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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동 오션 시티를 지나 신호동 주거 단지에 진입한 남파랑길은 신호동의 소담 공원과 신호 공원을 지나면서 송정동으로 넘어가고 공단 아래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걸어서 송정 공원에 부산 구간을 마무리하고 창원 구간을 시작한다.

 

신호동 주거단지에서 짜장면과 짬뽕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한 우리는 주택가를 지나 소담 공원으로 진입한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로빈 뮤지엄이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빈티지스럽게 다양한 소품으로 카페를 장식해 놓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뮤지엄이라는 이름답게 주인장의 취향의 묻어나는 독특한 곳이었다. 눈요기만으로도 재미난 카페였다.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명품 둘레길 입구의 모습. 반대쪽에 입출구가 없으니 되돌아와야 한다는 문구를 보니 신호 대교를 건너면서 다리 아래로 조성된 산책로의 정체가 바로 이 길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최소한으로만 개방하고 군사 작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보니 왜 다리에서 직접 연결 통로를 만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적을수록 야생은 살아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오션 시티의 해안 산책로처럼 이곳도 철새가 살던 곳을 매립하여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해안의 뷰는 비슷했다. 멀리 가덕도 신항을 바라보면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가덕대교와 부산 신항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고기를 잡으려 설치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김양식을 위해 걸어 놓은 김발이 아닌가 싶다.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명지김 또는 낙동김이란 이름으로 김 양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신호 공원을 지나니 그새 부산 신항과 가덕 대교가 좀 더 가까워졌다.

 

신호 공원을 지나면 만을 따라서 내륙으로 들어간다. 해안으로는 수상 가옥처럼 생긴 구조물들이 가득하다.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상 가옥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아마도 김 양식 관련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파트 바로 앞의 포구와 수상 작업장의 어우러진 모습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남파랑길은 포구를 한 바퀴 돌아 항구 반대편 송정동으로 넘어간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포구를 지나지만 대규모 공업단지와 대단위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한 포구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얼마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길은 이제 신호동 포구 건너편으로 넘어왔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에 조성을 끝내고 입주를 시작하여 1,50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일을 하고 있는 녹산 산업 단지 아래쪽이다. 

 

최근에 조성된 단지인 만큼 해안으로는 넓은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고 중간 녹지대가 단지 내 공장들과 경계를 만들고 있다. 조선 해양 기자재, 부품 소재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였겠지만 지금은 부산 신항에  을숙도 대교, 거가 대교까지 교통 요지에 자리에 지역이 되었다.

 

산책로에는 넓은 잎을 가진 독특한 식물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열매인지 꽃인지 모를 꽃봉오리 모양의 뭔가가 나오고 있었는데 실내에서 많이들 키우는 관엽 식물인가을 심어 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니 차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있는 상태인가? 하는 상상까지 했다.

 

그런데, 길을 조금 더 걸으니 이 식물의 정체를 밝혀주는 단서를 만났다. 11월에서 12월에 꽃을 피우는 팔손이 나무라는 식물이었다. 통영등 따뜻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키 작은 상록 나무라고 한다. 

 

녹산 산업 단지 앞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양식장이 있었다. 굴 양식인가? 김 양식인가? 아니면 가리비 양식? 이 호기심은 무식함이 그 근원지이겠지만, 알고 보니 바다 건너편 눌차도는 거제와 통영, 고성 굴 양식장의 약 80%에 굴 종묘를 공급한다고 한다. 산업 단지의 폐수로 굴이 폐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지만 대형 항만과 공업 단지 사이에서 거제와 통영 굴 양식장의 약 80%에 굴 종묘를 공급한다고 하니 하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산업 단지 아래로는 작은 포구도 있었다. 산업 단지가 있기는 하지만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잔잔한 바다에 강물이 실어온 풍부한 양분도 있으니 굴 종묘 키우기에 적합한 지역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먹은 대부분의 굴의 고향은 이곳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굴차도 앞바다에 엄청난 굴밭을 뒤로하고 가덕대교 아래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이곳은 부산 갈맷길 5-1 구간과 함께하는 곳이다. 남파랑길과 갈맷길이 함께하는 것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가덕도의 엄청난 굴밭은 가덕 대교를 지나 만 깊숙하게까지 설치되어 있다. 통영을 지나다 보면 바다에 떠다니는 굴이 알을 채묘하기 위해 굴 껍데기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곳은 가리비 껍데기로 채묘를 한다고 한다. 가리비 껍데기로 채묘한 것이 수확량이 좋다고 한다. 이곳은 거제, 통영, 고성 굴 양식장에 종묘를 공급하기 위한 채묘도 하고 굴 양식도 하는 곳이다.

 

길은 이제 내륙으로 들어가 송정천을 방향으로 걷는다. 좌측으로 부산 신항역에서 내려오는 철길을 보면서 걷는다.

 

해안 산책로를 빠져나오면 녹송 3 호교 다리를 통해서 송정천을 건너고 녹산 산업 대로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녹산대교와 철도는 모두 부산 신항역으로 향한다.

 

부산과 진해 경계선에 있는 부산 신항으로 가는 거대한 도로를 보니 부산 신항의 거대한 규모를 가늠할만하다.

 

녹산 산업 대로 도로변을 걷는 길, 가을 가을 하다.

 

용원 터널로 이어지는 고가도로가 보이면 5코스의 종점인 송정 공원에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바다와 강, 산, 공단, 다양한 풍경을 접했던 부산 걷기를 송정 공원에서 마무리한다. 처음으로 길을 함께 걸은 아들은 얇은 신발 탓인지 아니면 육중한 몸무게 탓인지 발바닥에 문제가 생겨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돌아보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발냄새를 맡았는지 발을 향해 발려오다가 "그거 지지야"하며 줄을 당기는 주인에게 제지를 당한다. 아이고야 아무리 내 아들 발이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지지라니!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인정하자니 기분이 상하는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지지라는 말은 아이를 키울 때 더러운 것을 지칭하며 아이들에게 많이 쓰던 말인데 알고 보니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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