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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은 후망산 아랫자락으로 이어지는 원이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누리재 고개에서 74코스를 시작한다. 이원면 내리에서 관리로 넘어가면서 논골을 지나 노인봉(165m) 임도로 진입한다. 양개고개를 지나서 국사봉의 임도를 따라 산을 내려오면 사관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며 모세골을 지나 당산 3리에 이른다.

 

서해랑길 74코스는 원이로 도로 누리재 고개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한다. 원이로 큰길을 벗어나 해안 방향 동쪽으로 이동한다.

 

누리재에서 출발한 길이 해안 마을을 향해서 산을 내려가며 길은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서 관리로 넘어간다.

 

들판으로 내려오니 이곳은 가을 농사가 한창이다. 내년 봄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마늘과 양파를 심고 있다. 가로림만 바다에 접하고 있는 이곳은 육지에서 가까운 섬은 육지와 연결하여 농토를 일구었지만 가로림만  안쪽에도 여전히 섬들이 있다. 동쪽으로 보이는 것은 고파도로 태안이 아니라 서산시에 속해 있다.

 

마을 농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간척지 논을 가로질러 논골 마을로 향한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난 논을 보니 이렇게 또 일 년이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척지 논을 지나온 길은 계곡으로 이어진 논골 마을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논골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길에서는 은빛 억새가 가을빛을 받아 화려한 춤을 춘다.

 

같은 벼과 식물이지만 억새는 논둑에서 누구 하나의 보살핌도 없이 스스로의 강인한 생명력 만으로 살아남고 자손을 이어가는 찬밥 취급이고 벼는 귀한 식량 취급을 받는다. 그나마 억새가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시기는 가을뿐이다. 식량 작물로의 가치는 없지만 억새의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논골 마을을 지나온 길은 사관로 도로를 가로질러 노인봉 임도로 진입한다. 이 도로는 우리가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면 다시 만날 도로이기도 하다.

 

향기로운 가을 냄새가 가득한 노인봉 임도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11월 초의 숲 그늘은 서늘하다.

 

그늘을 벗어나 따스한 양지로 들어서면 몸이 따뜻해지는 온기가 반가운 계절이다. 능선 위로 올라서니 북쪽으로 가로림만 입구의 대산 산업 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풀이 길게 자라나서 이곳이 길 맞나? 하는 구간을 만나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다행스럽게 그런 구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낙엽이 깔리기 시작한 임도를 걸으며 가을을 만끽한다.

 

노인봉 아래를 지나는 임도는 고도를 150 미터 정도까지 올리고 이후로는 능선을 따라서 국사봉 방면 남쪽으로 향한다.

 

임도 바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바닥에서 새로 올라오는 풀들만 보면 지금이 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질경이다. 가을에 생기는 열매 씨앗으로 퍼지는 식물이니 한해살이 풀이라 생각했는데, 질경이는 거의 무한한 수명을 가진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 없이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온다. 여린 잎을 나물로도 먹고 씨앗은 약재로 쓰는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풀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잡초는 없다.

 

노인봉을 지난 길은 이전 코스에서 만났던 볏가리 마을에서 시작한 솔향기 3코스와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솔향기길 3코스는 새섬 리조트까지 간다.

 

노인봉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임도는 편안한 길과 함께 곳곳에서 좋은 전망을 제공한다.

 

좌측으로는 가로림만 바다가 우측으로는 가제산을 비롯한 태안 북부의 산악 지대가 펼쳐진다.

 

완만한 임도의 솔향기길 3코스의 표지판은 밤섬 나루터로 향한다. 서해랑길은 밤섬 나루터로 나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양개고개 인근의 쉼터에서 가로림만 전망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국사봉 자락으로 들어간다.

 

완만한 국사봉 임도를 기분 좋게 내려간다. 늘 이런 편안한 길이면 좋겠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길도 늘 이런 길만 있는 것이 아닌 법이다. 해안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는데 이곳이 가로림만 바다 너머로 동쪽을 바라보는 위치이다 보니 해돋이를 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서 낙엽을 뺄 수는 없지 않은가!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황홀하지만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낙엽 밟기가 왠지 미안한 느낌이다. "낙엽은 다음 해 봄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나무의 과감한 변화의 선택"이라는 말도 멋있기는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자연계 순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시각에 더 눈길이 간다.

 

산아래로 밤섬이 보이는 위치에 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전망 맛집답게 이곳에는 "해맞이터"라는 표식이 세워져 있었다.

 

본격적인 국사봉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발을 바닥에서 떼기만 하면 몸무게가 알아서 몸을 앞으로 밀어준다.

 

산에서 내려온 길은 사관로 도로를 따라서 마봉산 자락까지 갓길을 따라 걷는다. 솔향기길 3코스는 해안으로 나가서 밤섬 나루터를 거쳐 해안길을 따라 새섬리조트까지 가는데 아마도 길이 녹록지 않아 서해랑길은 도로 갓길을 따라 걷도록 변경한 모양이다. 차가 많지 않은 곳이지만 갓길이 넓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당산 3리를 지나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밤섬 나루터 인근의 숙소에서 하룻밤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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