주인공은 겹벚꽃이었다. 화사하니 좋다.

 

임도의 역사가 있는지 봉화산 임도의 숲 터널은 훌륭한 산책로다

 

임도 중간에 좌측으로 빠져 고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으나 우리는 고봉산 정상으로는 가지 않는다. 정상에 가면 주차장도 있고 전망대도 있다.

 

겹벚꽃을 많이 심은 모양이다.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섬이지는 하지만 겹벚꽃도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완만한 내리막길 발걸음도 가볍다.

 

참나무의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참나무의 수꽃을 이렇게 천천히 들여다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는 하다. 단순 수량으로 따지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송홧가루가 약 70% 내외로 양이 많다. 그러나, 독성은 참나무 꽃가루가 강하다고 하니 사람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봉화산 임도도 그 끝을 보이고 있다.

 

봉화산 임도는 이목안포로 도로를 만나면서 끝이 나고 남파랑길은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목안포로 도로는 여수 남쪽 끝자락을 서쪽 이목리와 동쪽 안포리까지 가로지르는 길로 잘 닦여진 도로임에도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임도 건너면 쉼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고도 약 2백 미터 내외로 조성된 도로 아래쪽으로는 주위 산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하동리 산전마을이 보인다.

 

도로가 이렇게 고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곳을 오가는 자동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비 한 마리가 우리의 걸음을 막아서듯 한동안 우리를 앞장서 따라온다. 한국, 프랑스, 일본 합작 애니메이션 레이디버그에 나오는 악당이 검은 나비인데, 사람들을 악당으로 변화시키는 검은 나비가 우리와 대결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다.

 

가로수로 겹벚나무가 심어져 분홍빛 꽃잎이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고급스러운 겹벚꽃에 가슴이 설렌다.

 

겹벚꽃은 다른 벚나무와 보다 꽃이 늦게 피면서도 오래가기 때문에 하얀 벚꽃이 떠나간 것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충분한 위안이 될 것 같다. 이 가로수의 덩치가 훨씬 커지면 그만큼 이길도 환상적인 분위기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해본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 버찌가 길에 떨어져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을만한 특징이다.

 

생명의 계절답게 버드나무도 꽃을 피웠다. 겹벚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간이 지나면 솜털 속에 씨앗을 실어 바람에 날려 보낼 것이다. 

 

고봉산과 동성산 자락을 돌아온 이목안포로 도로는 이제 거의 끝에 온 모양이다. 산 아래로 도로의 시작점인 이목리 전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 끝자락에 이르니 도로는 급한 경사도로 동성산 자락을 휘감아 내려간다.

 

이목안포로 도로는 자매로를 만나면서 끝나고 남파랑길은 자매로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자매로라는 길이름은 길 끝에 있는 장수리의 자매마을에서 온 것인데 자매마을이라는 이름은 여자형제를 뜻하는 자매는 아니고 마을 뒷산에 자생하는 매실나무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 마을 뒷산이 우리가 휘감아 내려갔던 동성산 자락이다.

 

길은 두 도로가 만나는 산전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자매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얼마 전까지 하얀 벚꽃을 피우던 벚나무는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초록빛의 버찌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자매로 길 양쪽에 자리한 우람한 벚나무들을 보니 산전마을로 향하는 자매로는 벚꽃이 필 무렵이면 환상적인 벚꽃길이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쉽지만 지금은 하얀 벚꽃은 지고 그 자리에 초록빛 버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산전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좌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선다. 평탄한 지형은 아니지만 마을길 입구에서부터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이다. 

 

마을 정자 옆에는 모란이 귀족적인 모습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꽃이 탐스럽다 보니 모란과 작약을 자주 혼동하는데 풀에서 나면 작약, 나무에서 나면 모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란은 낙엽 관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씨앗으로도 꺾꽂이나 휘묻이등으로도 번식할 수 있다. 반면 작약은 다년생 초본 식물로 인삼처럼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씨앗으로도 번식이 가능하지만 뿌리를 분주하는 방법으로 번식한다고 한다. 

 

산전마을의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미제라는 저수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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