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차 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여정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이다. 국립 대만 박물관 티켓으로 한국에서 구입한 바우처가 국립 대만 박물관 것이 아니라 국립 역사박물관 바우처이어서 현금으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는데 지금 향하고 있는 국립 역사박물관도 그 바우처의 대상이 아닌 것을 모르고 그냥 걷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여행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것에서 큰 것이 나오는 법, 국립 역사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만남이 있었다. 대만의 총통부 건물을 지난다. 일제강점기 대만 총독부로 지어진 건물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총독부 건물로 이용하던 중앙청 건물이 있었다. 5.16 쿠데타나 12.12 군사반란 때만 해도 무장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던 바로 그 자리이다. 한국 전쟁 때는 서울 수복의 상징적인 의미로 대한민국 해병대가 태극기를 게양하던 곳이기도 하다. 경복궁 앞을 가로막고 있던 중앙청 건물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철거 되었고 건물 일부가 독립기념관에 남아있다. 시대 상황이나 환경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대만과 우리다.
울타리 너머로 넘어온 마늘 덩굴(Garlic Vine)의 보라색 꽃이 지금이 12월인 것을 까맣게 잊게 해 준다.
2.28 평화 공원 끝자락에 있는 작은 종을 마지막으로 공원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동쪽으로는 10차선의 카이다거란 대로(凱達格蘭大道) 끝에 타이베이성 동문을 보면서 걷는다.
2.28 평화 공원 아래쪽에는 지에쇼(介壽公園) 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만 역사에 있어 장제스와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린썬(林森)의 동상도 지난다. 장제스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장제스 후임으로 본토에서 중화민국의 주석을 맡았던 인물이다. 린썬 사후에 다시 장제스가 주석직을 이어받았고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장기 집권을 이어간다.
동남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잎이 풍성한 가로수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길 건너편으로는 타이베이 시립 홍다오 중학교(臺北市立弘道國民中學)도 지난다. 12월 초에도 낙엽이 지지 않는 가로수를 가진 훌륭한 길이다.
우리나라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대만 기상청(交通部中央氣象署) 앞을 지나면 남문(臺北府城南門) 교차로 앞에서 우회전하여 국립 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한다.
남문과 국립 역사박물관을 연결하는 도로의 이름이 애국서로(愛國西路)인데 다른 풍성한 가로수들과 어우러진 야자수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남문 뒤편의 골목길로 길을 이어가는데 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TTL(臺灣菸酒股份有限公司總公司, Taiwan Tobacco & Liquor, 대만담배주류공사) 앞을 지난다. 관공서가 아닌데도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담배인삼공사와 비슷한데 대만에서는 담배와 술을 독점하다시피 한 공기업이다. 전통 고량주뿐만 아니라 맥주도 생산한다고 한다. 타이베이 경찰서 중정지소 앞을 지나면 국립 역사박물관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박물관 인근에는 크리스천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는 연합회 건물도 있고 대만 수공예품 박물관도 있었다. 교회 건물이라고 하는데 한국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벽면에 새겨진 한자는 성경의 한 구절이다.
국립 대만 예술 교육관(國立臺灣藝術教育館)과 남해극장(南海劇場)을 지나면 국립 역사박물관에 닿는다. 이제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착각은 이내 깨지고 만다.
드디어 국립 역사박물관에 도착하여 앞서 국립 대만 박물관에서 거절당했던 바우처로 입장하려 했더니 이곳도 바우처의 대상이 아니란다. 억! 알고 보니 같은 이름의 박물관이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타이난에도 있는데 필자는 타이난 표를 구입하고는 타이베이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왕 온 것 1인당 80 NTD를 지불하고 입장했다. 이곳도 야구 우승 관련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티켓과 함께 내년 초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입장권을 주었다.
사실 국립 대만 박물관도 내용이 넉넉한 곳이 아니었지만 이곳 국립 역사박물관은 입장료는 두 배가 넘는데 내용은 국립 대만 박물관에 비해 훨씬 빈약했다. 그래도 고양이 집사인 아들 덕분에 고양이 그림에는 유독 눈길이 간다.
"우리가 함께했던 황금기"라는 이름의 전시관에서는 국립 역사박물관의 발전 과정과 선사 시대를 비롯한 전시물도 소소하게 있는 곳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여성 현대 미술 작가 3인의 작품도 천천히 감상한다.
고대 청동 유물과 12 지상과 같은 유물을 전시한 곳도 있었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광서제 당시 화폐 광서통보를 주조했던 틀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유물인 줄 알았는데 폐기물로 만든 현대 작품이었다. 중간에 있는 마우스를 보고야 청동 유물이 아니라 현대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투웨이청의 "Vessel of fleeing souls"라는 작품이다.
수묵화와 산수화를 전시하는 곳도 있었고 위로 가면 사회 참여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공간도 있었다. 이 공간을 끝으로 정말로 소소했던 국립 역사박물관 관람을 끝낸다.
'여행 > 해외 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 1차 여행기 - 주말 꽃시장, 옥시장과 대만 출국 (0) | 2025.03.05 |
---|---|
대만 1차 여행기 - 타이베이 식물원 (0) | 2025.03.04 |
대만 1차 여행기 - 국립대만박물관 (0) | 2025.03.03 |
대만 1차 여행기 - 닝샤 야시장 (0) | 2025.03.02 |
대만 1차 여행기 - 인양하이 해변과 지룽 (0)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