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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길과 함께 이원 반도 북쪽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는 서해랑길 72코스는 중막골 해변을 지나서 군인들이 해안 경비를 위해 다녔던 해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길을 이어간다. 중막골 해변을 출발하면 여섬 앞을 지나고 가마봉 전망대를 거쳐서 근욱골 해변에 이른다.


솔향기길 1코스와 서해랑길 72코스의 중간 지점인 중막골 해변에 도착했다. 솔숲과 갯바위, 모래 해변, 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답게 주위로는 많은 펜션과 캠핑장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4시를 바라보는 시각, 눈부신 가을 태양은 서서히 바다로 내려가고 있다.


해안 풍경을 감상하다가 해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뭐라도 요기할 겸 들어갔지만 마땅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는 72코스는 계획에 없었다. 71코스를 끝내고 꾸지나무골로 들어오지 않고 원이로 대로변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시간도 이르고 다음 버스 시간까지도 많이 기다려야 해서 72코스 일부를 걷기로 했던 것이다. 중막골 해변에서 길을 빠져나갈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오르락내리락 해안 산책길은 부지런히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도착 시간을 초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다음 버스 시간을 생각하며 조금 더 걷고 있는 중이다. 해안 산책길은 아름답지만 집으로 돌아갈 교통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그래도 해안길을 조심조심 걷다 보면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세상일에 대한 생각도 어느새인가 날아가 버린다. 지레너머를 지나 산허리로 지나는 숲길을 걸아간다.


해안 산책로에서 보이는 여섬 주위로 물살이 보통이 아니다. 명량해전이 있었던 울돌목의 물살만큼은 아니지만 거센 물결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여섬은 꽤깔도라고도 불린다. 줄에 매달린 온갖 산악회의 리본들을 보니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트레일임을 알게 해 준다.


돌앙뗑이라는 곳에 이르면 작은 전망대에서 여섬의 거센 물결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앙뗑이는 절벽의 태안 사투리라고 한다.


가을 하늘과 바다를 수놓는 오후의 눈부신 태양도 여섬 주위를 흐르는 거센 물결도 일품이다.


지금은 물이 들어와서 작은 모래 해변과 여섬을 보지만 물이 빠지면 여섬까지 이어진 바위 해변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여섬 주위의 거센 물살은 섬 주위의 바위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인 모양이다.


숲길에서 보랏빛의 투구꽃을 만났다. 뿌리에 독성이 있다는 식물이다.


아찔한 해안 절벽길을 이어간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조금 힘겹기는 하지만 해안 절경만큼은 일품이다.


가끔씩 숲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존재들은 걷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큰 갓버섯은 마트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선조들은 요리해서 먹던 식용 버섯이라고 한다. 식용이든 독버섯이든 트레일에서 만나는 버섯은 그저 관상용이다.


길은 어느덧 노을이 아름다운 가마봉 전망대에 이른다. 태양도 조금씩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가마봉 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조금 전에 우리가 지나왔던 여섬도 보이지만 북쪽으로는 울도, 지도, 선갑도, 덕적도처럼 인천시 옹진군에 속해 있는 섬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시야각만 허락하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에는 솔향기길 1코스를 개척했다는 솔향기길 지킴이 차윤천 님의 인형과 함께 사진도 한컷 남길 수 있다. 한 사람의 열정이 많은 이들에게 유익을 끼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마음에 그분의 생각을 담아본다.


가마봉 전망대를 지난 길은 다시 해안 숲길 걷기를 이어간다. 물이 들어온 서해 바다를 보며 걸으니 이곳이 동해 바다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수룽구지 팻말과 작은 해변을 지난다.


노루금과 칼바위 지역도 지난다.


칼바위를 지나면 산 아래로 근욱골 해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은 한 양식장이 자리하고 있는 근욱골에 도착한다.

솔향기길의 여러 특징 하나라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표지판이 많다는 것인데, 아주 친절한 표지판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는 큰 도움을 받았다. 솔향기길은 중간중간에 빠질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버스길까지 3백 미터라는 정보가 있는 것이다. 때마침 다음 버스 시간도 적당해서 이곳에서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여행 때 남은 길을 걷기로 했다.


근욱골은 짧은 이동 거리로 버스를 탈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였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시 시간을 같이 보낸 아기 고양이들. 아마도 먹을 것을 구하러 간 어미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니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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