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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푸스(Dhampus)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전경도 여전히 좋습니다. 그사이 구름이 많아졌는데 낮은 구름이 마차푸차레에 걸려 간신히 넘어가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담푸스 입구에는 팀스와 ACAP를 검사하는 체크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사무소 앞에다 배낭을 벗어 놓고 TIMS와 ACAP를 들고 확인을 받으러 들어갔는데 담당하는 아저씨가 조금 우스운 분이었습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등을 묻고 한참 기록을 하더니 밖에 있는 사람이 옆지기라고 하니 노트북에서 뭔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동영상을 보여 주었는데 19금 영화더군요. 숙소에 가서 둘이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왔지만 다시 생각해도 우스운 아저씨였습니다.
담푸스는 참 큰 마을이었습니다. 하루 두 번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포카라로 나가는 것은 오전 10시, 오후 4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포카라에서 담푸스로 가는 버스도 있을 것입니다. 페와호 옆에 있는 할란 초크(Hallan Chok)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널찍한 담푸스 마을 길에서는 안나푸르나 남봉부터 마차푸차레를 비롯한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가리는 것 없이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파노라마로 남겨 봅니다.
마차푸차레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흰구름의 모습이 눈길을 이끕니다.
담푸스에는 네팔의 지리학자이자 예술가이자 정치인이었던 하르카 구룽(Dr. Harka Bahadur Gurung)을 기리는 공원(Dr. Harka, Dr. Chandra, Mingma Memorial Laligurans Eco-Park)이 있습니다. 하르카 구룽은 자연 보전 활동으로 유명했던 사람인데 2006년에 자연 보전 활동 중에 헬기 사고로 다른 23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2011년 그를 기리는 영화제도 열였다 하니 네팔에서는 중요 인물이었나 봅니다.
공원 안에는 소풍을 나온듯한 학생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내부의 돌길을 따라 오르면 담푸스 뷰 타워(Dhampus View Tower)로 갈 수 있습니다. 전망대와 넓은 잔디밭, 작은 연못과 탑까지 이곳 아이들의 소풍과 학습 장소로는 최적이겠다 싶었습니다.
공원 바로 앞에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희가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30분 정도이니 버스 시간은 한참 뒤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공원 앞에 있는 로컬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음 여정을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택시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페디까지 계속 걷는 것보다는 택시를 타는 것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려고 하니 식당 안은 점심시간을 맞이해서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현지인 아주머니들이 거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리도 애매해서 모모를 주문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식당 바로 옆 민가의 아주머니는 곡식을 햇빛에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할머니가 식당 쪽으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해어진 옷과 신발에 구걸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딴청을 피우며 외면하고 말았는데 작은 돈이나마 쥐어 드릴걸 하는 후회가 있었습니다. 곡식을 말리시던 아주머니는 구걸하시는 할머니에게 과일을 하나 쥐어 주시더군요. 네팔이 극빈층이 많은 편이지만 모두들 나름 만족하며 사는 모습이었는데 구걸하시는 할머니를 시골에서 처음 만났고, 반대로 식당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은 복장도 그렇고, 점심을 외식으로 해결하는 모습도 그렇고 부유해 보였습니다. 네팔도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저희의 점심 식사는 모모와 토스트, 환타 한병을 시켰는데 780루피를 지불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먹었던 모모와 다르게 주문하니 그 자리에서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모모를 만들어 쪄내 오는 식이었습니다. 30여분 기다리는 시간이 흠이었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저희는 치킨 모모를 시켰는데 2 접시를 시킬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일단 페디(Phedi)를 향해서 출발했습니다. 오후 4시까지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위 공원에서는 소풍 나온 학생들이 선생님 앞에서 열중하며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페디를 향하여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택시가 한대 멈추더니 포터로 보이는 한 명과 두 명의 트래커가 차에서 내리며 배낭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뭔가 의식을 행하듯 구호를 외치고는 저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포카라에서 담푸스까지 이동하여 트래킹을 시작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나마스떼하며 그들을 지나쳐서 택시까지 가는데 기사분이 저희에게 말을 걸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포카라까지 간다고 하니 그때부터 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천5백 루피를 부르길래 그냥 가려고 했더니 원하는 금액이 얼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갑에 대충 있던 금액을 감안해서 1천 루피하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습니다. 페디에서도 1,400루피는 주어야 하는데 비싸지 않게 택시를 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아저씨도 빈차로 포카라까지 돌아가지 않으니 좋은 것이지요.
택시를 타고 담푸스를 출발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길을 내려가다 보니 차를 타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이런 흙먼지 날리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걷는 맛도 떨어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걸어내려 가는 트래커들도 계시더군요.
저희는 산행 첫날 나야풀과 간드룩으로 이어지는 행운의 로컬 버스 승차 덕분에 바로 촘롱으로 직행할 수 있었고 간드룩에서의 1박 계획이 없어지며 하루 일정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원래 포카라 시내에서 묵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지도 앱을 꺼내서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야간 버스 승차장과 멀지 않은 곳의 숙소를 하나 선택하여 아저씨게 보여 주었더니 가까운 곳에 내려 주었습니다. 담푸스에서 페와호 옆까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드디어 히말라야 산행은 모두 끝이 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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