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푸스(Dhampus)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전경도 여전히 좋습니다. 그사이 구름이 많아졌는데 낮은 구름이 마차푸차레에 걸려 간신히 넘어가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담푸스 입구에는 팀스와 ACAP를 검사하는 체크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사무소 앞에다 배낭을 벗어 놓고 TIMS와 ACAP를 들고 확인을 받으러 들어갔는데 담당하는 아저씨가 조금 우스운 분이었습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등을 묻고 한참 기록을 하더니 밖에 있는 사람이 옆지기라고 하니 노트북에서 뭔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동영상을 보여 주었는데 19금 영화더군요. 숙소에 가서 둘이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왔지만 다시 생각해도 우스운 아저씨였습니다. 담푸스는 참 큰 마을이었습니다. 하루 ..
포타나(Pothana)에서 팬케이크와 주스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가진 저희는 담푸스(Dhampus)를 향해서 걷습니다. 위의 지도처럼 포타나에서 담푸스까지는 바로 가는 길이 있지만 저희는 전망이 좋다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Australian Camp)를 거쳐서 가기로 했습니다. 캠프의 뿐만 아니라 캠프에서 보는 산군의 전망이 정말 좋았습니다. 포타나에서 담푸스 방면으로 조금 걸어가면 담푸스로 가는 길과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늘의 산행 종착지인 페디(Phedi)까지는 2시간 30분, 담푸스까지는 45분, 오스트레일리안 캠프까지는 30분이라는 표지판입니다. 저희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들러서 가기로 했으므로 흙길인 위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로 가는 길은 바닥이..
톨카(Tolka)에서 피탐 데우랄리(Pittam Deurali)에 이르는 길은 어찌 보면 히말라야 트레킹의 마지막 오르막 계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여정은 완만한 길을 따라 환상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오르막 끝에 위치한 피탐 데우랄리의 산장은 네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산장 앞에 걸어 놓은 오방색 깃발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룽다(Lungda)와 타르초(Tharchog) 라고 하는데 장대에 붙인 것을 룽다, 만국기처럼 줄에 걸은 것을 타르초라고 한답니다. 이후 펼쳐질 풍경의 예고편처럼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의 풍경이 끝내 줍니다. 피탐 데우랄리에서 포타나(Pothana)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라 숲길을..
촘롱으로 가는 길, 킴롱 계곡으로 가는 길, 지누단다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위치한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Heaven View Guest House and Restaurant)는 촘롱에 도착한 첫날에도 촘롱을 떠나는 날에도 이틀 밤을 묵게 된 산장이었습니다. 주인장도 부엌에서 요리하는 분도 데스크를 담당하는 분도 모두 여성인 그런 숙소였습니다. 항상 노래하면서 즐겁게 데스크를 보고 있던 주인장의 딸은 숙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방을 저희에게 내주었습니다. 5시를 바라보는 시간에 방을 얻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2층에 있는 방이었는데 방 열쇠를 찾아주고 돌아가는 주인장 딸내미에게 혹시 백숙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4천 루피가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거의 3일간 설사 복통으로 고생했던 몸 회복을 ..
뱀부에서 촘롱까지는 9.19Km로 시누아까지는 무난하고 시누아에서 촘롱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지난 다음 촘롱을 오르는 오르막이 고비입니다. 몸의 땀을 내고 수분을 공급하며 중간중간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다 보니 복통과 설사 이후로 최악으로 치닫던 몸 상태는 차츰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산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죠. 뱀부에서 시누아로 하산하는 길에도 가끔씩 오르막 계단을 만납니다. 올라갈 때만큼 오르막 계단이 지루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긴 내리막 계단을 천천히 걷다 보면 와! 어떻게 우리가 이 계단을 올라갔을까? 하면서 며칠 사이의 일로 감회에 젖습니다. 저희 ABC 트레킹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의심, 아니 확신의 지탄을 받았던 계곡물을 다시 만났습니다. 촘롱에서 ..
데우랄리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이틀째 밤은 식당에 딸린 방에서 나름 깊은 잠을 이루었습니다. 잠에는 피곤이 약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 시끄럽고 방문 밖에서 온갖 일이 있었지만 깊은 밤과 새벽 시간에는 조용했습니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도 산장에서는 소등 시간이 있으니까요. 시끄럽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덜 추운 방이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른 새벽 시간 식당에는 어제 방을 잡지 못해서 식당에 잠자리를 마련한 트래커가 홀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포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부엌과 데스크는 이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촘롱까지 16Km가 넘는 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간드룩-촘롱-뱀부에서 이어지는 ABC 트레킹 3일 차는 데우랄리(Deurali, 3,230m)까지 걷는 것으로 6.39Km로 길지 않은 경로이지만 고도가 3천 미터를 넘기는 지점이라서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경사가 급한 부분이 조금 있지만 전체적으로 계곡을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포리지와 삶은 계란으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저희를 맑은 하늘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계곡 속에 자리한 산장이라 산 그림자가 여전히 해를 가리고 있지만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최상의 날씨를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을 듯합니다. 드디어 3천 미터 고도를 넘기는 날인 만큼 나름 긴장감도 있기는 하지만 길지 않은 거리를 걸을 예정이므로 마음의 부담은 적습니다. 뱀부(Bamboo)의 고도가 2,..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한 저희는 다시 뱀부(Bamboo)를 향해서 여정을 이어갑니다. 어젯밤 숙소에서 정수제로 만들어 놓은 물이 나름 마실만 합니다. 멀리 마차푸차레(6,997m)가 보이지만 ABC까지 가는 길은 마차푸차레 쪽 산들과 모디 계곡(Modi Khola)을 사이에 둔 이쪽 산들의 허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맑은 11월의 아침, 짐을 옮기는 포터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합니다. 당나귀가 사람보다 덩치가 크다고는 하지만 등에 상당한 무게의 짐을 둘러메고 걷는 모습은 실제 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입니다. 산장이 새로 하나 들어 서기라도 한다면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이런 당나귀들의 무거운 걸음은 상당한 시간 이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아랫마을 시누아(Lower..
히말라야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숙소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Heaven View Guest House and Restaurant) 바로 앞은 지누단다(Jhinu Danda), 촘롱, 킴롱 계곡이나 간드룩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로 촘롱을 향해서 ABC 2일 차 걷기를 시작합니다. 6.8Km의 거리입니다. 저희가 묵었던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는 촘롱 이기는 하지만 촘롱 고개 정상에서 보면 지누단다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숙소이기 때문에 촘롱을 지나 뱀부까지 가려면 일단 촘롱 정상까지 올라야 합니다. 촘롱 정상까지 두 갈래 길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데 저희는 계단을 통해서 여러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계단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촘롱 고개 정상 근처에 이르니 맑은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