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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산을 넘고 있는 남파랑길은 용암 전망대에 환상적인 여자만 뷰를 감상하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어서 곤내재로 향한다. 길은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에서 남열리로 넘어간다. 우미산은 우천리와 남열리의 경계를 이룬다. 곤내재로 내려온 길은 우주 발사대 전망대로 바로 가지 않고 다랭이 산책로를 거쳐서 남열 몽돌 해변에 닿는다.

 

용암 전망대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간다. 간천 마을에서 급한 경사의 임도를 짧게 오르고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을 길게 걸으니 발걸음만큼이나 마음에 부담도 없다.

 

우미산 정상의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울창한 숲길은 가끔씩 지나는 작은 계곡에서 이끼가 가득한 바위들을 만나게 한다.

 

이런 길만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흥 천년의 오솔길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훌륭한 산책길이다.

 

이따금씩 만나는 계곡은 누군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자연 정원과 같은 그림이다. 촉촉함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공간이다.

 

천년의 오솔길은 가끔씩 나무 그늘 없이 뚫린 하늘을 보는 것이 반가울 정도로 숲터널의 연속이다.

 

집 마당으로 그대로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작은 계곡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물이 바다로 나가니 바닷물도 갯벌도 얼마나 깨끗할까? 

 

길은 제1 삼거리를 지난다. 우리는 곤내재 고개를 향해서 내려가지만 곤내재 쪽에서 올라올 경우 우미산 정상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경로도 이곳에서 갈라진다.

 

길을 이어가는데 길바닥 하얀 꽃송이들이 떨어져 있고 주위로는 감미로운 향기가 맴돈다. 고개를 들어보니 때죽나무였다. 열매나 줄기를 갈아 물에 풀면 마취 성분 때문에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는 바로 그 나무다. 나무에 매달린 하얀 꽃들도 예쁘지만 향기도 훌륭하다. 실제로 실험한 보고서를 보면 일정량을 물에 풀면 물고기가 마취되어 활동성이 저하되고 다시 원래의 물로 돌려놓으면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활어등을 운반하는 과정 등에서 물고기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나무 사이로 산 아래 도로도 보이고 산 너머의 우주 발사대 전망대도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우미산 정상으로 가는 두 갈래의 길이 나누어지는 곤내재에 도착했다. 우리는 일단 우주 발사대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해맞이로 도로로 내려와서 우측을 보면 전망대 주차장이 있고 그쪽으로 가면 전망대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남파랑길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 남열 해변을 거쳐서 전망대로 다시 올라간다. 계단 오르막이 싦다면 생략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생략한다면 다랭이 산책로와 몽돌 해변은 놓칠 수밖에 없다.

 

길은 전망대를 뒤로하고 남열 해변으로 내려간다.

 

때죽나무 꽃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열매의 껍질은 물고기의 마취제로 쓰일 만큼 독특한 쓰임새가 있지만 꽃도 향기만큼이나 꿀이 많아서 밀원식물로 유용하다고 한다. 아까시 꽃이 질 무렵부터 때죽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니 꿀을 따는 분들 입장에서는 귀한 나무이겠다 싶다.

 

길가에 복분자딸기가 꽃을 피웠다. 보랏빛이 도는 꽃이 나름 매력이 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남열 해변의 모습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수평선을 여기에서 만난다.

 

모내기를 준비하느라 물을 댄 다랭이 논을 보면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수많은 다랭이 논들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곳은 접근성이 좋은지 여전히 논농사를 짓고 계시는 모양이다. 우측 발사대 전망대를 멀리서 보니 이름처럼 로켓 발사장처럼 생겼다.

 

직진하여 해맞이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80미터 바위 절벽 위에 설치했다는 미르 전망대를 만날 수 있지만 길은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계곡물을 따라 해변으로 향한다.

 

해변 우측 위로는 전망대가 아래 해안으로는 사자 바위가 보인다. 바로 옆 논들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둑을 만든 다랭이 논이다. 논둑의 풀을 깍지 않아 덥수룩하게 수염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다랭이논 맞다. 전망대에서는 이곳을 다랭이 산책로라 해서 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이 남파랑길이 가는 경로로 이곳을 한 바퀴 돌아 전망대로 다시 돌아오는 산책길을 만든 모양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모내기 전에는 유채를 심는 모양이다.

 

해변에 민가가 두 집이 있었는데 한집은 벌을 치는 집인지 주위로는 곳곳이 벌통이고 뒷마당에는 벌통들이 잔뜩 쌓여 있다. 숲에서 꿀 따기 좋은 때죽나무를 많이 만난 이후라 그런지 더더욱 관심이 간다. 우미산의 꿀이 있는 나무들은 모두 이곳의 벌들 차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부럽기도 하다. 해변에는 이곳까지 차를 몰고 내려온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민가를 카페로 만든 모양이었다.

 

길은 전망대를 보면서 해변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몽돌해변길 안내판. 300미터에 이르는 몽돌 해변을 보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해변에 있던 카페에서 바로 해변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해변을 지나 전망대로 올라가야 하는 우리는 농로를 따라 해변 끝자락으로 걷는다.

 

길가에 심은 해당화가 활짝 꽃을 피웠다. 어떤 꽃은 활짝 피어 있고, 어떤 것은 열매가 맺혀 있고, 어떤 꽃은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5월에서 7월까지 꽃을 피우니 벚꽃처럼 잠깐 피었다가 사그라드는 꽃은 아니다.

 

남열 몽돌 해변 끝자락에 도착했다. 활처럼 휘어진 몽돌 해변은 북쪽으로는 영남 용바위가 남쪽으로는 사자바위가 해안을 지키고 있다.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편의 시설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조용하게 몽돌 해변을 즐기기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지 않나 싶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로 우회전하기 전에 바위 위에 앉아 잠시 배낭을 벗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다랭이논 주위 빈 공간에는 묘목을 심은 모양이다. 지금은 그냥 풀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키를 키우면 이곳 경관을 바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 심기는 분명 미래를 세대를 위한 투자다.

 

우미산을 힘들게 넘었는데 이제는 우주 발사대 전망대가 있는 산을 넘어야 한다. 그것도 계단을 오르고 계단을 내려가는 방식이다. 작은 계곡을 넘어서 심호흡 깊게 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이 부담스러운 나이, 계단을 안전하게 오르려면 우선 종아리, 허벅지 앞쪽, 뒤쪽, 장요근을 차례로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계단을 오를 때는 발바닥의 절반만 디디는 것이 무릎 관절을 손상시키지 않는 방법이고 내려올 때는 손잡이를 잡는 것이 무게를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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