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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내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팔영산을 바라보며 계속 남쪽으로 걸어 내려간다. 오산마을에 이를 때까지 농로와 둑방길을 걷는다. 오산마을부터는 계속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77번 국도를 따라 고개를 넘어 신성마을에 이르고 신성 삼거리 이후는 해맞이 도로를 걸어서 간천마을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방내 마을을 벗어난 남파랑길은 방내제 저수지 옆을 지난다. 저수지에는 처음 보는 부엽식물이  저수지 전체에 퍼져있다.

 

뿌리는 땅에 박고 잎을 물 위에 띄우는 식물을 부엽식물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연꽃인데 이것은 찾아도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것이 어리연이다. 꽃이 나오면 정체가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방내제 저수지 옆을 따라 내려가는 길, 정면으로 흰구름 한 조각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는 팔영산을 대한다. 멋지다!

 

이곳은 왕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 벼농사를 짓고 있는 모양이다. 작년 추수 때 잘라서 논에 뿌렸던 볏짚 위에 논갈기에도 살아남은 우렁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우렁이가 물에 살면서 연한 풀을 먹어주어 제초제를 살포할 일도 풀을 뽑으러 논에 들어갈 일도 없는 것이다. 수확량도 많다고 한다.

 

방내 마을 방조제를 향해서 농로를 걷던 길은 우회전하여 도로로 올라가 얼마간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방내 마을 방조제 끝자락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밀물 때라 물이 들어와 있는 이곳은 바다에서 내륙으로 깊게 파인 만 안쪽이다.

 

방내 마을 방조제를 지나면 육지와 명주도를 이어주는 강산 방조제의 둑방길을 걷는다.

 

강산방조제의 둑방길에는 분홍색 갯메꽃이 존재를 뽐낸다. 역시 5월은 생명의 계절이다, 

 

갯메꽃은 이름처럼 염분이 많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 식물이다. 자연의 신비란 인간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다.

 

여호리와 명주도를 이어주는 방조제를 지나면 예전에는 명주도라는 섬이었던 공간을 도로를 통해서 지난다.

 

명주도 구간을 걸으면서 바라본 팔영산의 모습이다. 남파랑길에서 팔영산을 오르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각, 다양한 위치에서 팔영산을 만나니 다녀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싶다. 길은 명주도를 벗어나 강산리와 명주도를 이어주는 강산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지난다.

 

명주도와 강산리를 이어주는 강산방조제는 내륙으로 큰 호수를 만들었다. 절반은 여호리도 나머지 절반은 강산리에 속하는 호수다.

 

길은 명주도와 강산리를 이어주고 있는 강산 방조제 둑방길을 걷는다.

 

강산 방조제 둑방길을 계속 걷지는 않고 중간에 방조제를 내려와 농로를 통해서 간척지 평야를 가로지른다.

 

간척지이다 보니 염도 자동 계측 장치라는 것도 보게 된다. 가뭄이 심하거나 바닷물이 농업용수에 많은 양으로 섞이는 경우 벼가 염해로 고사해 버린다고 한다.

 

길은 강산 방조제가 만들어 놓은 광활한 평야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간다.

 

평야 어디에서도 팔영산은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고도 608미터의 팔영산은 도립공원으로 관리되다가 201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북쪽 사면으로 8개의 암석 봉우리가 있다.

 

멀리 좌측의 우각산과 반대편 팔영산 사이의 고개로 향하는 77번 국도 팔영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농로는 이제 끝이 나고 도로변을 걷는 경로가 이어진다.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우각산을 보면서 저기가 65코스의 종점이고 저산이 66코스로 걸어야 하는 우미산인가 싶었다. 그런데 가까이 오니 아직 65코스 종점까지는 고개도 넘어야 하고 아직 한참 남았다.

 

간척지의 농로를 가로질러온 남파랑길은 국도로 올라가서 65코스 종점까지 이어지는 도로변 걷기를 시작한다.

 

국도변을 걸어야 하므로 길을 건널 때는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오산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다. 오산교차로에서 좌측으로 가면 팔영대교로 여수로 건너갈 수 있다. 남파랑길 여수 코스에서도 만났던 섬과 섬 사이의 다리를 통해 여수와 고흥을 오갈 수 있었던 바로 그 길이다. 여자만 가장 남쪽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를 지나 여수 화양면에 닿는다. 우리는 교차로에서 우측 영남면 방향으로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77번 국도 팔영로를 따라서 고개를 넘으면 처음 만나는 마을은 신성마을이다. 신성마을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는데 휴일을 맞이해서 이곳을 오가는 자동차들이 꽤 많았다. 팔영산도 있고, 나로도 우주 발사대도 있고, 남열 해변이 멀지 않은 까닭인 모양이었다.

 

신성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우미산 아랫자락을 돌아서 남열 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정오를 넘어가는 시각 5월 중순의 태양은 정말 뜨겁다. 얇은 옷을 입는다고 했지만 다음 여행부터는 반바지를 착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날씨다.

 

신성 마을을 떠나 간천 마을로 향하는 해맞이로는 우각산과 우미산 사이의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팔영산에서 발원하여 우천제 저수지를 거쳐 바다로 나가는 물이 흘러가는 경로이기도 하다.

 

팔영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수량이 큰 강을 이루지는 않지만 작은 개천으로 바다를 향해 묵묵히 흘러간다. 도로변에는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이 부족할 정도 큰금계국이 길가에 가득하다. 손에도 바지에도 큰금계국의 꽃가루가 묻을 정도였다.

 

드디어 65코스의 종점인 간천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간천마을 뒤로 우뚝 선 우미산을 보면 65코스를 끝내고 이어서 걸을 66코스의 여정이 아찔하다. 이쯤에서 백팩을 멘 한 남자 대학생을 만났는데 동네에 사는 학생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아마도 남파랑길을 역방향으로 걷는 모양이었다. 길 건너편이라 인사는 나누지 못했지만 청년시절 우리나라 곳곳을 걷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나름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 응원해 본다.

 

중간에 우미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안내가 있지만 다음 코스인 남파랑길 66코스는 마을 뒤의 임도를 통해서 우미산을 오른다. 우미산 자락을 오르기는 하지만 우미산 정상(448m)과는 거리가 있는 경로를 지난다.

 

바람개비로 장식해 놓은 간천마을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간천이라는 이름은 팔영산에서 내려와 마을 앞을 지나 바다로 나가는 물이 동북쪽 즉, 간(艮) 방향으로 흐른 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간천 마을 정류장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우리는 우미산과 우각산 사이의 계곡 길을 따라 이곳까지 왔지만 그 뒤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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