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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량 해비치 마을에서 남파랑길 37코스를 끝낸 우리는 바로 이어서 38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원래는 해안 도로를 걷다가 장포항에서 장고개를 거쳐서 남방봉 자락의 임도를 걷지만, 풍경을 감상하다가 임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놓치는 바람에 흥선로 도로를 계속 걸었다. 길은 부윤리 마을에서 합류한다.

 

마을 전체가 동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햇살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적량 해비치 마을에는 요트 계류장도 있었다. 포구 한쪽에서 요트를 뭍으로 끌어올려서 직접 정비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 있었는데, 자신 시간과 돈과 열정을 쏟는 방법도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나간다.

 

이제 적량 해비치 마을을 떠나 대곡 마을을 향해서 해안길로 남파랑길 38코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해가 지기 전에 38코스 종점인 창선교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힘을 내본다.

 

37코스를 걷는 동안 마음에 부담을 주었던 산악회 단체 여행객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떠났고 이제는 옆지기와 둘만의 호젓한 시간이 이어진다. 무지갯빛으로 칠해놓은 안전 차단벽이 세워진 구불구불 해안 도로를 따라 대곡 마을로 향한다.

 

대곡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이름은 큰 골짜기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13개의 작은 골짜기들이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지도만 보더라도 사거정골, 세미골, 절골등 특이한 이름이 붙은 여러 골짜기를 가진 마을이다.

 

인기척조차 보이지 않는 조용한 마을 해변을 지나면서 벽면에 그려진 재미있는 그림들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고사리밭에서 즐겁게 고사리를 꺾고 있는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이곳의 미래가 이렇게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모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대곡 마을에는 갯벌 체험장이 있어서 지금은 물이 들어와 있지만 물이 빠지면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갯벌 체험장에는 넓은 공간에 쉼터도 깔끔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마을 끝에 있는 집에 그려진 "푸핫핫핫하 그냥 웃자!" 하는 그림도 단순하지만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마을의 벽화들이 아티스트의 예술성이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정성과 마음이 느껴지는 소박한 그림들이었다.

 

대곡 마을 끝자락에 이르니 반대편으로 멀리 적량 마을도 보인다. 바다 한쪽 구석에는 해상 펜션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하나 있었는데, 저 정도면 한 식구가 계속 살 수 있는 해상 가옥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규모였다.

 

대곡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한 무리의 흑염소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아기 염소들의 울음소리와 재롱에 순간적으로 흠뻑 빠져 든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염소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우리도 염소를 키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지만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기에 이내 조용히 마음을 접는다.

 

남해에 고사리밭도 많지만 태양광 발전소도 자주 볼 수 있다. 상당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도 지난다.

 

언덕을 넘어서니 대규모 펜션 단지를 지나 장포 마을로 들어선다.

 

포구 공사가 한창인 장포항을 지나면 장포 마을 회관에서 우회전하여 골목길을 통해 길을 이어간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장포 마을 골목길을 오른다.

 

오르막 골목을 헤치며 오르면 산중턱부터는 주민들이 일구는 밭들이 펼쳐진다.

 

2월에 창선도에서 만나는 밭의 모습은 누런 고사리밭 아니면 푸른 마늘밭이다. 장포 마을과 장포항을 뒤로하고 계속 언덕을 오른다.

 

비탈을 일구고 돌을 쌓아 만든 산 중턱의 밭들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따라간다.

 

한동안 농로를 따라가던 길은 흥선로 도로를 다시 만나서 장고개로 향한다. 

 

장고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깝게는 구불구불 올라오는 흥성로 도로와 장포항이 보이고 멀리는 삼천포 화력 발전소도 보인다. 장고개를 지나면 서쪽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장고개를 넘어서면서 만나는 바다 풍경은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의 바다이고 바다 건너편은 우리가 내일 남파랑길 39코스로 걸어갈 길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임도로 진입했어야 했는데 그만 입구를 놓치고 말았다. 옹벽에 희미하지만 보현사라는 절이름도 적혀 있고 남파랑길 스티커도 붙어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돌아보면 바다 풍경을 감상하느라 놓쳤을 수도 있고, 도로 좌측으로 걸었던 까닭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화위복이라고 도로를 따라가는 길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넓은 도로 옆으로는 야자수가 있었고 화단도 깔끔하게 정비해 놓은 아름다운 길이었다. 곳곳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기에도 좋았고, 무엇보다 완만하고 평탄한 내리막길은 두 코스를 이어서 걷는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흥선로 도로에서 만난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의 바다 풍경은 정말 일품이었다.

 

해안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가는 흥선로 도로는 자동차도 많지 않고, 도로변의 갓길도 넓어서 도보로 이동하기에 위험하지 않았다. 도로 한쪽에 세워진 거대한 장포 마을 표지석. 마을 표지석 치고 이렇게 큰 표지석은 처음인 듯하다. 표지석 옆의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장포 마을에서 부윤리로 내려가는 흥선로는 중간중간에 쉼터와 전망대를 마련해 놓은 정말 아름다운 도로였다. 원래의 남파랑길이 걷는 임도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도로변을 걷는 이 경로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경로다.

 

도로 중간중간에 화단도 마련해 놓았는데 봄이면 노란 꽃을 피울 유채를 심은 모양이다. 어떤 관광객이 차에서 내려 유채를 따려고 했는지, 뒤에서 트랙터를 몰고 가시던 주민에게 한소리 듣고는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모습도 목격했다. 왜들 그러는지......

 

노란 유채 꽃은 아직 없지만 화단에서 자신을 뽐내는 꽃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 자생하는 두해살이풀 봄까치꽃이다. 별칭은 민망해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푸른색의 작은 봄까치꽃은 이름도 이쁘다.

 

광대들의 옷을 닮았다고 이름 붙은 광대나물꽃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우리의 들판에는 허리를 숙이면 보이는 아름다운 존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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