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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으로 들어와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남파랑길 85코스는 갈두 방조제 이후로 도로와 해안길을 번갈아 가며 이동하지만 84코스와 85코스를 이어 걷는 우리는 돌아가는 구간을 최소화해서 그냥 도로를 걷는다. 길은 남창교를 건너 완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갈두 방조제에서 바라본 해남 두륜산(703m)의 모습이다. 아주 멀리 보이던 그 산이 이제 바로 코 앞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로  다가왔다.

 

갈두 방조제 끝자락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방조제 앞으로 펼쳐진 갯벌은 햇살에 반짝이고 저 멀리 장죽도 위 하늘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구름들이 더 돋보인다.

 

갈두 방조제를 지난 길은 갈두항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 갈두 마을로 향한다.

 

갈두 마을 앞 정자에서 식사도 하며 넉넉하게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정자 바로 앞집에 사시는 어르신과 길을 사이에 두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위를 피해서 창고에 평상을 깔고 대형 선풍기를 틀어 놓으셨는데 우리가 신경에 쓰이셨는지 누으셨다가, 일어나셨다가 하신다. 선풍기도 새것이고, 평상도 접이식 신문물을 들여놓으신 것을 보니 아마도 자식들의 정성인 모양이었다. 개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졸 따라왔는데 쫓아 버리라고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누으신다. 그 개는 결국 훠이훠이 쫓아도 가지 않더니 정자에 올라 자리를 잡고는 우리가 먹는 삼각김밥을 유심히 바라본다. 개에게 나누어줄 식사는 없었다. 

 

길은 노두길이 선명하게 드러난 토도를 바라보면서 해안길을 계속 이어간다. 토도는 말 그대로 섬이 토끼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으로 16세기부터 사람이 살았던 유인도이다. 교회와 마을회관도 있다. 하루 두 번 노두길로 육지가 되는 섬이다.

 

앞서 바닷가에서 신기하게도 억새를 만나다 보니 해안길의 갈대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여린 이삭 모양이 반짝이는 억새의 이삭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억새처럼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억새와 모양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길은 갈두마을이 속해있던 북일면 금당리에서 만수리로 넘어간다.

 

만수리 앞바다 갯벌은 짱뚱어와 게들의 세상이다. 컴퓨터 화면보호기로 들여다 놓아도 좋겠다 싶은 그림이다.

 

만수마을 앞을 지나는데 버스 정류장 인근의 동네 가게 이름에 눈이 간다. 이름하여 "지당만수점빵"이다. 포털 지도를 보면 1년 전만 해도 시멘트 벽돌담의 우중충한 구옥이었는데, 색을 칠하고 정비하고 간판을 걸어 놓으니 새로운 슈퍼처럼 보인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변신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옆지기는 점빵이라는 말을 처음 만났을 때 점보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점빵은 동네 구멍가게를 이르는 말이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온갖 동네 소식이 오가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마을 길을 걷는데 이제는 두륜산이 마을 뒷산처럼 눈앞에 턱 하고 나타난다.

 

해남 배추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해남 배추가 크는 밭은 처음 본다. 9월의 해남은 배추 심기가 한창이다. 남파랑길 85코스를 걸으며 해남 배추를 키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언덕길을 넘어서니 멀리 완도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와우! 끝이 보인다.

 

길은 신남로 도로를 따라 걸으며 북일면 만수리에서 북평면 와룡리로 넘어간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와룡리에서 해변으로 나갔다가 해변을 돌아 다시 신남로 도로로 나오지만 우리는 그냥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와룡리 버스 정류장과 와룡리 노인정을 차례로 지난다. 와룡리 노인정 앞에 쉼터도 있고 깨끗한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었다. 84코스, 85코스를 걸으며 처음 만난 화장실이었다. ㅠㅠ. 길은 와룡마을 해변을 돌아온 길과 합류하여 신남로 도로를 계속 이어 걷는다.

 

길은 두륜산 자락의 동해 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동해천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북평면 와룡리에서 오산리로 넘어간다.

 

해남 배추의 두둑은 높지 않았다. 하나의 두둑에 두줄로 배추를 심었다. 배추가 크면 밭 전체가 배추로 가득 차겠구나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밭을 만드는 과정을 잠시 지켜보았는데 트랙터 한대로 땅을 갈고 두둑 3개를 한 번에 만들고 비닐피복까지 끝내는 방식이었다.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지만 배추를 심는 것은 모두 사람이 수행했다. 사람이 많이 필요한 만큼 마늘이나 양파, 감자 수확 때 자주 보았던 외국인 근로자가 배추 심는 현장에서도 많이 있었다.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수많은 채소가 이미 그들의 손을 거치는 현실을 우리는 깨닫고 있을까?

 

오산리로 넘어온 길은 다시 해안으로 나가 해안선을 돌아 다시 신남로 도로로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우리는 그냥 도로를 따라 직진하기로 했다. 오늘 걷는 양이 많으므로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하늘은 햇살에 더욱 밝게 빛나는 뭉게구름이 가득하고 어린 배추들이 심긴 배추밭은 스프링클러가 열심히 배추에 물을 주고 있다. 이곳 배추밭은 해풍이 잘 불어오는 구릉지로 물 주는 것이 관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프링클러가 왜 있는지 공감이 된다. 

 

오산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달도와 완도대교가 좀 더 가까이로 다가왔다.

 

이제 오산리 해안을 돌아온 원래의 길과 합류하여 신남로 도로를 따라 북평면 읍내로 향한다.

 

신남로 도로가 볼무당길를 만나면 남창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읍내로 들어간다. 특이한 도로이름이다.

 

해방 직전에 설립된 해남 북평초등학교를 지난다. 같은 이름의 학교가 강원도 동해시에도 정선군에도 있다.

 

읍내 마트에서 음료수도 사 먹고 길을 이어간다. 북평 파출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읍내를 빠져나간다.

 

옛날 풍경이 여전한 북평면 읍내를 떠나 땅끝대로 큰길로 나온다. 큰길로 나오면 횡단보도를 통해서 국도를 건넌다.

 

달도로 넘어가야 하는데 13번 국도 땅끝대로는 현재는 남창교를 통해서 연결되지만 남파랑길은 구 남창교로 넘어간다.

 

해남에서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로 넘어온 길은  달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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