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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76코스와 77코스의 길이가 길지 않은 덕분에 한 번에 두 개의 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대부분은 완만한 길이고 일부 산지를 넘어가는 곳도 임도를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팔봉 초등학교 앞을 출발하면 북쪽으로 이동하며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에서 대황리로 넘어간다. 대황리 간척지의 해안 둑방길을 지난 길은 마을길로 진입하여 학림경로당을 거쳐서 다시 간척지 논길로 나가는데 이때 대황리에서 흑석리로 넘어가고 흑석소류지를 통과한다. 흑석리의 구릉지를 북동 방면으로 통과한 길은 다시 간척지 논길로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지곡면 중왕리로 진입한다. 논길을 통과한 다음에는 망리산 자락의 고개를 오르기 시작하여 고개를 넘어가면 중리어촌체험마을에 닿고 해안길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도성 3리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76코스 걷기를 끝내고 팔봉 초등학교 옆에 있는 쉼터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짐을 정비하고 바로 이어서 서해랑길 77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문을 닫은 지 꽤 오래돼 보이는 학교 앞 가게 골목길을 통해서 마을을 벗어나 간척지 논길로 나간다. 팔봉 초등학교가 1927년에 세워졌으니 학교 앞 매점도 아이들에게 인기 명소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시대의 흐름을 이길 수 없었나 보나.

 

논길을 가로질러온 길은 양길교 다리를 건너면서 팔봉면 대황리로 넘어간다. 다리를 건너면 좌회전하여 수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수로는 자연스럽게 가로림만 갯벌로 이어지고 길은 해안 둑방길을 따라간다.

 

갯벌 위로는 붉은색의 염생 식물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뽐낸다. 염생 식물은 황량한 갯벌 위를 수놓는 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수행하며 다른 생물의 서식지나 먹이 역할도 하고 사람에게 식재료 또는 약재의 가치를 주기도 한다.

 

둑방길 끝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누군가 길을 막아 놓았다. 당황스러워서 누가 길을 막은 거야? 하며 짜증이 날 뻔했는데 붙여 놓은 종이를 읽어보니 이곳에서 염소를 키우시는 분이 염소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이므로 지난 다음에는 꼭 울타리를 원위치 해 놓으라는 당부가 있었다. 그렇군 하며 빙그레 웃고 길을 이어간다.

 

마을길로 들어온 길은 구릉지로 펼쳐진 마을밭, 양파밭 사이로 걸으며 학림경로당을 지난다. 

 

구릉지 사이로 이어지는 마을길의 가을 풍경은 양파밭, 마늘밭의 푸르름으로 생기가 가득하다.

 

당산 자락을 돌아온 길은 다시 간척지 평야를 가로지르며 대황리에서 흑석리로 넘어간다. 그런데, 간척지 풍경이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중부 이북의 서해랑길을 걸으며 만난 대부분의 간척지에서는 벼를 한번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간척지에 양파를 키우고 있었다. 서산에서는 간척지 논에 벼을 수확하고 나서 겨울에 양파를 키우는 이모작 농가가 여럿 있다고 한다. 흑석소류지 인근에도 온통 양파밭이다. 멀리 태안 화력에서 넘어온 송전선이 지나는 망뫼산을 향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망뫼산 자락의 고개를 넘기 위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들판으로 이어진 양파밭을 보면 이곳이 무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양파 생산량은 전남 무안이 월등하다. 무안은 서산보다는 날씨가 따뜻해서 양파를 이모작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생산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고개를 넘는  오르막 마을길에서 만난 감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가을 햇빛을 받아서 더욱 아름답다.

 

고갯마루에서는 흑염소를 키우는 농가도 만날 수 있었다. 늘 한두 마리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동물이다. 가을이면 텃밭에서 고구마을 수확하며 줄기는 버렸는데, 해안 둑방길을 걷다 보니 고구마 줄기를 둑방에 널어 말리고 있었다. 흑염소가 잘 먹는다고 한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역마다 조례로 정해지는데 일정한 마릿수 이상이면 허가도 필요하다.

 

고갯길을 넘으며 앞서 걸으시는 두 분이 있었는데 산책하는 모습이 조금은 특이했다. 동네 주민인 모양이었다. 한분은 개줄을 잡고 걸으시고 다른 한분은 쇼핑 카트를 끌고 가셨다. 그런데, 어느 정도 걸은 다음에는 개줄과 쇼핑카트를 바꾸어서 걷는다. 개줄은 그렇다 치고, 왜 이런 길을 걷는데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니실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추측하기는 산 주위를 산책하면서 밤을 줍는 것이 아니신가 싶었다. 아무튼 즐거운 농촌 생활을 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반월골로 내려온 길은 계곡길을 따라서 간척지 논으로 향한다.

 

가로림만 내부에서 수행한 가장 큰 규모의 간척지답게 광활한 간척지 논이 펼쳐진다. 일부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모습도 있었다.

 

가을철 수확이 끝난 논길에서는 하얀 공룡알들이 진풍경이다. 누군가는 마시멜로라고도 부른다. 베일러라는 장비를 가지고 짚을 둥글게 말아 놓은 것을 베일(bale)이라고 하는데 그 주위를 베일러 네트라고 부르는 낚싯줄 같이 생긴 망으로 감싸서 꽁꽁 묶은 다음에 다시 비닐로 말아 놓은 것이다.

 

다리를 통해 간척지 수로를 건너면서 팔봉면에서 지곡면 중왕리로 넘어간다. 위험한 다리라는 경고판이 있는데 보강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오후 4시가 넘어가는 시간, 하늘은 벌써 어스름해지기 시작한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석양도 구름에 가려 어둡고, 저녁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의 모습에서도 쌀쌀함이 느껴진다.

 

중왕리로 넘어온 길은 마을길을 가로지르며 망리산 자락의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서산 창작 예술촌이 바로 앞에 있다는 표식도 등장했다.

 

마을 뒤 언덕 위에 부성초등학교 중왕분교가 있었는데 그곳을 서산 창작 예술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길은 언덕 위 학교 자리로 향한다.

 

서산 창작 예술촌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언덕 위에 오르니 쓰레기만 뒹굴고 있었다. 안전 문제로 철거하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가로림만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곳에 생길 새로운 공간은 어떤 곳이 될지 기대가 된다. 임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옛 학교 자리 이후의 임도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고갯마루에서 물 빠진 가로림만을 바라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고갯길 끝에서 만나는 것은 왕산이로 도로다.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하여 도로변을 걷다가 중리어촌체험마을 쪽으로 우회전한다.

 

지곡면 뻘낙지 표식을 따라 중리어촌체험마을로 도로를 따라서 산을 내려간다. 고도를 50여 미터 급격히 내려간다. 무안 양파, 서산 양파, 무안 낙지, 서산 지곡면 뻘낙지, 무안 공항, 서산 공항까지 다르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면적과 인구는 서산시가 무안군에 비해 약 두 배 가량이다.

 

중리 포구 앞 공원에는 무안처럼 커다란 낚지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중리 포구를 뒤로하고 해안선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원래 계획은 이곳까지 걷기를 하고 체험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었으나 전화로 확인하니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77코스를 끝내고 지곡면 읍내나 대산읍 읍내로 나갈 계획이다.

 

중리 포구 이후의 해안선으로는 중리 어촌 체험 마을 덕분에 데크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었다.

 

둑방길에서는 귀여운 새끼 염소도 만난다. 어미는 줄로 묶어 놓았지만 새끼들은 자유롭다. 새끼 염소와 부모는 보이지 않는 줄이 묶여 있지 않을까 싶다.

 

해안 둑방길을 걸어온 길은 해안을 벗어나 도성 3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등 뒤로는 서쪽 하늘로 해가 지고 있지만 구름에 가려서 화려한 석양은 아니다. 그래도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온 77코스는 지곡면 도성 3리 마을 회관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벽화도 그리고 화단도 가꾸고 있는 예쁜 마을이었다. 아름다운 마을 때문일까 요즘에는 도통 잡기 어려운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었다. 버스 시간도 애매하고 택시를 부를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지나던 트럭을 세워서 큰길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숙소까지 추천해서 데려다주셨다. 트럭 짐칸이라 찬 바람을 그대로 맞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 마저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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