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비치 삼척을 우회한 해파랑길 32코스는 증산 해변과 추암 해변을 거쳐서 촛대 바위를 돌아 추암 조각 공원을 지나서 추암역에 여정을 마무리한다. 쏠비치 리조트를 우회하느라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바다를 다시 맞이 한다. 내리막길 아래에 보이는 정자가 있는 곳이 해가사의 터라는 장소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증산 마을비, 시루뫼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 주변 산의 모양이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산 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있는 삼척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서울시 은평구에도 시루뫼라는 별칭을 가진 증산동이 있는데, 그곳은 시루는 구멍이 있어 복이 나간다고 비단 증(繒)으로 한자 표기를 바꾸었다고 한다. 마을비 뒤로 임해정이라는 작은 정자에서는 전..
23Km에 육박하는 기나긴 해파랑길 32코스도 이제 어느덧 종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봉수대길의 아름다운 숲 속 산책로에서 내려온 해파랑길은 이제 동해 바다 해안을 따라서 기암괴석 해안과 모래 해변을 모두 만나게 된다. 삼척항에서 삼척 해변까지 4.6km에 이르는 해안 도로는 2000년에 새천년을 맞이하여 개설한 도로라 하여 이름도 새천년 해안 도로다. 특히 해파랑길이 걷는 광진항에서 후진항까지는 우측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바닷가 절경을 편안한 데크길로 걸으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호사이지만 왠지 춥다. 짐을 숙소에 벗어두고 정말 가볍게 걷는 까닭일까? 등이 서늘하고 손도 시리다. 이른 봄 햇빛이 산으로 차단된 해안가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당연히 쌀쌀한데 짐을 모두 숙소에 두고 왔으니..
삼척 시내를 벗어난 해파랑길 32코스는 이제 중반을 넘어선다. 삼척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작한 32코스는 오십천을 벗 삼아 걸었고 삼척항 뒷산에 오른 해파랑길은 이제는 봉수대길을 걸어 광진항에 이른다. "집 주변 길"이라는 의미의 오랍드리 산소길의 1코스인 봉수대길 일부와 겹치는 구간이다. 해파랑길은 삼척항 뒤편으로 올라오지만, 오랍드리 산소길 1코스는 7번 국도 너머의 봉황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시작한다. 삼척항 뒤편의 산은 온통 텃밭 천지였다. 삼척항 쪽은 나릿길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작은 텃밭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았을 것이고 얼마간의 푸성귀라도 먹을라 치면 작은 언덕을 올라 이 사람 저 사람이 화전을 일구었으리라...... 길옆 묘지에 꽃을 피운 할미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한재에서 내려와 오십천을 휘감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던 해파랑길 32코스는 이제 삼척 장미 공원 입구가 있는 삼척교 사거리에서 삼척항으로 향한다. 어선과 대형 선박이 같은 길로 들어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항구다. 삼척항을 지나면 나릿골길을 따라 항구 뒤쪽의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여정이다. 오십천 둔치를 나오면 삼척항 방면의 좌회전한다. 삼척교 앞 사거리는 7번 국도가 지나가는 큰길이므로 조심해서 길을 건너야 한다. 길 우측의 담장이 한옥처럼 고급스러운데 사실 이곳은 시멘트 공장의 연관 시설이 있는 곳이다. 울산에서도 공단 지역을 해파랑길이 지나야 했었는데 그곳도 담벼락에 담쟁이를 심어서 비록 공단이지만 삭막함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지나친 낭비만 아니라면 이런 노력은 권장할만하다. 정라 삼거..
오십천 산책로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32코스는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면 오십천을 건너서 오십천 북쪽 강변을 걷는다. 북쪽 강변 산책로는 죽서루와 삼척 장미 공원을 만나는 길로 화려한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길이다.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 죽서교를 통해서 오십천을 건넌다. 죽서교 앞에서 꽃양귀비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옆지기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꽃이다. 개양귀비, 우미인초라고도 불린다. 중국에서 우미인초라고 부르는 유래에는 초나라 장수 항우의 애첩 우미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우희라고도 부르는 여인인데 초한전쟁 당시 항우가 한고조의 공격에 사면초가에 이르자 항우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로 우미인을 묻은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했다는 것이다. 개양귀비라는 별칭에서도..
마읍천을 건넌 해파랑길은 부남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마읍천을 따라가며 가교리를 지나서 다시 마읍천을 건너 31코스의 종점인 맹방 해변에 도착한다. 마읍천 자락과 함께하는 평야 길이다. 부남리 마을길은 청보리 밭 사이로 걷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강원도하면 날씨도 춥고 척박하다고 생각하여 이모작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메밀 농사나 짓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영동 지방인 이곳 삼척도 넓은 평야에 청보리가 크고 있다. 이모작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우 농가 앞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앉아서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쉬질 못했는데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한량이 되어 본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막아 주지만 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히려 양달이 좋았다. 제법 규모가 있는 한..
해파랑길 31코스는 동해 바다를 뒤로 내륙 안쪽으로 들어간다. 마읍천과 함께하는 길이다. 궁촌리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있는 곳이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 궁촌리 뒤편의 고개 이름이 사래재인데 원래 이름은 살해재였다. 공양왕이 살해된 곳이라고 한다. 새로운 왕조를 위해 왕 씨 일가가 죽임을 당한 상황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명분이 무엇이라도 누군가의 죽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삼척로 도로변을 걷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해파랑길 리본처럼 널찍한 자전가 도로를 걷는 여유가 있다. 사래재를 넘으면 궁촌리에서 동막리로 이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건설 중인 동해선 철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인 이 계절에..
30코스의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을 지나면 초곡항과 문암 해변을 거쳐서 레일 바이크 철로 주변을 따라 올라가면 궁촌리에 닿는다. 평탄하고 무난한 길이다. 황영주 기념 공원을 가로질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언덕이어서 초곡리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황영조 선수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푸근한 바닷가 마을 풍경만이 가슴 가득히 다가온다. 태양광 패널을 얹은 집들 너머로 초곡항의 방파제와 푸른 동해 바다, 멀리 궁촌항으로 이어지는 풍경이다. 한적한 해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초곡항 우측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용굴 촛대 바위길이 6백 미터 정도 이어지는데, 30코스와 31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는 갈길 바쁜 우리는 용굴 촛대 바위길은 생..
임원리를 지난 해파랑길 29코스는 검봉산 자연 휴양림 입구를 지나서 조금은 가파른 고개를 지난다. 땀을 내야 하고 가파르기는 하지만 포장된 길을 걷고 2백 미터가 넘지 않으므로 무난한 길이다. 임원리에서 장호리로 넘어가고 용화 레일 바이크 정류장이 있는 용화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검봉산 자연 휴양림은 다리를 건너서 진입할 수 있다. 춘천 강촌에도 530미터의 검봉산이 있는데 국립 검봉산 자연 휴양림은 692미터 삼척 검봉산에만 있다. 숙박 시설과 양영장도 있다. 춘천 검봉산도 삼척 검봉산도 산 봉우리 모양이 칼을 꽂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 산을 "칼 코뎅이"라 불렀다고 한다. 용화로 넘어가는 고개로 가는 길은 대부분 포장길이라 여유 있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넓은 길..
부산, 울산, 경북을 지나 이제 강원도를 걷는다. 해파랑길 29코스는 삼척을 걷는다. 호산천과 길곡천을 따라 올라가며 화력 발전소를 우회하여 길을 이어간다.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포장길이라 무난한 길이다. 용화리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삼척 시내버스로 호산까지 이동하여 2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 건너왔었던 호산천을 따라서 호산천변을 걷는다. 멀리 하얀 눈을 쓰고 있는 태백산맥 준령의 모습을 보니 지금 히말라야를 걷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호산천변을 계속 걷다 보면 호산리를 벗어나 옥원리로 들어간다. 옥원 1리라는 마을비와 이천 폭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천 폭포는 호산천 상류에 계곡으로 내려오는 폭포로 옛날에는 용추 폭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용추 폭포, 용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