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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4코스에 이어서 걷는 35코스는 한국 여성 수련원에서 길을 시작하여 강릉 바우길 9코스와 길을 함께한다. 헌화로라 부르는 해안길을 따라 금진 해변과 금진항을 지나 심곡리에 이른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안길을 걷는다.

 

한국 여성 수련원을 출발한 해파랑길 35코스는 금진리 마을길을 통해서 금진 초등학교 방향으로 이동한다.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의 솔 숲을 걷는 명품 산책로다.

 

영농 폐비닐 집하장을 보니 잘 만들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 농촌에 사는 필자의 경우에도 주변에 비닐을 대충 버리거나 하천변에서 태우는 일로 이맛살을 찌푸릴 때가 있었는데 작은 부락마다 이런 영농 폐비닐 집하장이 있다면 좋겠다 싶다. 농약병도 따로 수거해서 이렇게 폐비닐이나 농약병을 모아놓으면 한국 환경 공단에서 돈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괜찮은 정책이다 싶다.

 

커다란 소나무 숲 속에서 둘이서 호젓하게 걷는 기분이란, 정말 좋은 산책로였다. 길이가 짧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헌화로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이제부터는 헌화로 도로변을 걷는다.

 

금진항에서 심곡항으로 이어지는 헌화로는 1998년 바다를 메워가며 만든 길이라 바다 바로 옆을 따라가며 바위 해안을 실컷 즐길 수 있고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너울성 파도가 밀려오면 위험해서 도로 자체를 통제한다고 한다. 통행 안내 표지판이 현재는 "동행 가능"이지만 가림막을 위로 올리면 "너울성 파도로 통행 불가"가 표시될 것이다.

 

조용한 금진 해수욕장의 모습이다. 큰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폭 150미터  길이 900미터에 이르는 아주 작은 해수욕장도 아니다.

 

서핑 샵이 여러 개 성업할 정도로 금진 해변도 서퍼들이 찾는 해변인 모양이다. 수도권에서 접근하기도 좋다. 대관령을 넘어서 바로 동해 고속도로 옥계 IC에 빠지면 금진 해변은 바로 앞이니 접근성이 좋다. 서핑을 배우는 청년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저런 여유를 누리며 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본적인 경제 기반이 다져지면 알아서들 할 것이지만 말이다.

 

멀리 금진항의 방파제를 지키는 등대와 그 위로 언덕 위에 세워진 금진 온천이 있는 호텔도 눈에 들어온다. 지하 1천 미터에서 퍼 올린다는 온천이다.

 

헌화로를 걷다가 뒤돌아본 금진해변의 모습 결코 작지 않은 해변이다. 멀리 옥계면 초입에 있었던 시멘트 공장도 보인다.

 

가파른 해안을 지날 때면 자전거길도 인도도 없는 좁은 해안길을 지나가야 한다. 멀리 금진항이 보이는 지점의 바다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정말 맑다.

 

길을 걷다가 버스 이름을 보고는 빵 하고 터졌다. 이웃에 놀러 다닌다는 의미의 "마실"이 버스 이름에 있는 것이다. 강릉시에서 운영하는 공영 버스로 이름하여 "마실 버스"다. 강릉시 공공형 버스의 브랜드인 셈이다. 마실 버스는 강릉시의 농촌 지역 위주로 운행하고 간선버스나 일반버스로 환승하는 체계이다. 

 

금진항에 도착했다. 항구 내부에도 바위 해안이 있는 독특한 모습의 어항이다.

 

금진항부터는 데크길이 있어서 위험한 도로를 벗어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어항 바로 옆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진항에서 바다 부채 길이 시작하는 심곡항과 정동진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길을 이어간다. 금진항 한쪽에는 금진 소공원에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등산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버스를 대절해서 여행하는 산악회로 보였는데 우리처럼 해파랑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금진 3리로 이어지는 기마봉 등산 코스를 향할 수도 있다. 많은 산악회들이 기마봉 산행과 바다 부채 길을 이어서 걷는 코스를 개발해서 진행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길을 이어간다.

 

금진항 입구에는 아치형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아치는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고 한쪽으로는 강릉 바우길의 문양에 있는 새 조각을 올려놓았다.

 

아치형 조형물에서 바라본 금진항 방파제의 모습이다. 2월에서 5월까지는 동해안의 다른 항구들처럼 이곳에서도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가자미 회무침을 맛보고 올걸 그랬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진항에서 심곡리로 가는 길은 보행로가 있어 맑은 물과 바위 해변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았다.

 

바다 쪽으로는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육지 쪽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길이었다.

 

떡시루와 같은 지층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바위를 보면 억겁의 세월 속에서 먼지 톨 같은 시간을 살다가는 미미한 존재인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해안의 바위들 너머로 멀리 심곡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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