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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37코스는 고사리밭길이 주인공이라 과언이 아닌데 식포 마을에서 천포 마을로 가는 구간은 고사리밭길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높지 않은 구릉 지대에 펼쳐진 고사리밭을 지나서 해안길로 나가 천포 마을에 이른다.

 

식포 마을 벗어나며 마을 뒤편 언덕을 오르는데 옆지기가 배고프다고 타령을 부른다. 마땅히 쉴만한 벤치는 없고 풀밭에 엉덩이를 붙이고 이른 점심을 먹는다. 마을 주위로는 텃밭도 산도 모두 고사리밭이다. 그런데, 멀리 등산복 차림의 여행자가 우리가 온길이 아닌 도로 쪽에서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마을분은 아닌 것 같고  인근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걷기를 하시는 모양이다.라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분은 무안하게도 김밥을 입에 물고 있는 우리 앞을 지나가신다. 그냥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인사를 하며 멈추어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를 타고 함께 내려온 동료들은 다른 코스를 걷고 있는데 자신은 이곳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혼자서 걷고 있었는데 갈림길에 길을 잘못 들어 도로까지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중이란다. 그분을 먼저 보내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산악회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리로 다니면 시끌시끌할까? 아무튼 섞여서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우리는 잠시 기다렸다가 길을 이어간다.

 

식포 마을 뒤편의 산도 온통 고사리밭인데 경사가 급한 까닭에 지그재그로 조성된 농로를 따라서 정상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긴다.

 

넓게 펼쳐진 고사리밭 중간에 서있는 소나무들은 농민들에게는 고사리 수확량을 줄이는 애물단지일까? 아니면 다른 용도가 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사 급한 곳에서 고사리를 수확할 때는 소나무에 줄을 묶어서 안전줄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식포 마을에서 가파른 고사리밭 사이를 가로지러 올라오는 농로의 모습을 보니 백 미터가 조금 넘는 높지 않은 야산임에도 경사가 급하니 조금은 어려움을 느낀 장소다. 단체로 온 산악회 사람들 중에도 뒤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그들 앞에서 조용하게 길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정상부에서 바라본 여봉산 방면의 풍경. 고사리밭의 노란 색깔과 침엽수들의 푸른색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정상부에서 북쪽으로는 가인리의 고사리밭이 양 떼 목장의 초장처럼 펼쳐진다. 엄청난 장관 앞에 그저 탄성만 나올 뿐이다. 길은 가인리 끝자락을 향해서 북쪽으로 계속 이어간다.

 

가인리 끝자락을 향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의 좌측으로는 어제 우리가 걸었던 창선도의 당항 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보는 고사리밭은 완전한 민둥산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소나무가 있는 모습이 마치 골프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둥글둥글한 야산에 자리한 고사리밭의 모노레일도, 언덕 위의 작은 공원도, 멀리 보이는 삼천포 대교까지 한 폭의 그림이다. 그 누가 이런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안선 바로 위까지 조성된 고사리밭과 잔잔한 바다, 바다 건너편 창선도 풍경까지 일품이다. 언덕에 조성된 작은 공원은 주변 풍경과 어울리며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산책로는 해안선 도로까지 이어지지만 남파랑길은 길을 돌려 반대편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식포 마을 뒷산 정상부에서 전망 공원으로 가는 길 바로 아래쪽에 있는 길로 돌아가는데 산악회 그룹에서 뒤처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길이냐고 묻는다. 몸이 지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은 모양이다. 조금만 더 걸으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들이 집에 가려면 버스가 기다리는 목적지까지는 가야 하니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들을 지나쳐 한참 후에 뒤돌아 보니 그들은 더 걷지 않고 선두 그룹과 합류할 수 있는 곳에 멈추어 서서 사람들을 기다리며 수다 삼매경이다. ㅎㅎ

 

인상적이었던 가인리의 고사리밭을 뒤로하고 잠시 숲길을 걷는다.

 

숲길 직전에 길게 울타리가 쳐진 고사리밭에 도착하니 우리가 식포 마을 언덕에서 만났던 분이 다른 어르신 커플 두 분과 함께 점심 식사 중이었다. 길 한복판에 자리를 깔고 막걸리를 꺼내서 식사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배낭에 막걸리를 식사 대용으로 담아서 한잔 하면 얼마나 맛있을까? 입맛을 다시며 길을 지난다. 다만, 조금 있으면 한 무리의 산악회 사람들이 그들 앞을 지날 것을 생각하니 그분들의 식사 시간이 방해받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딱히 식사 자리가 마땅치 않은 남파랑길 걷기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지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하셨을 것이다.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 주었던 고사리밭길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고사리밭길을 끝에서 흥선로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한동안 도로변을 걷는다. 남해 바래길은 이처럼 도로변을 걸어야 하는 구간에서는 한 줄 서기로 길을 가라는 친절한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산악회 사람들은 과연 도로를 점령하듯 걷지 않고 안내판의 말을 잘 들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한동안 흥선로 도로변을 걸었던 남파랑길은 다시 마을길로 진입하여 가인리 마을 회관 방향으로 이동한다.

 

부지런히 우리를 쫓아온 산악회 사람들이 우리를 앞서서 가인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데 시끌시끌하니 괜히 내가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걸음걸음이 조심스럽다.

 

가인리 마을 앞에는 넓은 습지가 있어서 물이 바로 바다로 나가지 않도록 해 놓았다. 상류에 가인 소류지도 있다. 청정한 바다를 가꾸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가인리 마을에서 해안으로 나오면 우회전하여 해안길을 걷기 시작한다. 산악회 사람들은 점심을 먹는다고 마을 회관 앞에서 잠시 멈춘 상태라 다시 조용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가인리 마을 앞바다 건너편으로는 가인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도 있다. 한 지층에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동시에 발견된 곳이라고 한다.

 

해안길을 따라 가인리 포구를 지난다. 바다 건너편 어딘가에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가 있을 텐데 여기에서는 알 수 없다.

 

해안선을 따라 도로변을 걷는 길에서는 멀리 삼천포 화력도 보인다. 

 

천포 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해안 풍경은 분주한 포구가 없어서 그런지 아름다운 바위 해안과 조용한 해변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해변 방호벽 위에 올라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신발도 벗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바다 건너 삼천포의 풍경도 이곳을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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