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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천 마을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66코스는 마을길을 가로질러 임도를 통해 우미산 자락을 오른다. 지그 재그 방식으로 고도를 급격하게 올리므로 오르막 길이 아주 길지는 않다. 임도는 고도 3백 미터 지점까지 이어지고 이후로는 숲길 등산로를 걷는다. 고도 350미터를 넘기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용암전망대에 다녀온다. 여자만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오후 1시를 넘기는 시각 남파랑길 65코스에 이어서 66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간천 마을 마을 회관 옆으로 길을 시작한다. 65코스 내내 우리의 시야를 떠나지 않았던 팔영산을 뒤로하고 우미산을 넘어 남열 해변으로 가는 여정이다. 간천이라는 이름이 팔영산 자락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마을 앞을 지나면서 동북쪽으로 향한다고 붙은 이름이니 이 마을도 팔영산의 정기가 미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팔영산의 정기와 함께 우미산을 오른다.

 

담쟁이가 돌담을 덮고 있는 정겨운 풍경을 가진 간천 마을 골목길을 가로질러 마을 뒤편으로 이동한다.

 

우미산 임도 입구에서는 길을 사이에 두고 울창한 대나무숲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미산은 단어 의미로 소 꼬리에 해당하고 간천 마을 마을 건너편에 있는 우각산은 소 뿔에 해당한다. 인근의 우두리까지 소와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남파랑길은 우미산 정상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에 안내도에서 조금은 소외되어 있지만 우미산 안내도에서 우리가 참고할 부분은 3.1Km의 임도를 올라 등산로와 합류하고 중앙삼거리를 거쳐 제2 삼거리에서 용암 전망대를 다녀오고 이후로 제1 삼거리를 거쳐 근내재로 내려가고 다랭이 산책로를 거쳐 우주 발사대 전망대까지 가는 경로다.

 

포장 임도를 따라 오르막을 오르는 길, 오르막 길에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강렬한 오후의 태양은 우리를 봐주지 않는다. 주먹만 한 나무 그늘이 있으면 그늘을 찾아 걸어보지만 그늘은 오래가지 않는다. 5월 중순의 날씨가 이 정도인데 과연 여름에 남파랑길 걷기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걸어가는 속도와 일정을 보면 여름에 남파랑길 걷기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448미터의 우미산 정상을 보면서 우리가 저곳을 가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하고 뒤돌아 시야를 돌리면 65코스를 통해 우리가 간천 마을로 들어왔던 계곡 길이 내려 보이니 많이 올라왔다 하며 스스로를 토닥여 준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임도는 때로는 나무 그늘도 주고 멀리서 보면 오르막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나무 그늘은 금세 끝내고 오르막이 끝나는 것으로 보였던 길은 길 끝에서 반대편 오르막으로 방향을 돌릴 뿐이다.

 

푸른 잎이 없는 겨울에 이 길을 걸었다면 삭막한 느낌이었을 텐데 짙은 녹음 가운데 걸으니 땀은 멈추지 않지만 그래도 좋다.

 

어느덧 임도는 끝나고 길은 등산로로 접어든다. 우미산 정상으로 향하는 거리 표지판은 상당히 자주 있는 편이어서 이동하다 보면 이제 백 미터 걸었구나 하면서 하나둘 표지판을 세는 상황이 벌어진다. 우미산 정상이 8백 미터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은 화살표 방향으로 가면 제3 삼거리를 지나 정상으로 바로 간다는 의미이고, 길은 화살표 반대 방향으로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움직인다.

 

오후의 햇빛이 겨우 들어오는 활엽수 숲길 걷기는 정말 좋다. 공기가 상쾌하고 은은한 숲 향기도 좋다. 모자도 벗고 숲의 기운을 온전히 받으며 길을 이어간다.

 

중앙삼거리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은 우미산 정상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우리가 임도를 지나 등산로로 진입한 이후 우미산 정상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으니 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오르막길은 끝나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고도를 350미터 부근까지 올린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을 선보인다.

 

완만한 내리막 길을 걷다 보면 중앙삼거리에 도착한다. "천년의 오솔길"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다. 우암 전망대, 우암 마을 쪽으로 가는 방향은 그냥 내려가는 길이므로 그 방향으로 가면 안 되고 일단 용암 전망대와 용흥사 방향으로 이동한다. 용암 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곤내재 방향으로 이동한다.

 

독특한 모양의 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포토존처럼 보일 정도지만, 나무가 이렇게 클 수밖에 없었던 아픔과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름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나무 옆에서 나무에게 그 사연을 듣고 싶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평범하고 밋밋한 인생은 그만큼 할 이야기가 없을 것이고, 도전과 아픔을 거친 사람들은 풀어낼 이야기가 그가 겪은 일들만큼 많을 것이다.

 

용암 전망대로 가는 숲길에는 수피가 독특한 나무들의 군락이 있었다. 아무래도 자작나무과의 소사나무 같다. 나무줄기의 색깔만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나무다. 아무튼 이 숲은 다양한 식생이 살아가는 살아 있는 숲이다.

 

용암 전망대는 무슨 정자 전망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찔한 바위에서 여자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미산을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하는 전망이 펼쳐진다.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는 섬들과 다리들이 한눈에 보인다. 고흥반도와 적금도를 연결하는 팔영대교는 보이지 않지만 적금도와 낭도를 연결하는 적금대교, 낭도와 둔병도를 연결하는 낭도대교, 그리고 주탑의 끝이 살짝 보이는 둔병도와 조발도를 연결하는 둔병대교, 마지막으로 조발도와 여수시 화양면을 연결하는 조화대교의 주탑 두 개까지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보이는 섬은 적금도와 적금대교로 연결된 낭도라는 섬이다. 모두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들이다. 낭도에 우뚝 솟아 있는 상산 좌측으로 낭도대교를 통해서 둔병도와 연결된다.

 

전망대 우측 아래로는 용암포구와 내매물도, 외매물도가 거칠 것 없는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떠있다.

 

용암 전망대에서 환상적인 전망을 맛본 우리는 다시 중앙삼거리로 돌아간다. 소사나무 군락지는 다시 보아도 독특했다.

 

이번에는 국수나무가 하얀 꽃을 피웠다. 장미과의 관속식물로 줄기의 골속이 국수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같은 이름인데 그 회사의 이름은 이 나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수나무는 관속 식물이지만 그 회사의 로고는 키 큰 교목으로 그렸고, 실제로 회사 대표가 생면을 뽑다가 자신의 손에 올려진 국수가 나무처럼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다시 중앙삼거리로 돌아온 길은 곤재 방면으로 길을 이어간다.

 

우미산 정상의 역방향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는 남파랑길은 제2 삼거리에서 곤내재 방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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