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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에 있는 국립 역사박물관을 국립 대만 박물관 바우처로 잘못 구입한 덕분에 국립 대만 박물관과 타이베이 국립 역사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했던 우리는 인근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타이베이 식물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다. 오전 일정 중에 제일 좋았다. 그것도 무료입장이었다.

 

입구에 놓인 안내서를 집어 들고 박물관을 다니며 쉬지 못한 목을 축이기 위해 자판기에서 음료수 2개를 20 NTD에 구입해서 우거진 숲길로 들어간다. 12월 첫날 화창한 가을 날씨 같은 분위기 속에서 타이베이 식물원을 걸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숲 속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양한 생강 품종들을 키우고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식물원의 규모가 작지 않고 식물원은 계획한 여정도 아니므로 이번 여행에서는 식물원의 일부분만 돌아보기로 했다. 

 

다양한 생강 품종에 감탄사 연발이다. 우리나라는 소생강, 중생강, 대생강 정도로 키우는 생강의 품종이 단순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강의 품종은 2,5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고 햇빛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진 생강이니 따뜻한 대만에 이렇게 많은 생강 품종을 기르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이건 나무야? 생강이야? 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키 큰 야자수 나무가 이곳은 따뜻한 곳이야! 충고를 던지는 것 같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가산장(假酸漿, Trichodesma calycosum Collett & Hemsl)이라는 꽃에 나비가 날아들어 한창 꿀을 팔고 있다. 원주민들은 잎을 식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12월에 꽃과 나비라니......

 

생강 영역을 지나니 우람한 대나무들이 자태를 뽐내는 영역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같으면 봄의 절정이 지나야 올라올 죽순이 이곳에서는 12월인데 올라오고 있다.

 

시퍼런 대나무 숲에서 생생한 에너지를 받아간다.

 

다양한 대나무 품종을 작은 공간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었다.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대나무 품종을 키우고 관리하려다 보니 일부에서는 나무끼리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뿌리를 억제하는 장치도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정성으로 키운다는 느낌을 받는다. 야자나무줄기 같은 줄기 모양의 대나무도 있다.

 

다양한 대나무 종류가 있다 보니 줄기 무늬가 독특한 대나무도 만난다

 

물이 아주 맑아 보이지는 않지만 식물원 연못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은 참 좋은 환경에서 산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져 사는 아름다운 습지를 뒤로하고 식물원을 빠져나간다.

 

다음 여정인 다안공원 인근 주말 꽃시장으로 가기 위한 경로는 아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제야 원래 여행 계획대로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지우펀 여행에서 해변 버스 정류장에서도 만났던 버스 도착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를 여기에서도 만났다. 이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한참을 찾았는데 전자 종이 디스플레이(E-paper Display)였다. LCD나 LED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아주 낮은 전기에도 동작하고 튼튼한 것이 장점인데 전기를 가하면 위치를 바꾸는 전자 잉크의 특성을 활용하여 그림이나 글씨를 표시한다. 반응 속도가 느리지만 일단 표시가 완료되면 일반 종이처럼 추가적인 전기가 필요 없다는 특성이 있고 시야각이 제한적인 LCD나 LED와는 다르게 훨씬 넓은 시야각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성들을 보니 대중교통 안내에 딱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식물원 앞에서 204번 버스를 타고 얀핑 중학교(延平中學) 앞에서 내리면 지앤궈 주말 꽃시장(建國假日花市)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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