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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포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남부관광로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중간에 회천천을 만나면 둑방길을 돌아서 전일 마을에서 다시 도로로 올라가고 군학 마을에서 도로를 벗어나 잠시 해변길로 나간다.

 

율포 해수욕장의 텐트촌을 배경으로 78코스를 시작한다. 이곳은 조선 수군 재건로와 함께한다. 정유재란 당신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어 명량해전이 벌어진 진도까지 군사, 무기, 군량과 병선을 모아가던 경로를 말한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율포 이후로 남파랑길과 많이 겹친다.

 

해도 지고 있고, 비가 내리려는지 날도 꾸물꾸물한데, 해수욕장을 정식 개장하지도 않은 율포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6월 중순에 이 정도라면 피서철은 어떨는지 상상할 수가 없다.

 

길은 율포해수녹차센터 앞에서 해수욕장 끝으로 나가 길을 이어가지만 우리는 율포에서 하룻밤 쉬어 간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있었던 보성 차 EXPO 포스터를 보니 지리산 자락의 야생차로 유명한 경남 하동과 대규모 차 재배지로 유명한 제주까지 국내 주요 차 생산지를 지나갔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하동은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서 제주는 올레길 걷기에서 만났는데 남파랑길이 보성의 차 재배지를 들러가지 않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오늘 저녁은 아저씨 혼자서 70, 80 음악을 틀며 장사하시는 퓨전수제돈가스 집에서 왕 돈가스와 냄비 우동으로 먹었는데, 음식도 좋았지만, 단순한 메뉴로 혼자 장사하시는 아저씨의 전략이 훌륭했다.

 

다음날 아침 밤새 창문을 때리며 내리던 비는 그쳐가고 있고, 날이 완전히 개지는 않았지만 상쾌한 공기로 하루의 여정을 시작한다.

 

어제저녁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던 율포 해수욕장도 율포항도 아침의 고요함만 가득하다. 길은 인도를 따라서 율포항을 가로질러 간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답게 가로등도 길거리 화분도 독특하다. 로켓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가로등은 몸체 전체에서 빛이 나오고 길거리 화단은 아마도 공룡알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길은 율포항을 통과하여 한 펜션 앞을 지나간다. 

 

득량만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득량도를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명교 마을 해변을 보면서 남부관광로 도로로 나간다.

 

도로로 나왔던 길은 데크길을 따라서 명교 마을 해변으로 들어간다. 

 

명교 마을의 모래 해변도 나쁘지 않았다. 율포처럼 편의 시설이 많지 않아도 보성의 해안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소박한 해변들이 계속 이어진다. 

 

명교 마을에서 나온 길은 다시 도로변을 걷는다. 회천생태공원 야구장을 지난다. 하수처리장에 딸린 생태 공원에 야구장을 만든 것이다.

 

검게 잘 익은 버찌가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약간 새콤하면서도 달콤 쌉쌀한 독특한 맛이었다. 사실 몸에도 좋다고 한다. 항산화 작용, 혈당 강하, 염증 배출도 하고 눈과 혈관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지난 여행 때는 산딸기 먹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버찌인 모양이다.

 

벚나무 길을 걷던 남파랑길은 회천천 하구를 지나야 하는데 직접 넘어가는 길이 없으므로 회천천 하구의 둑방 길들을 돌아가는 방법으로 회천천 하구를 지나간다. 회천교 다리를 지나면 바로 좌회전하여 둑방길을 걷기 시작한다.

 

회천천 하구는 두 개의 하천이 만나는 곳으로 한 하천을 건너면 다른 하천의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내륙 방향의 일림산(668m)으로는 여전히 비구름이 산을 가리고 있다.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결국 앞서 걸었던 남부관광로 도로가 지나는 전일교를 지나 다시 좌회전하여 둑방길을 걸어 내려간다. 둑방길에서 만난 백년초 꽃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쭈그려 앉아 그 자태를 감상한다.

 

비 맞은 꽃봉오리도 예쁘지만 투명한 노란빛의 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둑방길에서 멀리 보이는 득량도의 물때를 보면 오전 10시 27분이 간조이므로 물은 계속 빠지고 있는 상태이고 1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기 시작할 것이다. 

 

둑방길에는 녹나무로 보이는 키 큰 나무의 꽃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둑방길을 걷는 남파랑길은 봉강천을 만나면서 해안길을 이어가지 못하고 하천을 거슬러 도로 쪽으로 길을 잡는다.

 

다시 남부관광로 해안도로를 걷는다. 군학 마을까지 1Km 정도 도로를 걸어야 한다.

 

도로를 따라서 고개를 넘으면 군학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득량만 방조제에서 시작했던 녹차 해안로도 5Km 남았으니 보성군 끝자락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고개를 내려오면 도로를 벗어나 군학 마을 해변을 걷는다. 마을 입구의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가 없을 것이다),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칼을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를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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