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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을 지난 남파랑길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 아미산 전망대에서 환상적인 낙동강 하구의 뷰를 만나게 된다. 전망대를 지나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아미산 둘레길 산책로를 걷는다.

 

광활한 낙동강 하구의 풍경과 수많은 조각구름들이 저물어가는 태양빛의 터치에 절묘한 어우러짐으로 시야를 사로잡는다. 세상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제 길은 낙동강을 뒤로하고 다대로 도로를 건너서 아미산으로 연결되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절벽에 설치된 데크 계단길을 보니 와우! 하는 탄성이 새어 나온다. 4코스의 절반을 조금 더 걸은 지점이다.

 

이름하여 아미산 노을 마루길로 진입한다.

 

아미산 전망대로 오르는 언덕 옆으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다대 쓰레기 소각장의 굴뚝이 왠지 모를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데크 계단길에서 소각장 쪽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지나왔던 몰운대가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면서 만들어 내는 절경에 이른 석양이 더해지니 그저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몸의 피곤함도 잊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낙동강변 큰길에서 언덕으로 올라와 아미산 전망대로 연결되는 길을 아미산 노을마루길이란 이름으로 조성해 놓았다. 낙동강의 노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 다운 이름이다.

 

아미산 전망대는 3층짜리 건물로 실내에서 노을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붕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지만 올라간 만큼의 막힘없이 깨끗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가 더 내려가면 붉은빛이 도는 환상적이 노을을 볼 수 있지만, 아직 붉은빛이 없는 석양이 주는 풍경도 장관이다. 구름의 두께를 관통하는 강렬한 오후의 태양이 만들어 내는 은빛 향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전망대 북쪽으로는 아미산 산자락 아래로 다대동에서 장림동으로 이어지는 산업단지가 빼곡하다. 멀리 을숙도 하단을 연결하는 을숙도 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남파랑길은 우측으로 보이는 아미산 자락을 걸어서 장림동까지 나아간다.

 

머리 위로는 김해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들이 비행기 소리로 고개를 하늘로 들게 한다. 비행기가 떠다니는 항로 근처에 사는 까닭일까? 전투기 소리, 헬리콥터 소리, 여객기, 저공 비행하는 탱크 킬러 소리까지 이제는 이런저런 항공기 소리를 구분하는 지경이다. 언제 다시 해외 걷기를 나설지? 아직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은 노을 보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바람도 많아서 설치된 풍력 발전기가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미산 전망대를 지나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서 길을 이어간다. 갈맷길 4-3코스와 함께하므로 이곳에서는 갈맷길 표식을 참조해도 좋다. 길 이름이 다대낙조길이다. 석양, 낙조, 일몰, 노을, 해넘이 무슨 말을 들어도 감성 충만하게 하는 단어들이다. 내일 해가 다시 뜨겠지만 오늘의 해는 보내야 하는 아쉬움일까? 해를 보내며 하루를 돌아보는 까닭일까?

 

몰운대 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했다가 초등학교 담벼락 끝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아미산 산책로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아미산 산책로 입구 직전에서는 몰운대와 다대포 해수욕장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지나왔던 다대포항과 그 뒤로 두송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단지가 없었을 때는 몰운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아파트 단지 끝에서 본격적으로 아미산 걷기를 시작한다. 아미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기는 하지만 남파랑길은 넓은 산책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홍티 고개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데 아마도 지금은 무지개 공단이 생기면서 없어진 홍티 마을로 가기 위한 고개라고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홍티는 홍치가 변한 이름인데 홍치는 무지개 홍(虹), 언덕 치(峙)를 사용하므로 우리말로 바꾸면 무지개 언덕이란 의미이다. 무지개 공단이란 이름도 이렇게 생긴 것이다. 이곳에서 응봉 봉수대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남파랑길은 큰길을 따라간다. 

 

산책길이 잠시 아파트 단지와 이어지는 도로를 만나지만 도로는 부산 사하구의 상징인 고우니 로고를 끝으로 끝나고 아미산 둘레길 산책로가 이어진다.

 

자갈이 깔려있는 산책로 양쪽으로는 우람한 벚나무들이 봄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게 한다. 자갈 산책길이 오르막으로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데 경사가 아주 급한 것은 아니지만 자갈 오르막길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자갈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위치에 따라 어떤 것은 가려지고, 또 어떤 것은 새롭게 보이는 것이 삶의 원리를 보는 듯하다. 일과 문제에 붙들려 시야가 좁아지면 때로는 간단하게 해결하고 지나갈 문제조차도 머리를 싸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걸으면 시야가 바뀌듯 문제를 조금 먼 시각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쉬운 해결책을 만나기도 한다.

 

자갈 오르막길 끝, 고개에 오르니 어느덧 태양도 일몰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후 5시를 바라보는 시각, 아미산을 내려갈 때까지 태양과의 경주가 될 것 같다.

 

고개를 지나면 가벼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길은 언제나 몸도 마음도 가볍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좌측으로 을숙도 대교가 지척이다.

 

부산 자동차 고등학교 인근을 지나는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남쪽으로 낙동강 하구를 시야에 담게 된다.

 

아미산 산책길은 인근에 사는 많은 주민들이 걷는 공간이었는데 산책하는 주민들은 금융 고등학교 표지판이 등장하는 산책길 끝에서 오던 길을 돌아갔다.

 

아미산 산책길 끝에서는 갈맷길 4코스 3구간과 남파랑길도 길이 갈라진다. 갈맷길은 산을 바로 내려가서 낙동강변을 걷지만, 남파랑길은 금융 고등학교 앞을 지나 장림 생태 공원과 장림 포구를 거쳐서 낙동강변으로 나간다.

 

길은 이제 아미산 자락을 벗어나 금융 고등학교 방면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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