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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드림 로드 입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9코스는 창원시 진해구를 벗어나 창원시 성산구로 넘어간다. 처음에는 장복산길 도로를 따라서 도로변을 걷지만 마진 터널 앞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장복산 아래 자락의 등산로를 걸어서 양곡동으로 넘어간다.

 

넓은 임도로 구성된 진해 드림 로드를 걸었던 남파랑길 8코스와는 다르게 9코스는 남파랑길 홀로 길을 이어간다. 지자체가 마음먹고 만든 길이 아니다 보니 좁은 도로변과 산속 오솔길을 걷게 된다. 8코스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장복산길 도로 옆에는 철을 착각한 개나리가 노란 꽃을 피웠지만 초라하기 그지없다. 모든 나무가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계절에 노란 꽃을 피웠으나 새벽 서늘한 날씨에 그 꽃마저 시들시들해져 버렸다. 개나리 입장에서는 왜 잠자려고 했는데 왜 날이 따뜻해서 나를 깨운 거야?라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가을이나 봄이나 애매한 시절이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움츠리고 움츠릴수록 마음은 겨울이고 마음을 열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마음은 생명이 움트는 봄이 되는 법이니까! 비록 가다가 넘어지더라도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나리가 가을에 꽃을 피웠다고 나무가 죽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개나리야 너의 갈길을 가라! 멋있다. 파이팅이다!

 

한국 전쟁 직전 1949년에 개통된 마진터널은 지금이야 1985년에 개통한 장복터널과 1999년 개통한 안민터널이 있지만, 이름처럼 이전에는 마산과 진해를 연결하는 핵심 통로였다고 한다. 그런데, 1979년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태풍 주디가 이곳에도 피해를 주면서 터널 앞으로 낙석이 생겼고, 터널 앞에서 검문소 근무를 하던 군인들이 차단기를 내리고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생긴 산사태로 8명의 해군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순직비가 터널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지금도 터널 좌측은 진해 기지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높은 철조망으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길은 터널 우측의 오솔길로 이어진다.

 

오솔길을 통해서 장복산 자락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성산구로 넘어간다. 진해구의 마지막 구간일듯하다. 

 

깊은 계곡으로는 오래된, 진짜 오래된 데크 계단이 있어서 아주 조심조심 올라야 했다.

 

가파른 계곡은 빽빽하게 편백나무가 조림된 곳이었다. 이 가파른 곳에 편백을 심어 이렇게까지 키워 놓았으니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런데, 숲이 편백 나무만 있는 단조로운 편백 숲이 아니라 편백 나무 아래 차나무를 심어 놓았다. 숲에 은은한 꽃향기가 퍼져 절로 허리를 숙여 꽃향기를 맡게 된다. 눈과 코가 호강하는 편백 숲이다.

 

이 울창한 편백 숲 속에서 차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었다. 흐린 하늘이 가끔씩 가랑비를 뿌리고 있는 상황에서 찻잎에도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닌 통로에는 편백의 뿌리가 드러나서 울퉁불퉁 근육처럼 보이기도 한다. 뿌리 만으로도 편백의 생명력을 가늠하게 한다. 다만 편백은 그림처럼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지 않고 지표로 뻗는 천근성 나무이다. 대부분의 침엽수가 천근성인데 이곳은 뿌리를 깊이 내리는 심근성의 차나무를 사이사이에 심었으니 지혜로운 조림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경사도가 있는 숲이지만 편백과 차나무가 어우러진 정말 환상적인 숲이다. 그 누가 장복산에 산불이 있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조림학과 생물학에 문외한인 필자 입장에서는 훌륭한 조림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장복산 등산로와 만나는 능선에 올랐다. 우측으로는 장복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이고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이제부터는 창원시 성산구이다. 개인적으로는 권영길, 노회찬이라는 노동계 거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지역으로 기억이 남는 동네다.

 

파랑, 노랑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서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오솔길을 걸어간다.

 

좁은 오솔길이지만 적절한 지점마다 남파랑길 리본이 매어져 있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급한 경사면에 가늘게 이어진 오솔길을 보면 히말라야 트레킹 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곳은 그리 높지 않은 야산으로 산 아래로는 양곡으로 향하는 2번 국도도 눈에 들어온다.

 

가끔씩 만나는 편백숲길은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표지판에 어지러울 정도로 "숲 속 나들이길"이란 이름이 붙어있는데, "숲 속 나들이길"은 창원 둘레길중의 하나로 남파랑길 걷기에서는 표지판에 붙은 빨간 스티커와 파란 스티커만 참조하면 된다.

 

오솔길에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편백을 보니 인공적인 조림을 거치지 않은 이 숲에서 편백이 과연 살아남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바람이 이곳에 씨앗을 떨구어 주었는지 새가 물어다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명력 있는 숲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경로라 그런지 때로는 길이 무너진 곳도 있다.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인 산길을 언제 또 걸어보겠나! 하며 조심스럽게 길을 내려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산 아래로 양곡 IC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산을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이제는 경사도가 있는 편백 숲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편백숲을 벗어나면 바로 장복산로 도로를 만나고 도로변을 따라 2번 국도 방향으로 내려간다.

 

장복산로 도로를 내려오면 2번 국도 진해대로와 만난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의 신호등이므로 버튼을 눌러서 신호가 바뀌면 길을 건너서 본격적으로 양곡동 걷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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