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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 해변을 지난 해파랑길은 대진항을 거쳐서 철길을 따라 망상 해수욕장을 지난다. 

 

어달 해변을 떠나 일출로를 따라 해변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있는 특이한 한진 등대를 만난다. 보통 등대라 하면 규모가 있는 등대는 언덕 위에 설치하고 작은 등대는 항구 입구에 설치하기 마련인데 이 등대는 길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추측하기로는 인근 대진항까지 해변으로 암초 지대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해안 바위 지대 뒤로 대진항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항구보다 유난히 키가 작은 등대들이 설치되어 있다. 빨간 등대는 배 모양, 하얀 등대는 봉수대 모양이다. 인근에 185.8미터의 봉화대산이 위치한 까닭인 모양이다.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대진항을 지나서 대진항 입구에 널찍하게 마련되어 있는 광장에서 잠시 쉬어 간다. 작은 공연장처럼 해가림이 있는 공간이었는데, 서퍼들이 많이 찾는 대진 해변인 만큼 서퍼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겠다 싶었다.

 

사실 대진 해변에서 노봉 해변을 거쳐 망상 해변까지 갈 수도 있지만 해파랑길은 대진 해변으로 들어가지 않고 모래 해변 뒤쪽으로 철로를 따라 이어지는 일출로 도로변을 걷는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본 대진항의 모습. 배 모양으로 서핑숍과 카페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 독특하다. 북쪽의 도직 해변, 망상 해변부터 이곳까지 4Km가 넘는 모래 해안이 끝나는 곳이다. 

 

노봉 해변을 지나는 길에는 넝쿨 장미가 반원형 가이드를 따라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마상천을 건너는 작은 다리를 지나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망상역이 있다. 실제로 코레일 사이트에 가면 망상 해수욕장 앞에 있는 망상 해변 역은 있지만 망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망상역 옆으로는 아주 특이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철도공사의 망상 수련원이다. 사진에 보이는 회색 건물로 숙박 시설을 철로 위에 지어서 기차가 건물 아래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도로나 철도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2000년에 이미 법 개정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모델은 국가의 토지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건축비로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사례로 새로 건설되는 수도권 전철 역사에 청년들을 위한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장미 울타리가 양쪽으로 나란히 심긴 노봉 해변 뒤쪽 길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해변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망상 제2오토 캠핑장으로 진입한다. 동해시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비수기 평일에는 카라반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망상 오토 캠핑장을 지나는 길, 넓은 해변답게 유료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해수욕장 바로 뒤로 넓은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간다.

 

그야말로 광활한 망상 해수욕장으로 진입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늦여름 친구와 둘이 티코에 텐트 하나 싣고 이곳에 왔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사람들이 없는 망상 해변에서 석유 버너에 꽁치 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고 해변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들을 모아다가 작은 캠프 파이어도 했었다. 주차장도 편의 시설도 없던 시절, 남은 기억이라고는 솔숲과 텐트, 꽁치찌개, 경차 티코로 힘겹게 넘었던 대관령과 지루했던 영동 고속도로뿐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망상 해수욕장을 대표하는 빨간 시계탑. 동해의 붉은 태양을 상징하는 모양이다.

 

모래 해변과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 삼아 세워져 그야말로 공중에 떠있는 시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리판에 새겨진 시들을 보니 잠시나마 압운의 매력에 빠진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와 이채민의 파꽃이다. 유안진의 시에서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깊은 소망을 표현했다면 이채민의 시에서는 "있던가"라는 표현으로 과거를 통한 강력한 갈망을 표현하는 듯하다. 두 편의 시 모두 지긋한 나이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가슴으로 읽는 시였다. 똑바로 서서 읽으면 모래 배경이고 자세를 낮추어서 읽으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읽을 수 있다.

 

잘 정비되었지만, 상업 시설이 넘치지 않는 망상 해수욕장이 참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망상 해수욕장 한쪽에는 ANGVA 2009 동해 EXPO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9년에 세계 41개국 5,400여 명의 천연가스 관련 전문가와 관련자들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했던 곳이라 한다. 앙바(ANGVA)는 아시아 태평양 천연가스 차량 협회를 의미한다. 도시에서 달리는 천연가스 버스 등을 다루는 협회인 것이다. 디젤 버스와 비교하면 대기 오염 물질을 10% 정도만 배출하기 때문에 저공해 차량으로 취급했지만 2024년부터는 천연가스 차량은 저공해 차량에서 제외되고 전기, 수소 차량에 대한 지원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함께 지어진 동해 보양 온천 컨벤션 호텔은 7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울타리를 쳐서 보존하고 있는 망상 해안 사구. 잡초밭 같아 보이지만 80여 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해류와 파도, 바람이 만들어 놓은 구릉지인 해안 사구를 자연 식물원으로 보존하는 노력도 좋아 보인다.

 

해파랑길은 엑스포 전시관과 컨벤션 센터 사이의 길로 좌회전했다가 오토 캠핑장 방면의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전시관 뒤쪽으로 나오니 이곳은 벚꽃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주 해파랑길을 걸으며 일주일 후에는 벚꽃이 절정이겠구나 하며 기대를 가지고 일주만에 다시 동해를 찾은 것인데 이곳에서 벚꽃 축제를 벌이게 되었다.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강한 바람 덕택에 꽃잎에 따귀를 맞는 호사를 누리는 길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벚꽃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정오의 햇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사진에는 잡히지 않지만 때마침 부는 강한 바람에 벚꽃의 꽃잎이 눈처럼 휘날리지만 그렇다고 꽃잎이 모두 떨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바닥에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가득하지만 벚나무의 하얀 자태는 여전하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영상에 담아 보았다. 카메라에 담기는 꽃잎보다 펄럭이는 산불조심 깃발이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절정의 벚꽃을 누리는 즐거움에 정오의 따가운 태양과 오랜 걷기의 피곤함도 잠시 잊는다. 망상 해수욕장은 전시관 덕택에 이곳 저곳으로 무료 주차장이 많다는 매력도 있다.

 

컨벤션 센터 옆으로는 망상 다목적 구장이 있었는데 잔디가 깔린 파크 골프장이었다. 유료지만 잔디가 깔린 곳에서 남녀노소 관계없이 친구들이나 가족이 함께 바다를 즐기며 파크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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