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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모양의 고흥반도를 돌아가는 길 65코스는 독대마을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이동한다. 독대 마을을 나오면 논길을 가로질러 화덕마을에 이른다. 화덕 마을을 지나면 송곳산 자락을 돌아가는 포장길을 걷는다. 숲 속 포장길로 가끔씩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거의 임도에 가깝다. 숲길을 벗어나면 자연 해변이 나오는데 범벅골이라는 계곡이 있는 곳이다.
64코스에 이어서 걷는 65코스는 독대마을 회관 앞 정자에 앉아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이어간다.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정자에 앉아서 쉬며 마을 분위기를 둘러본다. 이곳이 마을의 중심지인 모양이다. 바로 옆 매점을 오가는 사람들, 독대 회관으로 들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끊이지 않는다.
독대 마을 버스정류장 쪽으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마을을 빠져나간다. 길에서 동쪽 바다를 보면 독대마을 포구 뒤로 백일도가 보이는 풍경이다.
과역로 도로를 걷던 길은 우회전하여 연등리 들판으로 나간다.
어떤 논은 모내기를 끝냈고, 어떤 논은 물을 대고 땅을 갈아 놓아 모내기를 위해서 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곳이 있고, 어떤 논은 쟁기질만 해두었고, 어떤 논은 땅을 갈기 위해 물만 대어 놓은 곳도 있다. 쌀농사 짓는 농부들이 일 년 중 가장 정신없이 바쁠 때가 이것저것 해야 될 일이 많은 바로 이때다.
들판을 가로질러온 길은 다시 도로를 따라서 화덕 마을로 발길을 옮긴다.
길가에는 큰금계국이 노란 꽃을 피웠다. 고흥 여행 내내 우리와 함께 자주 만날 꽃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이 야생화되었다고 한다. 여러해살이 풀에 번식력과 생명력 또한 대단한 식물이다 보니 생태 교란 식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어린것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꽃은 꽃차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반해서 비슷한 금계국은 한두 해살이 풀로 큰금계국과 달리 붉은 반점이 있는 차이가 있다.
독대 마을에서 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화덕 마을 정류장에서 또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쉬어 간다. 옆지기가 힘들어한다. 길은 화덕 삼거리에서 화덕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화덕 마을 앞바다의 백일도를 보면서 화덕 마을로 들어간다.
참다래나무가 노란 꽃을 피웠다. 다래 농사도 쉽지 않아서 사과 과수원처럼 꽃 솎기도 해야 하고 튼실한 열매를 위해서는 인공 수분도 해주는데 한 해 전에 수꽃이 열리기 전에 따 모아서 다음 해 인공 수분 때 사용한다고 한다. 꽃가루에 색소와 증류수를 넣어서 분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색소를 넣으면 수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덩굴과 큼지막한 잎의 생명력도 매력적이고 열매도 탐스러워 개인적으로 키우고 싶은 나무다.
고흥 감자밭에는 감자꽃이 활짝 피었다. 위쪽 지방보다는 확실히 빠르다. 예전에는 감자꽃을 따주어야 감자가 굵어진다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의 개량 감자들은 꽃은 피지만 열매가 맺히지 않으므로 꽃을 따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화덕 마을의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화덕 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 뒷산이 화로처럼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공터에 파란빛의 수레국화가 독특한 자태로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유럽이 원산이고 독일의 국화라고 한다. 수레바퀴 국화라고도 부른다.
화덕 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농로를 가로질러 송곳산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산길로 들어서니 길 초입에서 처음 보는 꽃에 눈길이 간다. 자주괭이밥이라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 식물로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이 야생화되었다고 한다. 여러해살이풀로 도라지괭이밥이라고도 부른다. 어떻게 고흥 산 아래 구석에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송곳산 산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길 5월의 고흥땅은 다양한 식생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또한 처음 보는 꽃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한해살이 풀인 미국 쥐손이풀이다. 잎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만났던 때죽나무를 나무가 원래 있어야 할 산에서 짙은 향기와 함께 만났다. 나무껍질이나 열매를 갈아서 냇물에 풀면 마취 성분 때문에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이다.
송곳산 자락 걷기는 울창한 나무숲을 걷는 환상적인 경로다.
이번에 만난 것은 풀이 아니라 덩굴나무인 청미래덩굴이다. 포도송이 같은 푸른 열매가 맺혔는데 익으면 붉게 변한다. 망개떡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쌀가루를 싸서 찐 떡을 말하는 것이다. 독특한 향도 베이고 잘 쉬지 않는다고 한다.
길이 계곡을 지날 때면 한두 농가를 만나기도 하지만 마을은 없고 곧 이어 숲길로 들어간다. 이 계곡이 한 농가의 소유라면 다른 사람들의 간섭과 시선 없이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송곳산 자락을 이어가는 길은 골짜기, 계곡을 지날 때마다 나름의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누군가 임야를 나름 관리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특이한 수형을 가진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키가 25미터에서 40미터에 이른다고 붙은 이름이 대왕 참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일제강점기에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여 머리에 쓴 것과 히틀러에게 선물로 받은 화분 모두 월계수가 아니라 실상은 대왕 참나무라고 한다. 가을이면 곱게 단풍으로 물드는 나무이기도 한다.
잠시 해변으로 나가지만 이곳에서도 앞바다에는 백일도가 떠있다.
해변을 잠시 지난 길은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진 포장길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푸른 하늘 아래 백일도를 보며 길을 이어간다.
토종 가시 홍화에 칠성무당벌레가 붙었다. 우리 집 매실나무에도 찾아주면 좋으련만 농약 냄새나는 우리 동네에는 오지 못하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고흥 땅에 있나 보다. 홍화에도 진딧물이 잘 든다는데 홍화 심은 주인장은 칠성무당벌레 덕에 좋겠다.
파랑 하늘과 깃털구름, 바위와 소나무, 들풀까지 끝내주는 풍경화들을 감상하며 걷는다.
다양한 색상의 꽃을 피운 작약밭 입구에서 잠시 걸음이 멈춘다. 빈혈에도 좋고 위장에도 좋다는 작약은 종자로도 포기나누기로도 꺾꽂이로도 번식할 수 있다 하니 작약을 어디서 구해볼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5월 중순의 태양은 뜨겁다. 탁 트인 아름다운 전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무 그늘을 걷는 것도 그것 만큼이나 좋다. ㅠㅠ
송곳산 숲길을 나오면 갯벌 해안 위로 긴 계곡이 있는 범벅골에 닿는다. 다른 지역에도 범벅골 또는 범박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범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골짜기의 의미라고 한다. 이곳의 이름은 어떤 유래가 있는지 알수 없었다. 이길은 물이 들어오면 바닷물에 잠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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