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폐역인 신리역 앞을 지난 이순신 백의종군길 10코스는 상관면 읍내를 빠져나오며 전주천 둑방길을 따라 걷다가 역시 폐역인 죽림온천역 앞에서 17번 국도 춘향로로 나가서 국도를 따라서 슬치 고개를 향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전주천의 발원지를 향해서 오르는 길이다.

 

장마의 한가운데 3일 연속 비 예보가 있는 가운데 다시 상관면 읍내를 찾았다. 전주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리역 공원까지 이동했는데 나이 지긋하신 기사분은 사모님과 에어컨을 사러 매장에 갈 약속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금방 데리러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때마침 시내가 아닌 외곽으로 가는 우리를 만나서 조금은 당황하시며 사모님께 조금 기다리라고 통보하신다. 물론 사모님께 한 소리 들으신 모양이다. 나이 먹을수록 남편들은 약해지고 아내들은 장군처럼 변모하는 것이 그저 호르몬 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씁쓸하다. 중고로 구매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는데 새것으로 설치하면 족히 5일은 기다려야 하니 여전히 고민 중이셨다. 개인 의견을 물어보시기에 업체마다 기술은 비슷하고 중고도 잘 세척하고 인버터 등 장비가 잘 정비가 된 것이면 새것과 차이가 없다고 말씀드리니 또 마음이 흔들리신다고 하신다. ㅎㅎ

 

완주군 상관면 읍내에 위치한 신리역은 역사가 일제강점기인 1931년으로 올라간다. 2010년에 폐역 되었다고 하니 젊은 시절 첫 지리산 종주 때만 하더라도 기차가 이 역에서 멈추었을 것 같다. 폐역인 신리역의 흔적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걷기에 나선다. 

 

상관면 읍내를 빠져나가는 길에서는 남원과 임실 도로 표지가 등장하고 상관편백숲 안내가 등장하는데 백의종군길이 전주천 둑방길을 따라가다 보면 상관편백숲 입구를 지나게 된다. 상관편백숲으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수많은 펜션들이 들어선 휴양지이다.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이라고도 부르는 숲으로 1976년에 조성되기 시작하여 편백나무, 삼나무, 낙엽송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고 한다.

 

읍내를 나온 길은 신리교 다리로 상관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원천을 건너서 춘향로 국도변으로 나온다. 국도 건너편으로 넘어가야 한다.

 

횡단보도로 국도를 건너면 골목길을 빠져나와 전주천 신흥교 앞에서 둑방길 걷기를 시작한다. 비 예보가 있었는데 오늘 여정의 시작은 우산 없이 걸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좌측 바로 옆은 순천완주 고속도로의 상관 톨게이트가 위치한 곳이라 국도의 안내 표지판이 시야에 잡히고, 우측으로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전주천이 도심을 흐를 때와는 사뭇 다른 자연의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에 정비한 것으로 보이는 깔끔한 둑방길을 따라서 백암교 앞을 지난다. 안쪽으로 백암 마을이 위치한 곳이다.

 

백암 마을에 책적암, 책 쌓은 바위가 있다는데 전주천 둑방에서 보이는 바위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여러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모습으로 책선바우, 책산바우라고도 불린다고도 하는데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전주천을 따라 내려가는 둑방길은 좌측 멀리로 터널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가는 완주순천 고속도로도 시야에 들어온다.

 

전주천 둑방길은 상관편백숲으로 이어지는 공덕교를 넘어서 하천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상관면 신리를 지나서 죽림리로 들어왔는데 죽림리 일대를 공덕마을로 불렀다고 한다. 유교 배경인데 다리 모양도 왕이 제 사 등에 착용했던 모자인 원유관 모양을 하고 있다. 백의종군길은 상관편백숲으로 향하는 길을 뒤로하고 반대편에서 둑방길을 계속 걷는다.

 

둑방길 한쪽으로는 달맞이꽃이 군락을 이루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이 여성 건강과 피부 질환에 좋다는데...... 지금은 그냥 잡초일 뿐이다.

 

달맞이꽃의 영어 이름이 "Evening Primrose"라는 것도 재미있지만, 달맞이꽃의 꽃잎이 꿀벌의 날갯짓 소리를 감지하면 당도를 최대 20%까지 높여 꿀을 분비한다고 하는 점도 흥미롭다. 꽃잎에 착 달라붙은 벌의 모습에 발걸음이 멈춘다. 저녁에 피어 아침이면 시들거나 꽃잎이 닫히는데, 닫히기 직전의 달맞이꽃을 찾은 꿀벌이 기특해 보인다.

 

둑방길을 따라가던 길은 17번 국도 춘향로가 지나는 상관교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전주천의 상류라 그런지 물이 맑아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분이 더위에 간단히 멱을 감고 계셨다. 인적이 없다면 온몸을 물에 담글 것 같은데 인근에 식당도 있고 도로도 있어서 수건으로 몸을 닦아 내는 수준이었다. 필자도 배낭을 내려놓고 발을 담그고 세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길은 춘향로 국도가 지나는 상관교 아래를 통과하여 전주천과 전라선 철길과 함께 남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구름 가득한 날씨 속에  전주천 옆의 산책길은 깊은 숲 속을 걷는 느낌이다.

 

이곳의 전주천은 이제 시냇물 수준으로 크기가 작아졌다. 물의 맑기도 깊은 계곡의 시냇물처럼 아주 맑다. 이런 물이 만경강을 거쳐 새만금까지 흘러간다면 새만금의 수질 걱정은 전혀 없겠지만 하류에 사는 사람수만큼 오염원이 많아지니 현실성은 뚝 떨어지는 이야기다.

 

전주천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죽림온천역 앞에서 국도 방향으로 나간다. 산책로는 1990년대만 해도 인기가 있었던 죽림온천 관광지 뒤편을 지나가는데 지금은 폐장되어 건물들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신촌마을 교차로에서 갓길 경계석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춘향로 국도로 진입한다.

 

신촌마을에서 국도로 들어선 길은 학동마을을 지난다. 학동마을 정류장에 붙어 있는 완주 관광안내도를 보니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수도권의 경기도와 같다. 길을 걸어 보면 거의 한 동네처럼 보이는데, 앞일은 모르지만 이번에도 통합이 무산된 완주와 전주는 과연 합칠 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앞에 남관 초등학교가 있는데 최고속도제한 변화 구간이라는 표식이 참 친절해 보인다. 초행길에서 제한속도를 갑자기 50이나 30으로 떨어 뜨리고 단속 카메라까지 달아두면 당황스럽기도 한데 이런 최고속도제한 변화 구간 안내는 나름 배려가 있는 행정이 아닌가 싶었다.

 

길 옆 과수원 나무 아래 닭 한 마리가 앉아 있어서 무슨 일인가 둘러보니 과수원 구석에 있는 닭장에서 탈출한 닭이었다. "치킨 런"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닭장에 있는 다른 닭들은 탈출한 닭을 보며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돌아오라고 외치는 듯했다.

 

남관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서 편의점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길을 이어간다. 편의점에서 파는 국밥이나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면 양이 적어서 배가 금방 꺼지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과식하지 않아도 되어 부담이 없다. 때로는 원플러스원 상품으로 예상치 않은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좋다. 백의종군길이 많은 경우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편의점에서 휴식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용암 졸음 쉼터 방면으로 이동한다. 

 

주유소의 화단을 지나는데 활짝 핀 무궁화 꽃에 발걸음이 멈춘다. 다양한 무궁화 품종이 있지만 필자는 역시 적단심계 무궁화가 좋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무궁화꽃은 백단심계 무궁화라고 한다.

 

명덕교로 전주천을 건넌 춘향로 국도를 가로질러서 건너편 용암 졸음 쉼터로 향한다.

 

졸음 쉼터 뒤편으로는 담배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래 잎은 벌써 수확한 모양이고 전체적으로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 끝물을 향해서 가는 모양이다. 봄에 백의종군길을 걸으며 아산시로 진입할 때 만났던 담배는 모종을 정식한 상태였는데 이제는 수확기 지나고 있으니 세월은 멈출 줄 모르고 흘러가고 있다.

 

담배밭 한쪽으로는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지과의 담배는 엄밀하게 말하면  대마초, 양귀비꽃과 같은 마약으로 분류된다. 단지, 법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강력한 독성으로 사람에게도 좋지 않지만 땅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에서 졸음 쉼터를 만난다는 것이 신기했던 용암 졸음 쉼터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춘향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호남정맥 사이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우측으로 전주천을 두고 있다. 이제는 시냇물 수준으로 작아졌다. 얼마간 국도 옆의 작은 소로를 따라 걷는다. 좁은 갓길의 국도변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슬치 고개를 향해 춘향로 국도를 따라가는 길에서 문 닫은 주유소를 지나는데 주유소 앞에 붙은 기름값이 생경스럽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이후에 리터당 2천 원을 넘은 때가 한참이고 최근에야 1,800 내외로 내려왔는데 경유가 1,400원 대라니......"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를 걷고 있는 길은 국도변 갓길을 따라서 완주군 남쪽 끝자락을 향한다. 생태이동통로도 보인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생태이동통로가 설치되어 있는데 생태이동통로 주변으로는 확실히 로드킬이 줄어든다고 한다.

 

완주군의 남쪽 끝마을이자 산 정상부에 있는 산정마을을 지난다. 슬치 고개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마지막 마을이다.

 

완주군의 끝자락인 산정마을을 지나며 임실군 관촌면으로 들어간다. 전주시에 들어선 이후로 함께 했던 전주천의 발원지인 슬치 고개에 도착했다. 전주천과도 안녕이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