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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임도를 걷는 산책길은 산을 내려와 가포로를 만나면서 끝이 나고 중간에 덕동 마을의 마을길 관통하지만 대부분은 가포로 도로를 걷는다. 인도가 넓지 않으므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청량산 임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좌측으로 마창 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창대교를 따라가면 터널 두 개를 지나 남파랑길 9코스에서 지나갔던 양곡 IC를 만나므로 우리는 마산만을 한 바퀴 돌아온 것이다.
이곳에서는 중년 또는 노년의 부부들이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잘 조성된 산책로, 그 위를 걷는 노년의 부부까지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마창 대교 우측으로는 가포동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고 다리 좌측 방면으로는 돝섬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돝은 돼지를 의미하고 섬이름은 돼지가 누워있는 모양이라고 붙인 이름이다. 가락국의 설화도 스며있는 공간이다. 1980년대에는 동물원이 운영되기도 했으나 태풍으로 망가지고 지금은 공원으로만 관리한다고 한다. 왕복 8천 원 하는 유람선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청량산 산책로 입구에서 2.9Km 지점에 있는 전망대를 잠시 들러 간다. 2층에 올라가면 막힘 없이 주변 전망을 볼 수 있다.
마산항 방면으로는 돝섬, 그 앞으로 자동차를 배에 싣고 있는 마산 가포 신항도 보인다. 인근에는 한국 GM의 창원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마창 대교와 함께 그 앞으로는 가포동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더 좋은 전망을 제공하는 위로 한참 올라가는 해양 전망대가 있지만 엄청난 계단의 모습에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조금 전에 전망으로 만났단 가포동으로는 내려가는 데크 계단길도 함께 만든 모양이었다.
낙엽이 조금씩 구르는 가을길을 이어간다. 우레탄 바닥길을 걷다가 바로 옆 우레탄이 깔리지 않은 아스팔트 길을 걸어 보면 길의 차이를 금방 느낀다. 모든 길이 우레탄 바닥일 수는 없으니 먼 길 걷기에서 신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된다.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대체로 오르막을 올라왔던 청량산 산책길은 이제 급격한 내리막으로 산을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청량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도 연결되어 있다.
산책하던 많은 분들은 급격한 내리막인 이곳까지는 오지 않고 대부분 청량산 등산로와 연결되는 언덕 위에서 길을 되돌리는 모양이었다. 이제는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옆지기와 조용히 길을 이어간다.
이제 가포로 도로와 만나는 임도 끝자락에 도착했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임도 끝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다. 방금 전까지 큰 배들이 정박해 있는 큰 항만이 있고, 공업 단지가 이어져 있으며 고층 아파트 숲이 있었던 마산 시내의 그림과는 완전히 딴판인 평화로운 전경이다. 마산 합포구 덕동이다. 가포동 아파트 단지가 채 1Km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저 앞바다로 자동차를 가득 실은 큰 배들이 오고 간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마산항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혜의 항구라는 것이 공감이 된다.
가포로 도로를 따라서 덕동 마을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한다. 변변한 인도는 없지만 길 양쪽으로 조성된 가로수길이 정말 아름답다. 하얀 벚꽃이 없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하얀 벚꽃이 한창인 봄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가포로는 마산 벚꽃 명소 중의 하나다.
청량산 임도를 내려와 만나는 작은 자연 부락이 하나 있는데 마을 이름이 "날개"이다. 버스 정류장에도 가포 날개라고 적어 놓았다. 가포 비포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이름과 관련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멸치 어장을 운영하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서 품을 팔아사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노인은 돈을 빌려주면서 빚을 갚지 않으면 원금의 2배로 갚겠다는 약속을 하게 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마을 사람이 돈을 갚으러 이 노인에게 왔는데 노인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때마침 마당 한 구석에 두꺼비가 있어서 이 사람은 두꺼비를 맞춘다고 돌을 던졌는데 그 돌이 노인의 이마에 맞아 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이마에 돌을 맞아 피를 흘리며 잠에서 깬 노인은 이런 상황이 자신이 마을 사람들에게 잘못한 행동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재산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 날개를 단 듯 집으로 돌아갔고 그래서 마을 이름이 날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곳의 가로수는 키가 우뚝 솟은 애기 동백이다. 겨울 내내 꽃을 뽐내기 위해서 꽃봉오리를 올망졸망 준비하고 있다.
유명 짬뽕집과 커피 전문점이 있어 차량으로 북적이는 곳도 지난다. 맛집 찾아다니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에 살짝 미소 지으며 걸어가는 길, 이곳 가로수는 아래는 애기 동백 위로는 벚나무가 있는 독특한 곳이다.
덕동 마을로 가는 길에는 "매립지 입구"라는 이름의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처음에는 바다를 매립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알고 보니 마산 덕동 생활 폐기물 매립장이었다. 산속에 있으니 아는 사람만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 북쪽으로는 청량산, 모산 자락이 우리와 나란히 길을 같이 한다.
가포로에서 좌측 길로 잠시 덕동 마을길을 거쳐서 이동한다.
마을길을 걷는데 할머니와 쌍둥이 걸음마 아기가 골목에서 놀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할머니가 양손에 아기들을 데리고 마실 다니시는 모습에서 방긋 웃으며 아기들과 안녕하려는데, 뒤쪽 멀리서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옆지기는 길 중간에 서서 아이들이 안전히 갈 수 있도록 기다리더니 자동차가 가까이 다가오자 급했던지 아이 한 명을 옮기려고 아이들 앞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다가오는 옆지기를 보고는 아이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자신을 안으라는 것이었다. 아이를 안고 할머니와 다른 아이를 한쪽으로 모신 다음에 자동차가 지난 다음에 아이를 내려놓는데 아이가 아쉽다는 듯이 칭얼 거린다. 할머니도 쌍둥이 아이들도 안쓰럽지만 갈길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발길을 돌려야 했다. 놀러 다니는 차들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쪽에는 쓰레기 매립장, 다른 한쪽에는 하수 처리장을 두게 된 덕동 마을은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되지만 역사 깊은 마을에 하수 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을 모두 두게 된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덕동 마을을 지나면 창원시 하수도 사업소를 만난다. 하수도 사업소 주위로는 넓은 녹지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사업소를 지나면서 수위 아저씨에게 화장실 좀 써도 되냐고 물으니 경비실 옆에 있는 화장실을 써도 좋다고 하셨다. 얼마나 고마우신지, 화장실 만나기 어려운 남파랑길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였다. 일도 보고 입구에 있는 정자에 앉아서 휴식 시간도 가졌으니 하수도 사업소는 우리에게 고마운 공간이었다.
창원시 하수도 사업소를 떠나며 사업소 주위에 울타리목으로 심은 대나무가 멋지다는 감탄을 하고 있는데 화단을 보니 대나무 뿌리가 도로 인근의 화단까지 뻗었다. 대나무의 생명력에 엄지를 올린 시간이었다.
하수도 사업소 앞에는 인도가 있었지만 사업소 구간이 끝나니 다시 인도가 없는 도보 위험을 통과한다.
덕동 시립 테니스장을 지나 덕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우산천을 건너 유산리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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