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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둘레길 걷기 이후 다시 이어지는 걷기는 2026년 1월을 보내며 2월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8코스는 난이도는 상에 해당하지만 백운 계곡을 지나서 마근담 자락까지 쭉 이어지는 오르막이 끝나면 완만한 내리막으로 코스를 마무리하는 매력적인 코스이다.

 

이른 아침 대전 복합 터미널에서 원지 정류장까지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프리미엄 우등이라고 넓은 좌석에 칸막이 커튼까지 있는 필자에게는 새롭게 만나는 신세계였다. 중부 지방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은 대전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최단 코스이다. 

 

대전에서 8시 버스를 타고 원지 정류장에 내린 우리는 운리마을로 들어가는 11시 5분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백반으로 넉넉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지난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서도 이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훌륭한 백반이었다. 독특한 방식의 계란 프라이도 맛있었지만 갈치구이에 시래깃국까지, 남는 반찬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식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주인장도 남기는 반찬 없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기분 좋다고 하신다.

 

진주 가는 버스들은 대부분 원지 정류장을 들러서 가므로 산청을 방문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지 정류장이 나름 중요한 길목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리마을로 들어가는 11시 5분 버스도 산청이 아니라 진주에서 출발하는 버스인데 원지 정류장을 들러서 간다. 2주 만에 다시 찾아온 운리 마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로 우리를 반겨준다.

 

단속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운리 마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8코스 걷기에 나선다. 마을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개울 옆에 가지런히 심은 감나무길을 지나서 백운산 자락을 향해서 남쪽으로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 정자를 덮고 있는 커다란 나무가 우리에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는 듯하다.

 

양뻔지라는 표식이 있었는데 약번지(藥繁地)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약초가 많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양뻔지를 지난 길은 마을길을 벗어나 임도를 따라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완만한 오르막 임도는 백운산 자락의 고개를 지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임도 중간의 전망대를 지나면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은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임도에서 만난 특이한 표식, 낙동강 수변 구역 표식이다. 수질 보전을 위해서 댐 상류 1Km 정도까지 지정한다고 하는데 근처에 남강 물이 모이는 진양호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임도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이제 임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고도 4백여 미터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지만 거친 숲길은 아니고 산허리를 따라서 완만하고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지난가을에 떨어진 참나무 낙엽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숲길 걷기를 이어간다.

 

이렇게 좋은 숲길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의 지리산 둘레길 봉사단의 손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도 참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설명과 참나무의 "참"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는 것에 눈길이 간다. 산불도 막아주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좋은 목재도 주는 참나무는 좋은 나무 맞다.

 

작년에 많은 비가 내려서 둘레길 곳곳에 생채기가 남아 있었지만 이 또한 자연의 모습이니 거대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사람의 유한함을 생각하며 길을 이어간다.

 

많은 물이 지나갔을 법한 계곡 길은 그 상처가 더욱 깊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길을 조심조심 헤쳐 나간다.

 

누군가 힘들게 쌓아놓았을 돌담길이 무너진 것이 안타까워 볼일수도 있지만 둘레길도 최대한 숲 그대로 두는 방식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산허리를 따라서 서쪽으로 향하던 길은 어느덧 백운 계곡에 닿는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의 시와 연관이 있는 장소라고 한다. 유백운동(遊白雲洞)이라는 칠언절구의 시인데 백운동을 유람하며 한 고조 유방의 공신인 장량의 고사를 떠올리는 내용이다. 여러 번의 천거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에 전념한 조식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이곳은 상류이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휴양지답게 농원과 펜션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길은 백운 계곡을 가로질러 이어진다.

 

쾌청한 날씨이지만 겨울답게 백운 계곡은 얼음으로 옷을 입었다.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게 들린다.

 

앙증맞은 솟대로 장식한 돌탑을 뒤로하고 마근담봉 자락으로 들어간다.

 

백운 계곡을 가로질러온 길은 고도 450미터 정도에서 약 1백여 미터의 고갯길을 오르면 이후로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둘레길 8코스의 마지막 고비이다.

 

드디어 벌목봉과 마근담봉 사이의 등산로 길목인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겨울날에도 몸에 땀을 흐르게 하는 오르막이 끝나고 이제는 가벼운 내리막길만 남았다.

 

고갯마루에서 돗자리를 깔고 넉넉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2025년에 발생한 최악의 산청 산불 흔적인지 이곳에 있던 벤치도 타버려 일부만 남아 있었다. 실수라도 산불은 절대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넉넉한 휴식을 가진 우리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산을 내려간다. 길도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에서 시천면 사리로 넘어간다. 오늘의 목적지인 덕산도 시천면 사리에 속한다.

 

덕산으로 향하는 하산길은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길은 마근담봉을 뒤로하고 계곡을 따라서 골짜기를 빠져나간다. 

 

계곡이 덕산 앞의 덕천강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도 계곡과 함께 덕천강으로 향하는 길이다.

 

마근담길은 마근담교를 통해서 계곡을 건넌다.

 

3Km에 이르는 긴 계곡을 가진 마근담이라는 이름은 의외로 "막힌 담", "막은 담"이라는 단순한 유래였다. 동네 주위가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떤 연못이 있나 했었다.ㅠㅠ

 

거친 계곡을 건너가며 내려가는 계곡길은 어느덧 마을 입구에 닿는다.

 

여름이라면 풍덩 들어가고 싶은 맑은 계곡물에 한참을 감탄했다.

 

마을에 들어서니 붉은색 잎을 가진 홍가시나무 울타리도 반갑고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도 정겹다.

 

지금은 정리되었지만 수해로 밀려내려와 토사가 점령했을 길을 상상하니 그저 아찔할 뿐이다. 자연 앞에 사람이란......

 

감나무 밭이 많은 산청에서 만나는 독특한 풍경은 바로 감 껍질 더미였다. 곶감을 만들고 남은 껍질 더미는 고양이와 새들의 차지이다.

 

감 껍질은 감나무 밭의 거름으로도 활용되는 모양이었다. 감 껍질을 말려서 차로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곶감이 주목적인 이곳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수해의 흔적은 마을 인근에서도 이어진다. 강철도 휘게 만든 자연의 힘 앞에 그저 와! 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다.

 

빗물의 힘은 도로의 가드레일 마저 통째로 개울 속에 처박아 버렸다. ㅠㅠ

 

험악한 수해의 흔적을 그나마 잊게 해 준 것은 푸르른 대나무 숲의 모습이었다. 따사로운 오후의 태양과 어우러진 대나무의 흔들거림이 멋있다.

 

제주 올레길 말고는 내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빨래터를 사리마을에서 만난다. 세탁기가 생기면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빨래터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8코스는 남명 조식이 후학을 위해 세웠다는 산천재 앞에서 끝난다. 남명 조식 기념관도 자리하고 있다. 백운 계곡에서 처음 만난 조식 선생의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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