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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밭길을 걸어왔던 남파랑길 37코스는 가인리 천포 마을을 지나 진동리로 넘어간다. 국사봉 자락의 임도를 걸으면서 또 다른 고사리밭도 만나고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삼천포 화력 발전소의 앞바다 풍경도 보고 적량 해비치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천포 입구 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우리는 천포 마을을 향해서 마을 안길로 우회전한다. 해안 길로 계속 가면 길은 펜션들로 이어진다.

 

아늑하게 자리한 천포 마을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천포 마을로 들어가지는 않고 천포 정류장을 지나쳐 연곡로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연곡로 도로 중간에서 임도로 진입하여 숲길을 걷기 시작한다. 국사봉 자락의 산책길이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고사리밭이 이어진다.

 

숲길로 들어서면 그늘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따뜻한 남쪽나라이지만 여전히 2월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숲 속 임도는 가파른 고사리밭 사이를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바다 쪽으로는 가인리 천포 마을의 방파제도 보이고 앞바다에는 사천시에 속하는 신수도 섬 뒤로 고성땅의 발전소들도 보인다. 고사리밭 위로 강렬한 오후의 태양을 만나는 독특한 풍경도 펼쳐진다.

 

가파른 고사리밭 아래 임도를 걷는 독특한 경험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완만한 임도를 걷던 남파랑길은 다시 오르막 숲길을 오른다.

 

오르막 숲길의 끝에서는 다시 고사리밭을 만난다. 어찌 보면 고사리밭에서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농민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농작물 채취 금지라는 표지를 자꾸 보니 조금은 마음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한창 고사리 순이 올라올 때면 자신의 밭 근처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본격적으로 봄이 오기 전에 이곳을 지나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남해 바래길 표식과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숲길을 걸어간다.

 

구불구불 돌아온 숲길은 한참을 걸었는데도 여전히 시야에는 천포 마을의 방파제가 잡힌다. 아직은 고사리가 빼곡하게 자리잡지 못한 민둥산을 보니 다른 고사리밭에서 농민들이 흘렸을 땀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씨가 자연적으로 퍼지면 참 편하겠지만 고사리 재배 지역에서는 대부분 종근을 캐서 심는 방식으로 번식시키기 때문에 사람이 저 산을 타면서 종근을 심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다. 심고 나서도 2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고 제초제 등으로 잡초도 제거하고 비료도 주어야 하니 보통일은 아니다. 너무 건조하면 말라죽는다고 물도 주어야 하니, 결코 만만한 농사는 아닌 듯하다.

 

멀리 신수도와 삼천포 화력 발전소가 보이는 전망을 보면서 길은 가인리에서 진동리로 넘어간다. 완만한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가끔씩 등뒤로 시끌시끌한 사람들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도 앞서 만났던 산악회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쫓아오듯 다가온다. 선두에서 오던 한 남성은 우리 앞에 서더니 한참을 쫓아왔는데 우리를 이제야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도망을 간 것도 아니고 그저 얼굴 한번 스치며 인사한 사이인데 참으로 희한한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에서는 네비 앱을 동작시키고 있는지 연신 뭐라 뭐라 중얼댄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군상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좋은 숲길마저 사람을 보면서 경쟁하듯 걷고 싶지 않다. 잠시 길을 잃더라도 기계에 매여서 걷고 싶지도 않다. 

 

우리 집 마당의 매화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인데 이곳의 매화는 꽃을 활짝 미웠다. 청초한 자태,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이곳이 바다 건너에서 삼천포 화력 발전소를 보는 마지막 위치가 될 것 같다. 발전소 앞 부두에서는 한창 짐을 내리고 있는 큰 배도 보이고 바다에는 선적을 대기하는 큰 배도 정박해 있었다. 유연탄 석탄 화력 발전소이니 아마도 호주나 캐나다에서 유연탄을 싣고 온 배가 아닐까 싶다.

 

적량 해안에 가까워지니 바다로는 엄청난 규모의 양식 부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량 인근 언덕으로도 해안 근처까지 고사리밭이 펼쳐져 있다. 

 

고사리밭 너머로 남파랑길 37코스의 종착지인 적량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적량 해비치 마을이라는 별칭처럼 아침 햇살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마을이다.

 

마을길로 접어드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돌 대신에 양식 부표로 사용했던 스티로폼을 사용해서 돌담을 쌓고 밭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다. 재활용했으니 잘했다고 해야 할지, 끝없는 스티로폼의 부식 속에 밭도 망가질 거라는 염려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을길로 해안으로 나오면 고사리밭길이 인상적이었던 남파랑길 37코스도 끝이 난다.

 

깔끔하게 정비된 적량 해비치 마을의 포구는 조용하다. 이 고요함을 깨는 것은 단체로 이곳을 방문한 산악회의 버스와 사람들뿐이다. 우리는 포구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산악회 사람들은 남파랑길 인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코스 인증이 나름의 성취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딱히 우리도 인증에 목메고 싶지는 않다.

 

산악회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38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므로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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