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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방조제를 떠난 남파랑길 85코스는 방조제위의 장고봉로 도로를 걸으며 강진군에서 해남군으로 넘어간다. 해남으로 들어온 길은 계속 해안길을 따라 갈두 방조제에 이른다.

 

강진군의 끝자락 신전면 사초리 사내방조제에서 남파랑길 85코스를 시작한다. 3,260미터에 이르는 방조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작점에 있는 사초해변공원을 지난다.

 

우측으로는 사내방조제가 만든 거대한 평야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고 좌측으로는 방조제가 만든 담수호 사내호가 자리하고 있다. 강진과 해남의 경계가 되는 흥촌천을 비롯한 여러 하천들이 사내호로 모인다.

 

방조제를 지나며 길은 강진군에서 해남군 북일면 내동리로 넘어간다. 사내호 너머 멀리 두륜산을 배경으로 사내호 수면에는 흰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담고 있다.

 

사내호 위에서 파란 하늘의 배경으로 떠 있는 뭉게구름 자체로도 일품이다.

 

사내방조제의 배수갑문 옆의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싶지만 인정사정없이 쏟아지는 태양을 피하지 못하는 휴식은 의미가 없었다. 배수갑문 옆 그늘에 잠시 앉아 목을 축이고 다시 땡볕 속으로 들어간다.

 

사내방조제의 해남 쪽 끝자락에서 반대편 강진 쪽을 돌아보면 역시 까마득하다.

 

사내호 너머 저 멀리 두륜산 쪽으로는 뭉게뭉게 구름들도 많은데 왜 이쪽으로는 구름이 오지 않는지 야속할 따름이다. 그늘에만 있어도 시원한데...... 구름에 줄을 매달아 끌고 다니고 싶다.

 

해남 내동리 밭섬 고분군은 삼국시대의 무덤으로 문화재로 관리하는 것이다. 밭섬은 밭이 있는 섬이라 추측했는데 바깥섬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쇠화살촉과 쇠도끼등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내동리 해안을 걷는 길 해안도로 가까이로는 모래 해변이다. 시커먼 갯벌 해안만 보다가 은빛 모래를 보니 반갑다. 가드레일에 삼남길이란 오래된 표식이 붙어 있는데 서울 숭례문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전남 해남과 경남 통영에 이르는 조선시대 옛길을 복원한 걷기 길이라고 한다. 땅끝마을에서 시작하여 이곳은 해남 4구간에 해당하고 우리가 앞서 걸었던 다산초당, 백련사의 강진 구간을 지나면 영암, 나주, 광주를 거쳐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남파랑길과도 일부가 겹친다.

 

길은 내동마을 포구로 이어진다.

 

내동마을 포구를 지나면 내동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해안길을 걷는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장식한 내동 마을을 지난다. 청사초롱 든 화동을 보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기러기 그림은 수준급이다. 단순하면서도 기러기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마을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가는데 한 어르신이 땡볕 아래를 걷는 우리가 불쌍해 보이셨는지 쉬어가라 하신다. 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내동마을의 해변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해 놓은 것은 아니고, 갯벌도 넓기는 하지만 모래사장을 보니 물이 넉넉하게 들어오면 해수욕하기에도 좋겠다 싶다.

 

강령한 태양아래 길가에는 순비기나무가 보라색 꽃을 피웠다. 햇볕이 강한 바닷가에서 자라는 상록 관목이다. 식물들의 생명력이란 정말 상상 이상이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식물로 만형자라 하여 약초로도 쓰인다.

 

그늘 하나 없는 구불구불한 해안길을 따라 작렬하는 가을 태양 아래 터벅터벅 길을 이어간다.

 

원동마을 포구를 지나는데 어선들을 유심히 보면 모터가 두 개씩 달려있다. 조금 규모가 있는 어선들은 대부분 내부에 기관실을 두고 있지만 소형 어선들은 그림처럼 보트엔진을 장착해서 운용한다. 선외기(Outboard Motor)라고도 한다. 대부분 외국산 브랜드이다. 레저용 선박은 대부분 이 선외기를 장착한다. 국산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갈길이 멀다. 그런데 왜 선외기를 두 개 달았을까? 그리고, 큰 모터에는 망이 없는데 작은 모터에는 보호망이 달려있다. 호기심이 불타듯 솟아오른다. 고장을 대비한 것일까? 양식장을 다닐 때는 해초에 걸리지 않도록 작은 모터를 쓰는 것일까? 온갖 상상을 하며 자료를 찾아보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실제 사용하는 어민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어민들은 없다. ㅠㅠ

 

앞바다에는 동서로 길게 장죽도가 자리하고 있는데 물이 빠지니 갯길로 바로 건너갈 수 있어 보인다. 실제 길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이런 길을 노두길이라 부른다. 장죽도 노두길은 1.1Km에 이른다. 무인도이니 하루 두 번 열리는 길을 따라 캠핑이나 낚시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위성사진에서 보면 모래 해변도 일품이다.

 

해안길을 걷는데 가을바람에 반짝이는 억새를 만났다. 이삭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억새가 금빛으로 찰랑거린다.

 

바닷가라면 당연히 갈대가 아닌가 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갈대는 아니다.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니 씨앗이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면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미터까지도 키가 크는 억새에 제초제 뿌리지 않으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를 볼 수 있게 하신 이웃 논의 농부가 고마울 따름이다.

 

길을 이어가는데 뒤따라오던 옆지기가 큰소리로 "여보"하고 불러 세운다. 앙증맞은 꽃을 발견하고는 카메라로 담아야겠다는 것이다. 담쟁이처럼 벽을 타고 오르는 식물이다. 앙증맞은 꽃과 달리 닭의 소변 냄새가 난다고 계요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해안길을 돌아가는 길, 갈두항이 2.3Km 남았다는 표식이 등장했다.

 

1Km 내외의 갈두 방조제를 지나면 갈두항을 만날 수 있다. 길을 북일면 내동리에서 방산리로 넘어간다.

 

방조제 초입에서 만난 칡꽃 향기가 반갑다. 옆지기는 칡순이 징그럽다고까지 했는데 칡꽃 향기는 좋은 모양이다. 칡덩굴을 훌훌 걷어서 소여물로 주면서 소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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