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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거쳐 화산면 가좌리로 들어온 길은 고천암 방조제를 횡단하여 고천암자연생태공원을 지난다. 방조제를 지나며 화산면을 지나 황산면 한자리로 들어간다. 한자리로 들어선 대규모의 태양광 단지를 지나서 산소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가좌리로 들어온 서해랑길 3코스는 조용한 마을을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한 가정집을 지나는데 처마에 걸린 메주가 동글동글한 공 모양이다. 많은 경우 사각틀에 맞추어 만들거나 전통장을 연구하는 분들은 두꺼운 원판 형태로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고, 필자의 경우에도 작은 냄비를 틀로 해서 원형으로 만들기는 하지만 동그란 공 모양으로 메주를 만드는 것은 처음 본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인근 황산면의 한안자 명인이 만들던 해남 동국장을 공모양의 메주로 만들었다.  인터뷰 사진을 보면 테니스공 크기로 작게 빚기도 하지만 사진의 메주처럼 조금 큰 공모양의 메주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동국장을 빚는 과정을 보면 콩을 삶을 때부터 메주 잘 뜨도록 하는 과정, 말리는 과정 모두가 정성이었다. 메주를 빚고 대충 매달아서 건조하는 필자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ㅠㅠ

 

하우스가 많았던 가좌리 마을길을 걷다가 갈림길에서 가좌리 마을 회관 반대편으로 죄회전하여 고천암 방조제 방향으로 이동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의 작은 고개를 지나면 고천암 방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화산면 율동리와 황산면 한자리를 이어주는 고천암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1988년이지만 인근 지역의 매립과 간척이 시작된 것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조제 안쪽으로 고천암호가 생겼는데, 고천암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월동지이다. 특히 가창오리 떼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고천후조(庫千候鳥)라 하여 해남 8경에 뽑고 있다. 방조제를 건너기 전에 있는 정자에 앉아 김밥으로 간식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지고 길을 이어간다. 고천암 방조제는 해남 방조제라고도 한다.

 

방조제 위로 걸을까 했지만 풀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그냥 방조제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길을 걷다 보면 고천암철새도래지라는 안내판도 지나고, 화산면에서 황산면으로 넘어가는 표지도 지난다.

 

방조제의 배수 갑문 앞에서 방조제 둑방길을 지나온 길과 합류하여 방조제 너머 고천암자연생태공원으로 향한다.

 

고천암호를 찾아온 철새들은 사람들의 작은 인기척에도 후드득 날아가 버린다. 처음 고천암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절이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천암(庫千巖)은 바위 이름으로 생태 공원 길건너에 있는 거대한 바위 산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천석 벼를 쌓은 창고 모양이라는 의미이다.

 

방조제 수문을 통해 바라보는 서쪽 풍경은 눈부신 황금빛 석양이 진도로 내려가는 중이다.

 

서해랑길은 도로를 건너 고천암자연생태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쾌적한 환경의 공원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시 쉬었다가 공원 북쪽으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 징의리 방향으로 이동한다. 물고기 모양의 화장실이 인상적이다. 공중 화장실이 호텔 수준이다.

 

산 아랫자락의 농로를 벗어나면 들길을 가로질러 해변으로 나간다.

 

물이 빠진 간조의 징의마을 앞바다는 넓은 갯벌을 드러냈다. 징의마을도 예전에는 징의도라는 섬이었던 곳으로 간척공사로 육지화되었지만 간척으로 공사로 인해 갯벌에서 나던 짱뚱어, 게, 꼬막과 같은 풍부한 수산물은 옛 자취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김양식도 대량 생산을 위한 부유식(부레식) 양식이 전통 방식인 지주식을 밀어내어, 지주식 김은 시장에서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통 방식인 지주식 김양식은 물때에 따라 물이 빠지면서 햇빛에 노출되어 무기산이나 유기산을 처리할 필요가 거의 없지만 생산량이 적고, 부유식은 물에 잠긴 상태로 양식을 하다 보니 산처리로 파래와 같은 이 물질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농로에서 나온 길은 77번 국도 고천암로 도로를 가로질러 해안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하루 동안 걸었던 거리만큼이나 시간이 늦어지며 마음에 약간의 조바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갯골을 화려하게 비추며 서산으로 내려가는 화려한 일몰을 감상하며 걷는 호사를 누린다.

 

해안 둑방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 온 세상이 석양빛에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갯벌을 황금색으로 물들인 눈부신 석양은 어느새 바다 건너 진도에 닿고 있다.

 

둑방길 안쪽으로 간척으로 생긴 담수호 너머로는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서 있다. 보통은 태양이 있는 낮에 발전을 해서 바로 전력 계통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태양광 연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있어서 낮에는 40% 정도를 보내고 저장해 둔 전기로 밤에 60% 정도를 보낸다고 한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재생에너지의 제약은 줄이고 효용성은 높일 수 있구나 하는 현장을 본다.

 

서산으로 지는 석양과 함께 길을 재촉한다.

 

해가 지고 있으니 서둘러야겠지만, 튼실하게 큰 배추밭 풍경에 빠져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해남 배추와 비교하면 우리 집 텃밭에서 키운 배추는 미니 배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러움이 가득이다. 남파랑길을 걸을 때 만난 해남 배추는 트랙터로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고, 모종을 심는 상태였는데 몇 개월 만에 이렇게 튼실한 배추를 키워냈다. 정말 전문가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배추밭은 출하를 앞두고 배추에 물을 주기 위해 설치했던 호스를 정리하고 있고, 어떤 밭은 출하할 배추를 선별하여 내보내고, 어떤 밭은 배추 출하 후에 남은 겉잎을 선별해서 담는 곳도 있었다.

 

산소마을로 향하는 길 주변으로 배추밭의 연속이다. 텃밭에서 키운 배추라면 겉잎도 닭 먹이로 주거나 우거지로 활용하겠지만 배추를 출하한 이후의 배추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특히 절임배추의 비중이 크다 보니 배추를 수확하는 시점부터 겉잎을 많이 잘라내는 모양이다.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은 그야말로 배추 바다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전국 배추 생산량의 20%가 넘는 물량을 해남 배추가 차지하고 있으니, 필자가 보기에 논이 아닌 곳은 태반이 배추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서해랑길 3코스는 산소마을을 가로지르는 안산길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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