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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학 마을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다시 남부관광로 도로로  올라가서 장흥 수문 마을까지 도로를 걸으며 보성군에서 장흥군으로 넘어간다. 수문 마을 해변으로 내려오면 수문 해수욕장과 장흥키조개마을을 지나고 해안길로 이어지는 한승원 문학 산책길을 지난다.

 

군학 마을에 들어왔다. 가을이면 군학 마을 앞바다에 전어가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해변의 물고기 조형물은 아마도 전어가 아닌가 싶다.

 

조선 세종 당시 이곳에 수군만호진이 설치되면서 군영구미라 불렸다고도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이곳으로 군사와 군량을 모아서 벽파진으로 옮겼다고 한다. 보성은 장군의 처가와 외가가 있던 곳으로 수군 재건 당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보성 군민들과 의병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은 이후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대첩으로 이어진다. 마을 앞바다로는 득량도가 그날의 역사를 다시 풀어내는 듯하다. 득량만, 득량도, 득량면의 득량은 바로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확보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득량과 관련된 이야기와 설화가 다양해서 무엇이 정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모함으로 직위 박탈, 고문에 백의종군까지 당하고, 조선 수군의 궤멸 이후 억지 춘양처럼 던져진 삼도 수군통제사로 수군을 재건했던 장군을 기리기에 득량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화로운 군학 마을의 해변을 보면 긴박하게 돌아갔던 수군 재건 과정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군학 마을은 남파랑길에서 만날 수 있는 조선 수군 재건로의 핵심 위치가 아닌가 싶다. 해변 정자에 앉아 이른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준비를 하는데, 한 노년부부가 정자 안으로 들어오셔서 슬그머니 동석하신다. 전북 정읍에 사시는 분인데 쪽파 종자를 구입하시려고 직접 차를 몰고 내려오신 것이라 하신다. 이곳 회천면 일대가 쪽파 종구 생산으로 유명하다고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년 오지만 참 좋은 해변이라 하신다. 그분들 말씀처럼 울창한 송림이 있는 군학 마을 해변은 쉬어 가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군학 마을을 지난 길은 다시 남부관광로 도로를 걷는다. 장흥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 도로를 걷는다. 해변으로 내려왔던 도로는 오르막길로 다시 산 중턱으로 오른다.

 

산 중턱을 가르는 길이니 가끔씩 득량만 바다를 볼 수 있는 뷰도 만난다. 좋은 뷰를 보라고 도로 옆으로 벤치를 놓아두었는데, 벤치는 비밀의 정원 속에 있는 듯 주위로는 온통 칡덩굴이다.ㅎㅎ

 

어느덧 길이 장흥에 가까워졌는지 바다로는 멀리 장재도가 눈에 들어오고 도로 표지판에는 장흥과 함께 장흥 끝자락에 있는 수문리로 가는 교차로 안내가 등장했다.

 

길은 보성군 회천면에서 장흥군 안양면으로 넘어간다. 안양면(安良面)과 같은 이름의 경기도 안양(安養)시는 한자가 다르다. 이름이 붙여진 유래가 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장흥군으로 넘어오면서 처음으로 만난 꽃은 밤꽃이었다. 하얗게 나무를 덮고 있는 밤꽃을 보니 벌통을 놓아두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길에서는 코리아둘레길 지킴이 조끼를 입고 걸으시는 분들을 만났다. 인사를 하며 지나는데 두루누비 앱을 쓰라고 권하신다. 사실 우리는 걸을 때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표식이나 리본으로 길을 찾기에 충분하고, 길이 애매하다 싶을 때만 미리 준비한 지도를 바탕으로 맵스닷미 지도 앱으로 위치를 파악한다. 코리아둘레길 지킴이는 연 3회 이상 담당 구역(60Km 내외)을 점검 및 보수한다고 한다.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이지만 교통비와 식사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길 아래로 수문 마을과 수문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길은 수문 터널 앞에서 좌측 길로 걸어 내려간다. 자동차들이 국도로 올라오는 길이다.

 

길은 실내 물놀이 풀장 옆길로 해서 수문 마을로 내려간다.

 

수문 마을 앞바다의 풍경이다. 지금은 물이 완전히 빠진 간조 시간이니 물이 들어오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길이 장흥으로 넘어왔으니 남파랑길 안내판도 새로 등장했다. 보성은 노란색이었는데 안내판의 기둥 색깔이 바뀌었다. 장흥의 한승원 문학산책로와 함께하는 길이다. 

 

남해에서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본다. 간조가 끝나고 물이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가 물놀이장의 인공 파도처럼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입구가 용의 모양이라는 용곡 마을에 대한 소개와 장흥의 키조개에 소개를 담고 있다. 다른 곳에서도 키조개를 생산하고 있지만 합법적으로 양식하고 있는 곳은 수문 마을 앞 득량만이라고 한다.

 

깔끔한 산책로를 따라서 수문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수문 해수욕장이 율포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이곳도 넉넉한 모래 해변과 솔숲을 가진 잘 정비된 해수욕장이었다.

 

모래 해변의 길이가 1Km에 이른다고 하니 결코 작은 해수욕장은 아니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와서 고기를 굽고 있는 집들이 여럿 있었다. 수문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수문항 방면으로 이동한다.

 

수문항 방면으로 이동하니 장흥 키조개 거리가 이어진다. 키조개 코스 요리가 눈에 들어온다. 구이, 무침, 탕과 밥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키조개의 고장답게 대형 키조개 조형물도 있고, 키조개라는 제목의 한승원 작가의 소설도 소개하고 있다. 한 지역을 살찌우는 것이 산업이라면 문학은 지역에 참 맛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문항을 지나면 수문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일림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은 수문천 하구를 지나 득량만으로 들어간다. 바다로 나가는 물이 엄청 맑다. 이제는 득량도와도 점점 멀어진다.

 

해안교 다리로 수문천을 건너 좌회전하면 한승원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으며 걸을 수 있는 한승원 산책길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군민들의 기부로 조성되었다는 정남진 종려나무 거리 조성 기념탑

 

비문에 따르면 이곳은 "시가 있는 여닫이 바닷가 산책로"이다. 그 길을 걸으면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인상 깊은 작품 몇 개만 남겨본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서재에서 글을 쓰다가 
체증 같은 가슴 답답함 때문에 
아아, 다들 자는데 나 홀로 이렇게 살아 어쩌겠다는 것인가, 
하고 심호흡하며 응접실 유리창 앞에 선다. 
수묵 빛 밤안개 자욱한 바다에 떠 깜박거리는 주꾸미 잡이 배의 등불. 
하나 둘 셋…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다섯. 
어느 꼭두새벽 바다에서 그물 줄 당기다가 쓰러진 머시기네 어메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그래 그렇다. 산다는 것은 저렇게 깜깜한 밤을 반딧불로 비추면서 무엇인가를 잡는 것이다.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너는 발 빠른 분침으로
나는 발 느린 시침으로
한 시간마다 뜨겁게 만나자
순간을 사랑하는 숨결로 영원을 직조해 내는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그리고 우리
한 천년의 강물이 흘러간 뒤에
열두 점 머리 한 가운데서
너와 나 얼싸안고 숨을 멈추어버린 그 시계
이 세상 한복판에서
너의 영원을 함께 부둥켜 안은 미이라가 되자

시를 읽으며 바닷가 산책로를 걷는, 이것은 신선놀음이다. 시를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작가와 필체를 그대로 만나는 재미도 있었다.

 

‘이 바다에 왜 왔니’, 구름이 묻기에 
내가 말하기를 ‘어느날 풍덩 빠져 한송이 연꽃으로 솟아오르려고‘ 
다시 구름이 묻기를 ’이 바다에는 낙동강물 섬진강물 영산강물 금강물 한강물 대동강물 두만강물 탐진강물 다 모였는데 제 색깔 내보이며 잘 난 체하지 않는가‘ 
내가 말하기를 ‘우리 바다에 들어온 물들은 주의 주장 뽐냄이 의미 없다는 것 알기 때문에 그냥 이 바다 짠물 되어 오순도순 잘들 살고 있네’

 

성장한다는 것은
여덟개의 발로 디디고 있는 무른 갯벌에 묻은
칙칙한 자기 어둠 먹어치우기
그 어둠을 빛으로 토해내기
자기껍질 벗어던지고
별에게로 달에게로 해에게로 날아가기
맨살되어
사랑하며
꿈꾸기

 

나무 그늘 의자나 정자에 앉아 바다를 보며 쉬어가기도 좋은 곳, 마지막으로 남길 시는 주꾸미다. 이 시 또한 인상적이었다. 소라 껍데기에 들어앉은 주꾸미를 사람에 빗대었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것은 주꾸미들이다
소라껍질에 끈 달아 제 놈 잡으려고
바다 밑에 놓아두면 자기들
알 낳으면서 살라고 그런 줄 알고
태평스럽게 들어가 있다
어부가 껍질을 들어올려도 도망치지 않는다
파도가 말했다
주꾸미보다 더 민망스런 족속들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소라고둥 껍질 속에 들어앉은 채 누군가에게
자기들을 하늘나라로 극락으로 데려다 달라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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