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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으로 진입한 남파랑길 9코스는 마산 자유 무역 지역 하단의 해변을 걸어 마산 회원구에서 마산 합포구로 넘어간다. 합포구에 들어서면 옛 철길을 따라가는 임항선 그린웨이를 걸어 마산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창원천과 남천이 합류하여 바다로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야간 걷기를 이어간다. 화려한 가로등이 함께하는 길이다. 길 건너로는 "마산 자유 무역 지역"이라는 표식이 캄캄한 중에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준다. 자유 무역 지역은 투자, 제조, 물류등에 있어 비관세, 임대료 감면, 법인세 감면 등의 예외적인 혜택을 법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을 말한다. 이전에는 수출 자유 지역이라고도 불렀다. 

 

이곳의 가로등은 도로와 인도를 동시에 비추고 있는 조금 특별한 가로등이었는데 밤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상단에는 풍력 발전기가 달린 "풍력 경관 조명 가로등"이다. 인도를 비추는 등은 LED 등으로 색상 변화를 줌으로써 캄캄한 길에서 환상적인 분위기도 만들고 가로등을 따라 걷다 보니 보다 안전한 보행길에도 도움이 되는 듯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쪽으로는 마산항 제3 부두가 있고 바다 건너편으로는 제4 부두가 있는데 이 캄캄한 밤중에도 배에 불을 켜놓고 무슨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4 부두는 컨테이너와 자동차 전용 부두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호기심 가득이다.

 

마산항 제3 부두를 앞에서 길을 건너서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길을 건너면서 입구에 자동차 조형물을 세워놓은 건물을 만났는데, 뭐 하는 곳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건물 이름과 플랑카드 내용으로 추측해 보면 중고차를 파는 곳 같은데 건물 외관을 보면 위쪽 지방에서 경험했던 중고차 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까지 만났던 중고차 시장은 넓은 공터에 차량들을 세워 놓고 판매하는 방식이었는데 이곳은 그런 곳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각 층마다 창 밖으로 자동차가 보이기도 한다. 이 회사 홈페이지를 보니 "경남 최대의 중고 자동차 백화점"이라고 말하던데 비슷한 건물이 봉암교 건너기 전의 신촌 광장 근처에도 있었다. 그곳도 "백화점식 자동차 매매단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차원의 중고차 매매 단지를 접한 기회였다.

 

마산 자유 무역 지역 관리원 앞을 지나니 높다란 주상 복합 건물이 마산합포구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수출 자유 지역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화려한 마산 시내의 모습이다. 자유 2교 다리 뒤로 마천루 아파트들의 불빛이 화려하다. 오늘은 마산 도서관 앞에 있는 무비 모텔에서 하룻밤 쉬어 간다. 외부도 그렇고 내부 인테리어도 한옥식으로 장식한 특이한 모텔이었다. 겨울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모기와 싸운 것은 흠이었다.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어제 걸었던 길에 이어서 합포 초등학교와 마산 용마 고등학교 앞을 지난다. 멋들어진 소나무 한그루와 충효라고 간결하게 적은 비석이 주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용마고 앞에서는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4·19 의거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의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다루기도 했었다. 방송에서는 김주열 열사의 얼굴을 관통한 최루탄을 공개하기도 했다. 17세 소년의 죽음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지만 개인적으로는 3.15 부정 선거와 그것을 감춘이들이 제대로 단죄받지 않고 그 영향력에 있던 이들이 여전히 세력을 가지고 현재를 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튼 4.19 혁명과 부마항쟁까지 마산이 민주화의 성지라는 점을 새롭게 마음에 새기게 된다.

 

김주열 열사가 다녔던 용마고는 2022년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 우뚝 솟은 나무의 단풍이 제대로 들었다. 교정의 나무가 학교의 역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길은 회원천을 건너는 합포교 다리를 지나 육호 광장 교차로로 나아간다.

 

상남 로터리라고도 부르는 육호 광장 교차로에 도착했다. 상남 로터리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원형 교차로가 있던 자리이다. 원형 교차로로 진입하는 길이 여섯 개라고 육호 광장이라 불렀다는 말이 있다. 원형 교차로가 없어지고 평면 교차로로 변경하면서 교차로에 말 조형물을 세워 놓았는데 왜일까? 질문을 하자마자, 마산이 말 마(馬)를 사용하고 있음에 스스로 실소가 터트린다. 길은 직선 방면의 북성로 사거리 방면으로 이동한다.

 

큰 교차로는 지하도를 통해서 길을 건넌다. 길을 건너서 길 반대편에 특이한 건축물이 하나 있었다. 상단은 등대 모양이고 중간에 시계가 붙어 있는 모습이다. 마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시계탑인가? 하는 추측을 했지만 건물의 정체는 완전히 의외였다. 현재의 용도는 "등대관"이라는 이름의 교회 교육관이다. 그렇지만, 원래의 정체는 목욕탕이었다. 폐업한 목욕탕을 교회가 인수했고 교회는 목욕탕 굴뚝을 부수지 않고 등대와 시계탑으로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와우!

 

교방천 한 귀퉁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3.15 의거, 4.19 기념탑이 있었다.

 

북성로 사거리는 북마산 가구 거리이기도 한 데 가던 길을 직진해서 길을 이어간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구 거리를 지나서 성호동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옛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임항선 그린웨이를 걷게 된다.

 

마산역에서 부두로 이어지던 임항선 철도를 완전히 걷어내지 않고 산책로로 조성한 곳이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다. 때마침 제10회 임항선 그린웨이 라디엔티어링이란 걷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500명이 한 번에 걸으니 많을 수밖에 없었다.

 

철로 옆에 있는 성호 초등학교 벽면에는 아이들의 그림이 타일로 만들어져 걸려 있었다. 이곳 벤치에서 사람들의 파도를 피하며 잠시 쉬어 간다. 아이들의 그림은 소재도 다양했고 아이들 다운 그림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꼬부랑 벽화 마을과 문신 미술관도 다녀올만하겠지만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놓은 길을 이어간다.

 

가다 보니 역무원 아저씨 동상 옆에 행사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안내판이 있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목표지를 찾으며 걷는 것을 라디엔티어링이라고 한다. 라디오(Radio)와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의 합성어이다. 오리엔티어링은 네이버 사전에서는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정해진 길을 걸어서 찾아가는 스포츠"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다. 

 

임항선 그린웨이 걷기는 걷기 행사 덕택에 남녀노소, 가족, 부부, 연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길이기도 했다.

 

가끔씩 만나는 옛 철길의 흔적은 이 길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3.15 대로를 건너는 육교에서 안내하고 있는 몽고정은 고려 당시 일본 원정에 나선 원나라 군사들에게 공급할 물을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몽고정 인근에 3.15 의거탑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고 몽고정과 회사를 연관시키고 있었다.

 

어느덧 산책로는 산책로 주변으로 건물들이 보이면서 끝이 난다.

 

검찰청 마산 지청에서 산책로는 잠시 멈추지만 마산항 해안대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도로 옆 산책로가 다시 시작된다. 사실 이 지점이 남파랑길 9코스의 종점이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따라 산책로를 계속 걷다 보니 그만 길가에 있는 남파랑길 10코스 안내판을 놓치고 말았다. 라디엔티어링을 하고 있는 이 분들과 우리의 갈길이 다른데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 꽁무니를 따라갔으니 안내판을 놓칠 만도 하다.

 

아무튼 왕복 8차선의 해안 대로 옆으로 이어진 산책길에도 철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양달 벤치에 앉아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정신없이 걸었던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벤치 앞에 있던 빨간 열매가 맺힌 키 작은 먼나무를 보니 여러 감정과 느낌이 섞인다.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키 작은 먼나무는 처음 보는 까닭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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