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을 걸을 때만 해도 남파랑길과 서해랑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남파랑길도 그렇고 서해랑길도 걸을까 말까 망설인 결과는 "그냥 걷자"이다. 이번에는 옆지기의 적극적인 제안이 한몫했다.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강화도 평화전망대까지 103코스(부속 코스를 포함하면 109개) 1,800Km의 거리이다. 한반도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는데 삼천리가 약 1,200Km 정도이니 남파랑길도 서해랑길도 삼천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서해안을 많이 다녀 보았다고 하지만 걸어서 구석구석 다니는 맛은 새로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여행은 4일 일정으로 7개의 코스를 걷는 조금은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광주를 중간 기착지로 하여 이동한다. 광주 터미널에서 땅끝마을로 바로 가는 버..
송호리 임도를 지난 길은 개재봉 작은 산을 넘고 땅끝해안로 도로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를 지나서 땅끝전망대에 도착하고 전망대 아래 해안으로 내려가 땅끝탑에서 남파랑길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호리 임도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77번 국도 땅끝해안로 방면으로 내려가 땅끝마을로 가고 싶지만 남파랑길의 남은 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땅끝마을을 품고 있는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산야는 조림이 한창이다. 임도를 벗어난 길도 조림지로 보이는 작은 산을 오른다. 이 지역은 후박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은 모양이다. 아담한 돌계단이 이곳이 산행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멀리 달마산을 뒤로하고 땅끝 전망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중간에 갈산입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
마봉리 임도를 가로지른 길은 이제 작은 산들의 능선을 걸어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 송호지 인근의 임도를 가로지른다. 마봉리 임도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도솔봉 자락의 숲길을 걸어 몰골이재로 향한다. 청년기의 활력이 넘치는 편백숲을 지난다. 침엽수 조림지만 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활엽수 조림지를 통과한다. 목백합나무라고도 불리는 튤립나무이다. 계절이 더 깊어지면 노란 단풍이 지고 낙엽을 떨구겠지만 초여름에 피는 튤립을 닮은 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삼나무, 편백나무, 튤립나무에 소나무숲까지 달마고도 숲길은 생물 다양성도 가진 훌륭한 숲길이다. 달마고도와 이별해야 하는 몰골이재에 도착했다.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달마고도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
달마산 아랫자락의 미황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는 귀래봉, 떡봉, 도솔봉 아래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마봉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미황사의 천왕문 앞에서 남파랑길 89코스를 끝낸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평일임에도 혼자 또는 둘이서 걷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이 남파랑길을 걷는지, 달마고도를 걷는지, 아니면 달마산 산행을 하거나 미황사 주변 만을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여유와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산책로 맞다. 드디어 미황사 앞을 지나 90코스를 시작한다.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불교의 108 번..
달마산 임도에 들어선 길은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다가 미황사 인근에서 숲 속 산책길을 걸어 미황사에 이른다. 미황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어렵지 않게 걷는다. 1백 미터마다 길 옆에 박아 놓은 길 표식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돕는다. 길 표식을 보면 또 일백 미터를 걸었구나 하며...... 콘크리트 임도가 아닌 흙길 임도도 괜찮다. 다만, 이른 아침에 출발한 까닭에 풀잎에 맺힌 이슬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 신발 앞부터 천천히 젖고 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ㅠㅠ 일기 예보만 믿고 우비도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피해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
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은 해남군 남창에서 길을 이어간다. 남창시장과 남창 교차로를 거쳐 남창을 빠져나오면 잠시 도로를 걷다가 남창리 농로를 걸어서 이진리로 넘어가 달마산 임도로 진입한다. 어제 88코스를 끝낸 우리는 원동에서 쉬어 갈지를 고민했었다. 86코스를 걸으면서 원동에서 하룻밤 쉬어 갔던 경험이 있었고, 남창부터 원동까지 86코스와 89코스가 겹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원동에서 해남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해남에서 남창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남 읍내에 좋은 숙소 후보도 많고 식당도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해남 군내버스로 남창까지 이동한 우리는 달도를 넘어온 남창교 앞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밀물 때인지 물살이 세차다. 북평면사무소 입구 교차로에서 남창 시장 방면으..
해남군으로 들어와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남파랑길 85코스는 갈두 방조제 이후로 도로와 해안길을 번갈아 가며 이동하지만 84코스와 85코스를 이어 걷는 우리는 돌아가는 구간을 최소화해서 그냥 도로를 걷는다. 길은 남창교를 건너 완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갈두 방조제에서 바라본 해남 두륜산(703m)의 모습이다. 아주 멀리 보이던 그 산이 이제 바로 코 앞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로 다가왔다. 갈두 방조제 끝자락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방조제 앞으로 펼쳐진 갯벌은 햇살에 반짝이고 저 멀리 장죽도 위 하늘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구름들이 더 돋보인다. 갈두 방조제를 지난 길은 갈두항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 갈두 마을로 향한다. 갈두 마을 앞 정자에서 식사도 하며 넉넉하게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
사내 방조제를 떠난 남파랑길 85코스는 방조제위의 장고봉로 도로를 걸으며 강진군에서 해남군으로 넘어간다. 해남으로 들어온 길은 계속 해안길을 따라 갈두 방조제에 이른다. 강진군의 끝자락 신전면 사초리 사내방조제에서 남파랑길 85코스를 시작한다. 3,260미터에 이르는 방조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작점에 있는 사초해변공원을 지난다. 우측으로는 사내방조제가 만든 거대한 평야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고 좌측으로는 방조제가 만든 담수호 사내호가 자리하고 있다. 강진과 해남의 경계가 되는 흥촌천을 비롯한 여러 하천들이 사내호로 모인다. 방조제를 지나며 길은 강진군에서 해남군 북일면 내동리로 넘어간다. 사내호 너머 멀리 두륜산을 배경으로 사내호 수면에는 흰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담고 있다. 사내호 위에서 파란 하늘의 ..
남파랑길 마지막 여정, 완도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저녁에 광주로 내려가서 터미널 인근에서 하룻밤 쉬고 첫차로 완도로 이동하여 걷기를 시작한다. 후보 모텔은 샤론 모텔(062-367-2700)이다. 광주송정역에서 터미널까지는 지하철로 화정역까지 이동한다. ■ 남파랑길 87코스(18.3km, 6시간 30분) 북적북적한 해조류 센터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7코스는 완도해변공원을 지나 장보고대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완도타워(2.5Km)가 있는 동망봉을 오른다. 완도타워를 내려오면 망석리의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완도윈네스리조트(6.1Km)를 지난다. 리조트 이후로 잠시 도로로 나가지만 이내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부꾸지 분기점을 향해서 임도를 오른다. 국립공원의 임도와 숲길을 걸어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