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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죽천을 건너면 해안길을 따라 남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한쪽으로는 농지를 다른 한쪽으로는 바다를 보면 내려간다. 중간에 금광 마을을 지나면 잠시 마을길과 도로를 거치지만 이내 모래 해변길을 거쳐 율포 해수욕장 초입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화죽천을 건너 화죽리 해변으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둑방길을 따라 화죽천 하구로 내려간다.
한국의 멸종위기종인 흰발 농게를 만났다. 암컷은 좌우 대칭이지만 수컷은 그림처럼 흰색의 큰 집게를 가지고 있다.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한다고 한다.
우리가 돌아온 화죽천 건너편을 보면서 원형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넉넉한 그늘은 아니어도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해안길 둑방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물이 들어오며 바다로 나가는 갯벌길도 서서히 잠기고 있다.
작은 개천을 건너는 인도교 앞에 다향길 2코스 안내판도 등장했다. 남파랑길 77코스는 다향길 2코스 일부와 함께한다.
풀이 가득한 길을 헤치며 걷기란 쉽지 않다. 둑방의 좁은 콘크리트를 밟으며 나아간다.
들풀을 잘라 놓은 상태로 걸었다면 편하기는 했겠지만, 들꽃이 주는 즐거움은 얻지 못했으리라! 개망초 꽃이 활짝 피었다. 6월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다.
길은 석간 마을로 들어선다. 길은 회천면 화죽리에서 군농리로 넘어간다.
석간 마을에 석간 어촌어울림센터라는 건물이 있었는데 센터를 중심으로 주위에 산책길을 조성한 모양이다. 석간이라는 마을 이름이 마을 앞바다에 바위들이 몰려 있어 붙은 것이라는데 지금도 마을 앞바다에는 바위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오봉산 아랫자락으로 걸어왔던 바다 건너의 지난 길도 돌아보고 석간 마을의 바위 해변도 보며 길을 이어간다.
해안 둑방길은 우거진 풀숲이 장난이 아니지만 좁다란 콘크리트 공간이 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길은 다시 인도교로 개천을 넘어간다.
해안으로 자리를 잡은 갈대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감자 수확에 여념이 없는 농가의 모습이다. 이곳은 일꾼들을 부르지 않고 한 고랑씩 직접 작업하시는 모양이다. 가지를 잘라내고, 비닐 피복을 벗기고, 땅속작물 수확기 기계로 감자를 땅에 올려놓으면 그것을 상자에 담는 것도 일이다. 예전 같으면 호미를 들고 한뿌리씩 감자를 캤을 것이지만 기계를 이용해서 감자를 캐도 일은 줄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대량으로 작업하는 것이라면 벼를 베는 콤바인처럼 감자 포장까지 기계가 끝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농업은 튼튼한 팔다리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 산업이고 첨단산업이다.
멀리 금광 마을의 포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오늘의 여정도 끝이 나고 있다.
오늘도 길바닥에 쪽파 씨앗을 말리는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쪽파 종구(씨앗)를 걸어서 말리는 모습은 처음이다. 방호벽 양쪽으로 자루를 걸고 가운데에도 자루를 하나 올리는 방식이다. 오늘, 내일 비 소식이 있으니 비닐도 걸쳐 두었다. 이 세상에는 곳곳에 독창적이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오래 해왔던 방식 그대로 떠밀려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고쳐나가는 것이 결국 발전을 가져온다.
이 집은 쪽파 종구를 모래 해변에 말리고 있다. 자신의 환경에 맞게 최선을 찾아가는 지혜를 생각하게 된다.
해변에서 커다란 나무가 환영해 주는 금광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길은 포구 반대쪽 큰길 방향으로 잡는다.
보통 벽화 마을이라고 하면 정성이 들어간 그림으로 벽화에서 작품성을 논하지는 않지만 이 마을의 벽화들은 명작들이 이어진다.
시멘트 담장이 예전 같으면 영화의 배경이 될법한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붉은 석류꽃이 작품과 제대로 어울린다.
해학적인 그림조차도 붓터치가 장난이 아니다. 이 동네는 집마다 석류 한 그루씩은 다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 집도 석류꽃이 작품과 제대로 어우러진다.
금광 마을을 지난 길은 잠시 도로 나갔다가 다시 해변길로 내려간다.
아름다운 벽화와 석류나무가 인상적이었던 금광 마을을 뒤로하고 율포로 향한다.
작은 모래해변이 펼쳐진다. 갯벌을 계속 보다가 모래 해변을 만나니 조금은 생경스러운 느낌이다. 먼바다로 득량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율포 선착장이 보이며 길은 율포 해수욕장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사람이 많아지고,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이 늘어난다. 바닷물도 많이 들어와서 이제 해안 근처로 출렁거린다.
율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과 비교할바는 아니지만 아담한 모래사장 옆으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문제는 반강제 지압길이라는 것이다. 갈길이 먼데 맨발로 갈 수는 없고 신발을 신은 상태로 걸어도 밑창이 두꺼운 등산화가 아니다 보니 바닥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 지압길은 율포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나중에는 도로로 내려와서 걸어야 했다.
율포에 도착하면 만날 광경을 생각하면 이곳은 율포 옆의 숨겨진 명당이라 해도 좋을 만큼 괜찮은 곳이었다. 우리도 화장실도 다녀오고,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바로 당충전을 하며 잠시 쉬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율포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지압길을 피해서 도로를 걷는다. 약 1Km의 지압길을 매일 걸으면 어떻게 될까? 건강에는 좋을까? 걸을 수는 있을까? ㅎㅎ
율포 선착장을 지나니 드디어 율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넓은 백사장을 보며 보성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며 놀란다.
6월 중순에 인파가 이 정도라면 본격적인 피서철에는 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걸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폭 60미터 길이 1.2Km의 백사장도 훌륭하지만 율포 해수욕장은 우람한 소나무 숲도 훌륭했다.
남파랑길 78코스의 시작점을 보면서 오늘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캠핑족이 가려버린 해수욕장 안내판 아래로 남파랑길 표식을 발견한 것이 다행이다. 텐트를 친다고 따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대형 주차장의 주차비도 없으니 6월 중순의 해수욕장 분위기가 피서철을 방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곳은 알 박기 텐트가 있기 마련인데 올해 6월 20일 법이 바뀌어서 장기간 방치된 텐트를 강제 철거할 수 있다고 한다. 제2의 별장처럼 알 박기 텐트를 사용했던 사용들에게는 경보 신호가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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