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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던 해파랑길 35코스는 심곡리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 여정의 고비가 될듯하다. 그렇지만 200미터 내외의 높지 않은 삿갓봉을 향하는 산길이 완만한 오르막이므로 헉헉대며 땀이 흐르기는 하지만 오르기 좋은 길이다.

 

심곡리 해안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어떤 것은 구멍이 송송 뚫려있고 어떤 것은 떡시루처럼 차곡차곡 층을 이룬 것도 있다. 바위 사이로 물이 들어와 투명한 물아래로 바위 밑동이 보이니 맑은 물에 다시 한번 놀란다.

 

물안경 끼고 물에 첨벙하고 들어가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스노클링 하며 다니고픈 그림이다. 

 

강원도 3대 미항 중의 하나라는 심곡항의 방파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강원도 3대 미항의 나머지 두 곳은 삼척시 초곡항, 양양군 남애항이다. 모두 해파랑길이 지나는 항구들이다.

 

정말 독특한 바위들이 항구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산줄기가 병풍처럼 마을과 항구를 감싸고 있는 심곡항의 모습이다. 심곡리는 깊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마을 이름처럼 심곡항에서 내륙으로 이어진 골짜기를 따라 마을이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같은 길을 걷던 강릉 바우길 9코스와 해파랑길 35코스는 심곡항 입구에서 잠시 길을 달리한다. 강릉 바우길은 마을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바로 계단을 올라 헌화정과 전망대를 지나 산을 내려오면 심곡리 복지회관 인근에서 해파랑길을 다시 만난다. 해파랑길은 전망대를 오르는 경로를 생략하고 곧바로 마을길을 통해 심곡리 복지회관을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심곡항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동 심곡 바다 부채길로 들어가는 매표소로 갈 수 있다. 유료 입장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로 폐장이었다. 35코스가 어차피 정동진으로 도착하므로 산으로 가는 해파랑길의 원래 코스 대신 바다 부채길 해안길을 통해서 정동진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폐장이므로 우리에게는 코스를 선택하기 위한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심곡리 복지회관 옆의 운동 시설이 있는 곳에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있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 고비인 삿갓봉을 오르는 길이다.

 

마을 뒷산을 넘어가는 오솔길은 경사도가 있기는 하지만 콘크리트로 포장해 놓은 깔끔한 길이었다. 숲 속 오솔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해 놓은 길은 생전 처음이지 않나 싶었다. 레미콘이 올라올 수 있는 임도를 포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지게 하나 메고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포장해 놓다니...... 사람이 일일이 져다 날랐어야 할 텐데 공사는 또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경사가 높아 헉헉거렸지만 좋은 산책로에 기분은 좋았다.

 

잠시 헤어졌던 강릉 바우길과 해파랑길은 삿갓봉을 향하여 길을 간다. 시그널이 넉넉하므로 길 찾기는 무리가 없다. 긴 장대 위에 새 조각을 올려놓는 파란색 솟대 그림이 강릉 바우길을 나타낸다.

 

해안에서 오솔길을 통해 백여 미터 올라오면 평평하고 넓은 고원지대를 만난다. 들판의 모습을 보니 스페인 북부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난다. 산지를 개간해서 소 먹일 풀을 키우거나 밀이나 옥수수를 키우던 들판이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너무도 좋았던 추억이다.

 

심곡리 마을길을 벗어나면 해안길에서 정동진까지 이어지는 헌화로 도로를 다시 만난다. 헌화로 도로변을 얼마간 걷다가 좌측 숲길로 꺾어져 들어가야 한다.

 

헌화로 도로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야 할 숲길에는 해파랑길 리본도, 강릉 바우길 표식도 붙어 있다. 바우길 리본은 그림처럼 파란색과 흰색으로 구성한 리본이다. 길을 건너야 하는데 별도의 횡단보도가 없으므로 길을 건널 때 주의해야 한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오래간만에 밟는 거친 산 흙이다. 땅이 척박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그런지 키 작은 소나무들이 이어진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같이 있는 바우길 리본과 해파랑길 리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삿갓봉을 향하는 중턱에서 바라본 바다 쪽 풍경과 내륙 쪽 풍경이다. 바다 쪽으로는 금진항 위에 있던 금진 온천의 호텔이 보인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금진항 쪽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기마봉에 오르거나 밤재 휴게소 쪽에서 기마봉에 올라 외솔봉과 인근에 있는 삿갓봉을 거쳐 우리가 오르고 있는 길로 하산하는 방식을 많이들 택하는 모양이었다. 내륙 쪽으로 보이는 산줄기는 기마봉, 외솔봉,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인 모양이다.

 

삿갓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226미터 삿갓봉은 이곳에서 2분 거리에 있다. 우리는 정동진으로 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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