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슬치 고개를 넘으면서 임실군 관촌면으로 들어온 백의종군길은 고개를 내려가 관촌면 읍내를 가로지른다. 읍내를 빠져나오며 섬진감을 건너면 춘향로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관촌역사거리부터는 국도를 벗어나 창인로 도로를 따라 걸으며 예원예술대학교를 거쳐서 용운마을에서 다시 춘향로와 합류한다. 국도를 따라가며 용운교로 임실천을 건넌 다음에는 다시 국도를 벗어나 호반로 도로를 따라서 두곡지 서쪽을 돌아간다. 저수지 이후의 오르막길을 올라 용요산 자락의 고개를 넘으면 임실읍 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슬치고개에 들어서자 임실군에 진입한 것이 실감이 난다. 사선대 관광지, 임실 치즈테마파크, 오수 의견 관광지까지 익숙하던 이름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관광지도 있다. 도로 관리 주체도 전주 국토관리사무소에서 남원 국토관리사무소로 바뀌었다.

 

슬치 고개에서 슬치마을 주차장 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국도 옆에서 국도와 함께 내려가는 소로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지도를 잠깐 놓치는 바람에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과 함께 국도변을 걷다가 중간에 소로로 넘어가야 했다. 정오를 지나 한참 온도가 올라가는 시간, 구름이 많기는 하지만 그 사이로 들어오는 뙤약볕에 옆지기가 힘들어한다. 

 

국도 옆의 소로에는 산수유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산수유 열매가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붉어 익어갈 열매를 상상하게 만든다.

 

국도옆 소로를 따라 내려온 길은 관촌삼거리에서 춘향로 국도를 가로질러 관촌면 읍내로 들어간다.

 

읍내 입구에 관촌 전통 시장이 있었는데 시장 앞 원형 교차로의 조형물도 홍고추이고 읍내 가로수에도 홍고추가 달렸다. 5일장은 5, 10일에 열리는데 고추 수확기에는 직거래장과 함께 홍고추 경매도 열린다고 한다. 시장 한쪽으로 관촌 고추 시장이라는 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면 규모가 상당한 모양이다. 사선로를 따라 읍내로 들어간다.

 

관촌면 읍내에서는 달콤한 공작소라는 이름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더위도 식히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에 앉아 있으니 사람들의 수다 속에서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복숭아 과수원을 가꾸시는 분은 사람이 없어서 잘 키운 복숭아를 따지 못한다고 하신다. 읍내를 빠져나온 길은 관촌교차로를 지나서 오원교 다리로 섬진강을 건넌다. 

 

오원교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풍경이다. 가깝게는 사선교와 우측으로 사선대 관광지가 자리하고 멀리는 순천완주 고속도로 뒤로 성미산과 방미산이 자리하고 있는 그림이다. 섬진강의 발원지는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의 데미샘이라고 한다.

 

오원교를 지나면 사선문이 세워져 있었는데 우측으로 사선대로 통하는 길과 함께 섬진강의 발원지인 진안으로 가는 길도 있었다. 사선대는 네 명의 신선과 선녀가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사선루와 함께 섬진강과 푸른 숲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한 관광지이다.

 

사선문을 통과한 길은 사선육교로 전라선 철도 위를 통과해서 관촌역 폐역 방향으로 이동한다. 관촌역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역이다.

 

관촌역 앞은 춘향로 국도가 지하차도로 지나가는데 백의종군길은 관촌역사거리에서 지하차도 위를 건너고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 앞에서 좌회전하여 창인로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창인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우측으로 섬진강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에서도 지리산둘레길에서도 섬진강을 만나지만 섬진강은 만날 때마다 다른 강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감성을 갖게 한다. 200km 넘는 길이를 가진 섬진강의 상류는 하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갖는다.

 

논도 푸르고 농가 창고를 뒤덮고 있는 담쟁이도 푸르고 가로수도 푸르른, 여름철 걷기는 풍성한 생명력 가운데 걷는 매력이 있다.

 

창인로 도로를 따라가는 길에서는 한 제재소를 만날 수 있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규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외국 업체들에 밀려 영세한 국내의 제재소는 거의 고사 직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목의 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기본적인 각재와 함께 목재 팔레트도 생산하는 모습을 보니 국내 제재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활용하는 전 과정이 없다면 나무를 심기만 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목재 주권(Timber/Wood Sovereignty) 말이 존재 했는데 식량 주권이라 해서 사람들은 심각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쌀에 엄청난 보조금과 함께 관세도 부과하고 있지만 나무에는 관세가 전혀 없다고 한다. 0% 나무 관세라는 현실에서 우리가 목재 주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며 제도를 만들고 있는지 그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쓰임새가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밤꽃 향기를 맡으며 걷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밤송이는 아이 주먹만 하게 커졌다. 여름이 한창이지만 가을이 문 앞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길은 창인교로 임실천을 건너면서 창인마을로 들어간다. 서쪽으로는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임실천 위로 옛 창인교가 남아있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피어있는 창인 마을의 작은 공원을 지나 동쪽으로 마을길을 가로지른다. 마을 뒤쪽으로는 산 아래로 예원 예술대학교의 캠퍼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을 나온 길은 예원 예술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2000년도에 이곳에서 개교한 이 대학교는 경기도 양주에도 캠퍼스가 있다.

 

창인마을을 나온 창일로 도로는 관촌역에서 흘러나온 군용 철길을 가로질러 간다.

 

관촌역에서 흘러나온 철길을 건너가며 어릴 적 철길 근처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린다.

 

용은마을로 향하는 길, 색 바랜 백의종군길 리본마저 반갑다. 

 

용은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에서는 어르신 부부가 들깨밭에서 제초제를 뿌리고 계셨다. 어머님은 줄을 잡고 아버님은 분무기를 잡는 방식은 어떤 동네를 가도 비슷한 모습니다. 습도가 높은 무더위 속에서 일하시는 두 어르신의 모습이 짠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 분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한 삶이 되려면 나름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고개를 넘은 길은 용은 마을을 가로질러 춘향로 국도 방면으로 나간다.

 

길은 용은마을 앞의 두실교를 통해서 임실천을 건넌다.

 

전주시와 완주군을 지나서 임실군 관촌면으로 들어왔던 길은 춘향로 국도가 지나는 용은교로 다시 임실천을 건너면서 임실읍으로 들어간다.

 

용은교를 넘어온 길은 다시 국도를 벗어나 호반로를 따라서 두곡지 방향으로 이동한다. 멀리 두곡지 저수지의 둑이 보인다. 가끔씩 비가 뿌리고 있지만 여전히 우산 없이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두곡지 저수지 서쪽을 돌아가는 호반로는 중간중간 계곡 깊숙하게 자리한 작은 마을 입구를 지나간다.

 

숲에 가려 보지 못하던 두곡 저수지의 얼굴을 나무 사이로 살짝 바라본다. 길 이름은 호반로라서 큰 호수를 지나는 것 같지만 두곡 저수지는 농업용의 작은 저수지이다.

 

저수지를 지나온 길은 조금씩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길 한쪽으로는 키가 큰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서 빽빽한 숲을 자랑하고 있다. 임실 두곡 백합나무 숲으로 도유림에 1970년부터 조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백합나무를 튤립나무라고도 부르는데 튤립 모양의 꽃을 피운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병해충에 강하고, 탄소흡수 능력도 좋고 빨리 자라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고개 부근으로는 송전탑이 지나고 있었다. 고개는 임실읍 두곡리와 성가리의 경계를 이룬다.

 

고개를 넘어서 내리막 길에 들어서니 멀리 임실 읍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성가리라는 마을 이름이 "성문 밖 거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읍내 주요 거리는 성가리를 지나서 이도리에 자리하고 있다.

 

임실읍내로 들어온 길은 봉황로를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유리문으로 만들어진 정자 형태를 가진 하성경로당에서 계신 어르신들이 더위에 파김치가 되어서 임실읍내로 들어가는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보신다. 에어컨이 나오는데서 평안하게 쉬고 계신 당신들과 축 처진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대비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성가리를 지나서 이도리에 들어온 길은 임실읍사무소 앞에서 길 여정을 마무리한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