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히말라야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숙소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Heaven View Guest House and Restaurant) 바로 앞은 지누단다(Jhinu Danda), 촘롱, 킴롱 계곡이나 간드룩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로 촘롱을 향해서 ABC 2일 차 걷기를 시작합니다. 6.8Km의 거리입니다. 

 

저희가 묵었던 헤븐 뷰 게스트 하우스는 촘롱 이기는 하지만 촘롱 고개 정상에서 보면 지누단다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숙소이기 때문에 촘롱을 지나 뱀부까지 가려면 일단 촘롱 정상까지 올라야 합니다. 촘롱 정상까지 두 갈래 길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데 저희는 계단을 통해서 여러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계단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촘롱 고개 정상 근처에 이르니 맑은 하늘을 흰구름들이 잠시 가리기는 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설산의 풍경이 오늘의 여정을 설레게 합니다.

 

촘롱(Chhomrong) 고개 정상 부근에는 엑설런트 뷰 탑 롯지(Excellent View Top Lodge)라는 산장을 중심으로 길이 삼거리로 나누어집니다. 한쪽은 원래 어제 저희가 계획했던 킴롱 계곡으로부터 오는 길이고 다른 길은 촘롱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저희가 오늘 올라왔던 지누단다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곳을 오고 가는 사이에서 표지판을 잘 보고 길을 잘 잡아야 합니다. 멀리 아래쪽으로는 촘롱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촘롱 고개에서 바라본 촘롱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들의 연속입니다. 인기 있는 몇몇 숙소들은 저녁 시간 이전에 이미 꽉 차기도 하지만 촘롱에서는 숙소를 잡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본격적인 계단 내려가기를 시작하는데 포터(짐꾼) 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분들은 게스트 하우스들에서 사용할 생수통을 지고 있고, 계단을 내려가는 포터들은 단체 여행객들의 짐을 메고 내려갑니다. 머리띠 하나에 엄청난 무게의 짐을 가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니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이른 아침 우연하게 다른 포터들과 비슷하게 길을 나서도 길을 가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경우도 있지만 결국 무거운 짐을 메고 가고 포터들이 저희보다 빠르더군요. 산행을 할 때 포터를 고용하면 짐을 덜어 낼 수 있으니 가벼운 걷기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짐을 넣은 배낭을 직접 메고 산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길을 모를 때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GPS와 지도의 도움을 받으면 되었으니까요.

 

촘롱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게스트 하우스들도 많지만 함께 자리하고 있는 여러 민가들을 통해서 이들이 사는 모습들도 살짝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느라 잔소리하는 부모의 모습,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저희가 내려온 계단을 따라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만났습니다.

 

뒤돌아 내려온 길을 돌아봅니다.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걷지만 내리막 계단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습니다. 배낭의 무게와 그간 몸에 쌓아 놓은 지방의 무게를 두 무릎과 다리로 온전히 견뎌야 하니 내리막 계단이 오르막 계단보다 조금 나을 정도일 뿐입니다.

 

촘롱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는 팀스와 ACAP를 검사하는 체크포인트가 있습니다.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트레킹을 하고 있다면 가이드가 알아서 검사를 대신해주지만 가이드 없이 트레킹을 하고 있다면 직접 TIMS와 ACAP를 제시하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어제 간드룩에서 촘롱으로 오는 길에서는 산에 저희만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촘롱 이후 구간에 이르니 역시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여행자이든 현지인이든 네팔인이든 중국인이든 심지어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나마스떼"면 충분합니다. 

 

당나귀들이 빈 몸으로 가볍게 계단을 오릅니다. 오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이곳으로 올 때는 무거운 짐을 메고 있겠지요?

 

오른쪽에서는 마차푸차레(6,993m)가 왼쪽에서는 안나푸르나(8,091m) 자신들의 존재를 살짝 보여 줍니다.

 

이제 촘롱 계곡(Chhomrong Khola)을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숙소를 떠난 지 한 시간가량 계단을 걸어 내려왔는데 잠시 쉬어 가는 시간, 벌써 등짝에는 땀이 배었습니다.

 

멀리 촘롱 계곡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길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다리 옆으로 우회로도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양쪽으로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고 튼튼한 철제 다리였습니다. 바닥도 옆 난간도 뻥뻥 뚫려 있기는 하지만 약간의 흔들림과 함께 스릴도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촘롱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홍콩의 억만장자인 카두리 형제가 1956년에 세운 카두리 농업 보조 협회(Kadoorie Agricultural Aid Association)가 기부한 것이었습니다. 농업이 사라진 홍콩에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카두리 농장을 세웠던 형제였는데 형인 로렌스가 전력 등의 사업에서 돈을 벌고 동생인 호레이스는 어려운 이들을 돕거나, 생태 환경 복원과 보존 등에 힘썼다고 합니다. 카두리 농업 보조 협회 네팔 지사가 포카라에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사람들의 덕을 보며 다리를 건넙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다리는 아마도 촘롱에 있는 소형 수력 발전소와도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출렁다리 아래를 보며 걸을 수는 없고, 앞을 보며 걷다 보니 다리 반대쪽에 도착했습니다. 벽에 뭐라고 낙서해 놓기는 했는데 분간이 어렵지만 맨 아래는 촘롱입니다.

 

출렁다리를 건넌 다음에 반대편을 돌아보니 다리와 이어지는 내리막 길의 경사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저길이 계단이 아니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원활하게 다니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길을 걷다가 아주 반가운 식물들이 심어진 밭을 만났습니다. 우리 집 텃밭에서 기르던 토란을 히말라야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한국은 11월이어서 토란 수확기가 한참 지났지만 이곳의 토란은 잡초들과 섞여서 크고 있었지만 아직도 생생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기는 하지만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얼마를 걸었을까요? 이미 촘롱은 저 멀리 아득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땡큐 하며 저희를 앞서 지나갈 정도로 걸음 속도는 느리지만 이따금씩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내가 왔던 길이 아득해 보이면 "많이 왔다!" 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게 됩니다.

 

가는 길에 만난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 나귀를 타고 촘롱으로 향하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나마스떼"하는 인사에 밝은 미소를 주던 아이를 저희도 그렇고 저희를 따라오던 일행들도 모두들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소를 타고 있는 목동을 그린 한국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멀리 시누아(Sinuwa)가 보입니다. 시누아는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와 윗마을 시누아(Upper Sinuwa)가 있으므로 지금 보이는 곳은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일 것입니다.

 

시누아로 가는 길의 계단식 농촌 풍경이 정겹습니다. 울타리에는 오이 덩굴이 열매를 많이 달고 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오이.

지주대를 세워 콩을 키우고 있는 텃밭의 모습. 주위로 총각무처럼 생긴 작물들도 보입니다. 한국인이 다녀간 흔적인지, 아니면 원래 이들도 키우고 있는 작물인지 모를 일입니다.

 

한참 공사 중인 한 산장을 지나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마당 한구석에서 곤한 잠에 빠져 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 맨 등산객들이 자신 옆을 쿵쿵 거리며 지나가도 쿨쿨 깊은 잠 속에서 헤어 나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만지고 싶지만 잠을 깨울까 차마 손을 대지는 못합니다.

 

밭에 놓인 들깨 더미. 이 정도면 한국 농촌을 지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네팔과 한국에서 키우는 작물이 비슷한가 봅니다.

 

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수탉 한 마리. 이 놈은 아무래도 고양이에게 꽁지를 뜯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드디어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촘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 있는 히말 게스트 하우스의 모습입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잘 나오지 않았지만 계단 아래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깃발의 모습이 일품이었던 장소였습니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