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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2코스 절반과 3코스를 걸어온 우리는 4코스 일부(4Km)를 더 걷기로 한다. 오가는 버스가 많은 황산면사무소 인근의 남리까지 이동하여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는 해남 읍내로 가는 버스도 타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돌아오는 버스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수영, 화원, 목포로 가는 버스들이 대부분 남리를 거쳐서 간다. 산소마을을 가로질러 시작하는 서해랑길 4코스는 대단위 태양광단지와 논 사이의 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한자리를 떠나 호동리와 외입리를 차례로 지난다. 외입리 초월마을을 지나면 서해랑길 경로를 벗어나 국도를 가로질러 덕암삼거리에 있는 남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해남 읍내로 들어가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다시 남리로 돌아와 어제의 길을 이어 걷는다.

 

서해랑길 4코스는 산소마을을 가로지르는 안산길 도로를 가로질러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 5시가 지난 시각이다. 아마도 해가 진 다음에 여정을 끝낼 수 있을 듯하다.

 

산소마을도 예전에는 섬이었던 곳으로 당시에는 어업이 주로 했으나 간척공사 이후에는 사진처럼 배추 농사를 비롯한 농업도 병행한다고 한다. 친환경 김양식을 하는 마을이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산소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산소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좌측으로 대단위 태양광 단지를 두고 들길을 걸어간다. 전남 지역에서도 해남군이 단연 1위의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음이 실감 난다.

 

온 세상을 황금색으로 물들게 했던 석양도 물러가고 이제 들길은 어스름하다.

 

해남군뿐만 아니라 전국의 간척지들이 태양광 단지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 간척지 중에 염해로 농사로 어렵다고 판정받으면 태양광 설치가 더 용이한 모양이었다.

 

황혼 빛에 물든 하늘을 보면서 황혼의 나이에 들어선 나를 돌아본다. 캄캄한 어둠 직전의 빛이라는 조바심 나는 생각보다 힘도 근육도 민첩함도 떨어진 나이에 저 하늘처럼 아름다운 황혼 빛을 낼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들판 한가운데 있는 가로등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학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시 한 편을 읽고 싶은 순간이다. 이육사 시인의 황혼(黃昏)이다. 41세의 나이에 일제의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뜨거운 마음과 고뇌가 느껴지는 듯하다.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 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져 간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길은 호동배수장을 감싸고돌아 북쪽으로 이어진다. 황혼빛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갯벌은 표면을 광택 처리한 구조물처럼 보인다.

 

호동배수장을 지나면 산 아래 호동리 들길을 따라 초월마을을 향해서 이동한다.

 

태양광 패널은 대부분 넓은 간척지나 평야 지대에 고정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특이한 모양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아마도 계정별 또는 월별로 각도를 조절해 주는 가변식이거나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추적식인 모양이다. 고정식에 비해 발전량은 늘지만 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초월마을을 지나니 어느덧 황혼도 물러가고 어둠이 찾아왔다. 동네 개들의 멍멍 짖는 소리만이 요란한 마을길을 지난다.

 

초월마을을 지나면 서해랑길 경로를 벗어나 국도를 가로질러 덕암삼거리에 있는 남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해남 읍내로 나가 하룻밤 휴식 후 다시 돌아온다.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해남 터미널에서 화원, 목포 방향으로 가는 농어촌 버스 시간표를 메모해 둔다. 대부분 남리를 거쳐 간다. 주의할 것은 안내 방송이 없으므로 지도 앱을 켜 놓고 버스 남리정류장 인근에 오면 정차 버튼을 눌러 하차해야 한다. 

06:00 목포(남리, 우수영, 고당, 화원), 07:35 목포(남리, 우수영, 고당, 화원), 08:40 화원(남리, 우수영, 무고) 09:40 화원(남리, 우수영, 고당), 10:20 목포(남리, 우수영, 무고, 화원), 11:10 화원(남리, 우수영, 고당, 척북) 12:00 목포(남리, 우수영, 고당, 화원), 13:20 목포(남리, 우수영, 무고, 화원), 14:20 화원(남리, 우수영, 고당) 15:00 목포(남리, 우수영, 무고, 화원,), 15:50 화원(남리, 우수영, 무고), 16:20 목포(남리, 우수영, 고당, 화원) 17:40 *동절기 17:30 화원(남리, 우수영, 고당), 19:00 *동절기 18:40 화원(남리, 우수영, 무고), 20:00 *동절기 19:40 화원(남리, 우수영, 무고)

 

남리 정류장을 통해 어제 걷던 길로 돌아온 우리는 외입리와 연당리의 들길을 걷는다. 들판을 가로질러온 길은 외입마을을 거쳐 춘정마을에 이른다.

 

겨울배추들을 노끈으로 일일이 묶어 놓았다. 배추 묶기도 사람손이 가야 하므로 일손이 필수인 작업인데 통상 하나에 40원 정도이다. 철저하게 능력제로 묶는 만큼 돈을 받는다고 한다. 400개를 묶어도 받는 돈이 2만 원 내외이다. 땅을 갈고 비닐을 덮는 것은 기계로 할 수 있지만 심고 묶고 수확하는 것은 모든 사람 손이 가야 하는 고된 일이다. 여기에 유통 비용까지 생각하면 도시에서 배추를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길은 외입리의 들판을 걷는다. 날이 비가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 흐리다.

 

논 사이의 들판을 걸어온 길은 좌회전하여 외입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서해랑길 4코스 6.1Km 지점이다.

 

어제저녁에도 길을 걷다가 만났던 특이한 모양의 태양광 패널이 이곳 언덕에도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태양광 패널들이 모두 수평으로 누워있다. 저건 뭐지! 했지만, 태양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패널의 각도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추적식 태양광 발전에서는 당연한 모습이었다. 태양이 있으면 당연히 태양을 향해서 패널을 기울였겠지만 오늘처럼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 조도가 기준이상 낮은 날에는 패널을 수평으로 해서 안전도도 높이고 주위로 산란하는 태양빛도 발전에 사용한다고 한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길은 외립마을로 진입했다. 마을에 외립지라는 저수지가 저수지 한구석에 저수지를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잠시 비도 피할 겸 정자에서 휴식을 취한다. 비가 떨어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비가 줄어들기를 기다려본다. 호수에 떨어지는 비가 줄어들었는지 잔잔하길래 엉덩이를 들었더니 다시 후드둑 비가 떨어진다. 하는 수 없이 우산을 받쳐 들고 여정을 이어간다.

 

길은 외립마을 마을길에서 우회전하여 마을을 가로질러 빠져 나간다. 외립마을도 이름이 독특한데 마을 뒷산에 갓을 씌운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마을이 바위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고 외립이라 불렸다고 한다.

 

외립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옥매광산 방향으로 작은 고갯길을 넘는다. 황산면 외립리에서 부곡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부곡리로 들어선 길은 춘정마을 앞에서 우회전하여 작은 고갯길을 내려간다. 멀리 해안에 있는 노루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국내 유일의 금광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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