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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평동에서 낙동강 하구둑을 통해서 낙동강을 건너 명지항으로 향하는 경로다.

 

이른 새벽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평역으로 이동하여 남파랑길 5코스 걷기를 시작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여정의 시작은 부산 여행의 시작과 항상 함께 했던 돼지국밥이다. 지난번 남파랑길 4코스를 마무리하며 저녁 식사로 선택한 집이었는데 진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던 집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 부부와 함께 장성한 아들이 함께하는 여행이라서 더욱 새롭다. 여행 비용이 조금 더 소요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해파랑길과 남파랑길 모두를 통틀어 아들이 함께 걷는 첫 여행이니 시작부터 설렘을 숨길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곰탕, 설렁탕을 좋아했던 아들은 진한 국물의 돼지 국밥도 마음에 들어 했다.

 

남파랑길 5코스의 시작은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 사상구 엄궁동까지 연결되는 약 12Km의 노을 나루길과 함께한다. 넓은 낙동강 하구의 전경을 감상하면 강변길을 걷는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 연못에서 발원하여 이곳에서 바다와 만나는 낙동강은 을숙도 아래로 광활한 삼각주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름이 대마등, 백합등, 도요등처럼 ~등이 붙었는데 소의 등처럼 생긴 모래섬이라고 붙은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철새들의 낙원이다.

 

낙동강 하구둑을 향해 걷는 시간, 푸른 하늘에는 김해 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하늘을 가르며 고도를 낮추고 있다.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나라 밖 걷기를 하러 떠날 수 있을지, 세계 대전과 방불하는 전쟁이 한창이고 코로나로 인종 차별의 폐해는 깊어지고 있으니 환경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인 것은 맞다. 

 

노을 나루길 산책로에서는 큼직한 벚나무들이 화사했던 봄 꽃의 향연과는 다른 모습의 화려한 가을 단풍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노을 나루길에서 좌회전하여 낙동강 하구둑에 들어선다. 1987에 건설될 당시에는 수위를 높여서 각종 용수를 확보하고 김해평야를 보호하며 인근에 공단을 조성하려는 목적이었다. 강바닥의 흙으로 습지와 개펄을 메워 공단을 조성하고 택지로 공급했다. 문제는 강물의 오염과 생태계 파괴였는데 상시 개방은 아니지만 2018년부터 조금씩 수문을 열어 바닷물을 유통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해평야의 농업용수와 부산시 상수도 취수원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구둑에서 바라본 을숙도 대교의 모습. 이곳은 하구둑 바깥이니 바다이지만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다.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는 길, 하구둑이라고 하지만 10개의 수문과 왕복 8차선의 도로가 지나는 엄청난 규모의 댐에 해당한다. 을숙도 쪽으로는 어선이 오갈 수 있는 운하 형태의 물길과 갑문도 마련되어 있다. 

 

하구둑에서 바라본 부산 사하구 방면의 전경. 아직은 동쪽에 있는 오전의 태양이 은빛 물결을 만들고, 조각구름들을 비추면서 맑은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길 건너로는 낙동강 하구둑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8차선 도로 건너편으로는 육교를 통해서 건너갈 수 있다.

 

갑문 위로는 색 바랜 을숙도(乙淑島) 비석이 외롭게 서있다. 을숙도는 새 을(乙) 자와 맑을 숙(淑) 자를 사용하는 것처럼 새가 많고 물이 맑아 붙은 이름이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없던 섬으로 대동여지도에도 등장하지 않다가, 일제 강점기부터 형성되었다고 한다. 을숙도를 지나면 만날 명지동이 명지도 섬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새가 많고 물이 맑다는 이야기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1997년까지만 해도 을숙도는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 매립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생태 공원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비행기가 날고 사람과 자동차가 오가는 곳에 철새가 예전처럼 찾아들기는 만무한 일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광활한 땅을 밟는다.

 

길 건너 4대 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낙동강 문화관과 을숙도 철새 도래지라는 표지석이 자연과 인공이라는 대립점 가운데서 과연 어울리는 조합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길건너로는 을숙도 문화회관과 부산 현대 미술관도 자리하고 있다. 을숙도는 체육공원과 함께 부산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한 모습이다.

 

을숙도를 빠져나가는 길, 멀리 명지동의 아파트 단지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을숙도 바로 옆으로 설치된 어도 관람실 입구의 모습이다. 강 아래로 어도가 흐르는 모습을 유리를 통해서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이 물고기들이 지나는 길이란 것을 알고 있는지, 새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을숙도 서편의 제2 낙동강 하구둑은 명지동 뷰와 함께 걷는 길이다.

 

을숙도까지는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이지만 다리를 건너면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으로 넘어간다. 강을 건너면서 김해 공항으로 가는 길이 이어지고 직진하면 창원과 거제로 길이 이어진다.

 

명지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깔끔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부산 다리 위에서 만났던 피튜니아를 여기에서도 만난다. 공해에 강하고 사계절 꽃을 피우기 때문에 도로변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지만 향이 매력적인 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데 도시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대동여지도 속의 명지도와 지금의 명지항은 천지개벽 수준의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어부들은 부지런한 자신들의 일터를 가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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