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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비봉마리나를 출발한 77코스는 선소어촌체험마을을 지나면 언덕을 올라 공룡로 도로를 나가 연동 마을을 지나 해안 길로 나갈 때까지 계속 도로를 걷는다. 해안으로 나가면 둑방길을 걸어 화죽천을 건넌다. 산 중턱의 해안 도로를 걸으므로 득량만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선소 마을, 청포 마을, 객산 마을, 연동 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76코스를 끝낸 우리는 이어서 77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할 수 있는 보성 비봉 마리나를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물이 빠졌다가 들어오고 있는 시간대의 바다가 이 정도라면 상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해양 스포츠를 즐기지 않아도 비봉공룡공원에서 선소어촌체험마을까지 해안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으니 비봉공룡공원의 넉넉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해안 산책길은 해상 데크길을 거쳐 선소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진다.
득량만 앞바다에는 딩기 요트들이 바람을 타고 있다. 딩기(Dinghy) 요트는 엔진도 선실도 없이 작은 돛으로 항해하는 요트로 1인용에서 3인용까지 있다. 방향을 보아서는 아마도 보성 비봉 마리나로 향하는 모양이다.
선소어촌체험마을 한쪽의 연못에서는 백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따뜻한 남쪽나라인 이곳은 확실히 연꽃도 빨리 피었다.
길은 언덕길을 올라 선소어촌체험장을 벗어난다. 선소 마을은 도로를 따라 1.5Km를 더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언덕을 올라와 선소어촌체험장을 벗어난 길은 다시 공룡로 도로를 따라 남서 방향으로 내려간다.
공룡로 도로가 산 중턱을 가르다 보니 득량만 바다를 제대로 감상하며 지나간다. 산 아래로 자리한 광활한 옥수수밭도 하얀 돛을 올리고 바다를 가르는 딩기 요토도 인상적인 경관을 선사한다.
자연스레 바다를 보며 걷게 되는 경로다. 북쪽으로는 비봉 마리나의 선착장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선소항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득량만바다낚시공원도 보인다.
해변 바로 옆으로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저 아래로는 어떻게 내려갈까? 저기는 나만의 공간이겠는데, 자식들이 오면 피서지로도 좋겠다...... 별의별 잡생각을 하며 걷게 된다.
고개를 넘으니 선소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소 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무기와 군량을 모으고 병선을 만든 곳이라 해서 선소라 불렀다고 한다.
큰길에서 좌회전하여 포구 쪽으로 내려가면 득량만바다낚시공원과 비봉공룡알화석지를 만날 수 있는데 화석지는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한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로 3Km의 해안에 걸쳐 직경 9~15Cm의 공룡알 백여 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큰 알인 타조알의 직경이 13~15cm라고 하니 대충 가늠할 만하다.
선소 마을 앞을 지나 청포 마을로 향하는 길, 선소항과 바다낚시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우측 산 아래로 해변으로 나가면 공룡알 화석지가 있다.
청포 마을로 가는 오르막길에는 쪽파 씨앗을 펴서 말리고 있었다.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쪽파는 백합과의 식물로 그림처럼 비늘줄기인 종구로 번식하는 영양번식 작물이지만, 대파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씨앗으로 번식한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아주 다른 식물이다.
날씨가 조금 흐린 까닭에 바닷물의 색깔이 다르게 보여서 인지, 아니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특이해서 그런지, 득량만 바다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길은 득량면을 지나 회천면 객산리로 들어간다. 바다로는 회천면의 첫 마을인 청포 마을의 포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청포 마을은 예전에는 장흥에 속하기도 했다고 한다. 푸른 바다를 품고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청포 마을을 지나는데 한 농가의 밭이 시선을 이끈다. 고추 밭 옆에 블루베리를 몇 그루 심었는데 블루베리들이 올망졸망 익어가고 있었다.
산 모퉁이를 돌아가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객산 마을로 진입한다. 마을 앞으로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높지 않은 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정상부에 바위가 있는 멋있는 산이었다. 필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큼지막하게 지어놓은 마을 정자에 앉아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정자 바로 앞으로 방금 수확이 끝난 감자밭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어디서 이 소식을 알고들 왔는지 이삭 줍기 한 감자를 포대에 담아 자동차로 실어 나르느라 여념이 없다. 이 사람들이 이삭 줍기 하는 과정에서도 탈락한 감자들은 땅을 갈 때 땅속으로 들어가 거름이나 될지 모르겠다. 서로들 처음 보는 사람들인 모양인데 공짜 감자 줍기에 신이 난 모양이다.
객산 마을을 떠난 길은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라 큰재라는 고개를 넘는다.
도로 옆 대나무밭에서는 죽순이 쭉쭉 올라오고 있다. 생명은 늘 신비 그 자체이다.
큰재 고개를 넘어서는 길, 다향길 표식의 번호 67이다. 방조제를 지나 구룡 마을 인근에 87번 표식이 이었으니 숫자 한 개당 500미터를 대입하면 대략 10Km 거리 맞다. 길 우측으로 보이는 뾰족한 산 봉우리도 인상적이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큰재를 넘어서니 득량만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 더 걸으니 멀리 득량만 한가운데 떠있는 득량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큰재라는 고개 이름답게 고개를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가 있는 길이었다. 갓길이 넓지 않아 도보 여행자에게는 그렇게 안전한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리막길은 언제나 좋다.
가끔씩 득량도와 득량만 바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 수 있는 장소도 지나면서 내리막길을 이어간다.
큰재 고개를 내려와서 우리가 앞으로 걸어야 할 바다 건너 길을 바라본다. 저 어딘가에 오늘의 종점인 율포가 있을 텐데 지금은 그저 까마득해 보인다.
공룡로 도로를 걸어왔던 길은 연동 마을을 지나서 좌측 해안길로 진입하여 화죽리에서 내려오는 하천인 화죽천 하구의 둑방길을 돌아간다.
화죽천 하구를 건너는 다리가 있다면 바로 건너서 화죽리 해안길로 넘어가면 되겠지만 그런 다리는 없다. 화죽천 하구를 빙 둘러가는 둑방길을 걸어야 한다.
화죽천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갯벌 지대를 거슬러 올라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에 이르니 어김없이 갈대들이 자리하고 있다. 건강한 생태에 꼭 필요한 식물인 갈대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전면으로 보이는 다리로 화죽천을 건너면 회천면 화죽리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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