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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좋은 산청에서의 하룻밤 휴식을 보낸 우리는 이른 새벽 난이도가 상급인 지리산 둘레길 7코스 성심원, 운리 구간을 걷는다. 상급 난이도이기는 하지만 아침재와 웅석봉 하부 헬기장에 이르는 약 5Km의 오르막길을 지나면 그 이후는 완만한 내리막의 임도를 걷는 무난한 코스이기도 하다. 

 

어제저녁 둘레길 6코스를 끝내고 산청읍내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성심원 앞에서 친절한 마을 주민을 만나 그분의 차를 얻어 타고 편하게 읍내로 나갈 수 있었다. 가끔씩 이곳에서 버스를 놓치거나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태워 주신다고 하셨다. 오늘 새벽에는 산청 터미널에서 원지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성심원 앞에서 하차하여 여정을 시작한다. 정류장 이름은 성심원이 아니라 "풍현"이었다. 무료 버스인 산청 농어촌 버스를 타면서 성심원에 간다고 말씀드리니 친절하게 내려주셨다. 첫차를 기다리며 터미널에 앉아 있을 때는 터미널에서 일하시는 분으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웅석봉 가는 길에 대해 설명을 하시면서 추운 날씨에 얇은 신발로 다닌다고 걱정까지 하신다. 어제 향양마을 슈퍼 아주머니, 식료품을 사러 가시는 길에 차를 태워주신 아저씨까지 산청분들의 따뜻함을 떠올리며 여정을 시작한다. 성심원은 새벽 기도를 하시는지 이른 새벽부터 방마다 불을 밝히셨다.

 

성심교로 경호강을 건너서 본격적으로 둘레길 7코스를 걷기 시작한다.

 

둘레길 7코스는 성심원 앞에서 경호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강의 또 다른 이름인 경호강을 따라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진양호를 만나고 진양호 이후로 진주로 흐르면서 남강이라는 이름으로 제 이름을 얻는다. 이후로는 여러 고장을 거쳐서 낙동강으로 흐르는 강이다. 이제 경호강과도 이별이다.

 

길은 경호강을 뒤로하고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침재 고개를 향하는 길이다. 날은 쌀쌀하지만 오르막길이 올리는 체온은 옷을 조금씩 가볍게 한다.

 

아침재 고개에 올라서면 어천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둘레길은 우측 임도를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산 아래로 어천마을이 보인다. 예전의 둘레길은 어천 마을을 통해서 올라왔던 모양이다. 산청 군민들의 쉼터라는 어천 계곡이 자리하고 있어서 펜션도 많은 지역이다.

 

웅석봉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둘레길은 아침재 고개 이후로 얼마간 산 허리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는다.

 

웅석봉 아래에 있는 암자라 그런지 이름도 웅석사라 붙였다. 웅석봉에 오르면 지리산 주능선과 천왕봉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청 터미널에서 만난 아저씨는 우리가 웅석봉으로 가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웅석봉으로 오르는 수월한 길을 한참 설명해 주셨었다. 둘레길은 웅석봉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숲 사이로 아침 태양이 조금씩 보일 무렵, 임도를 걷던 둘레길은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로 오르막을 오를 채비를 갖춘다. 숲길 입구에 친절하게도 벤치를 놓아두셨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이어질 오르막 숲길을 준비한다. 약 2Km가 넘는 오르막 숲이 계속 이어진다.

 

반달가슴곰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는 경고판에 그린 곰의 모습이 무섭다. 즉시 돌아가라는 경고 문구도 섬뜩하다. 다행히 곰돌이들이 겨울잠 자고 있는 계절이라는 것에 안심하며 계곡물을 건너서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을 오른다.

 

거친 오르막인 줄은 알았지만 걸을수록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옆지기는 몇 걸음 걷고 쉬느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옆지기 기다리며 본의 아니게 여유 있는 오르막 걷기가 이어진다. 거친 오르막 가운데 잠시의 틈을 내어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산 너머로 붉은 아침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정말 반갑다.

 

서늘한 겨울 숲 속의 새벽 공기를 가르는 아침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고 있다. 손을 얼게 하는 이 추위가 조금 있으며 천천히 녹아내리게 하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워낙 경사도가 높다 보니 숲길도 지그 재그로 올라간다.

 

이른 시간에 시작한 산행 가운데 쉬지 않고 올라오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안내판조차 반갑다. 위로 올려다보면 능선이 먼 것 같지는 않은데 알 수는 없고 절벽 같은 오르막길에서 돗자리 깔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덧 아침 태양도 더 커졌다. 아직 온기가  전달되지는 않지만 태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하다.

 

산 아래로 보이는 어천마을을 뒤로하고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드디어 능선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급하던 경사의 오르막 길도 끝나가고 있다.

 

능선길에 올라선 둘레길은 이제부터는 임도를 통해서 편안한 길을 걷는다.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웅석봉으로 향하는 또 다른 임도도 외면하고 이제는 임도를 따라 완만한 하산길에 나선다. 난코스를 끝냈다는 기쁨에 발걸음이 가볍다.

 

가볍게 임도를 걸으며 나무 사이 시야로 들어오는 풍경이 무엇일까? 상상해 본다. 호수 같은 것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남쪽에 위치한 진양호 물줄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진양호의 진양은 진주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임도 한쪽으로는 햇살이 들어오는 양달인데도 얼음이 얼어 있다. 지금 날씨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완만한 임도에서 때로는 수북하게 쌓인 낙엽에 빠지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즐거워한다.

 

운리마을로 내려가는 임도에서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도 겨울 정취를 제대로 즐긴다.

 

계곡물이 임도로 흘러넘치며 얼어버린 구간에서는 왠지 불안한 느낌도 있었지만 깊이가 있을 리 만무하고 꽁꽁 얼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옆지기는 넓지 않은 빙판 구간이 상당히 불안한 모양인지 엉금엉금이다.ㅎㅎ

 

고도 7백 미터의 낮지 않은 높이이지만 겨울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내려가는 완만한 내리막길은 언제나 반갑다. 물론 우리네 인생사가 늘 그렇듯 힘들게 분투했던 오르막길이 있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아무 인적 없이 조용히 내려가던 내리막 임도는 작은 사찰 인근을 지나면서 고도는 5백 미터 정도로 낮아진다.

 

반가운 편백나무 군락지도 지난다.

 

어느덧 길은 산 아래로 청계마을과 청계 계곡에서 흘러온 물을 담아놓은 청계 저수지 풍경을 보여준다. 청계 계곡도 산청의 대표적인 휴양지라고 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운리마을을 지나가는 농어촌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임도를 지나 민가가 나오기 시작하면 둘레길은 호암로 마을길을 따라서 내려간다.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을 주는 운리마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둘레길은 호암로 도로 인근까지 내려가지만 도로를 따라 내려가지 않고 마을 안길로 들어간다.

 

마을 골목길을 걷는 것이 마을 주민들에게 불편을 드릴까 약간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마을분들이 허락만 하신다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다. 한 집의 울타리에 심은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한 겨울에 시야를 밝게 만들어 준다.

 

흙담집, 돌담집이 남아 있는 마을의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다. 주위의 멋있는 펜션도 있지만 새로 짓는 것 대신 예전 것을 활용하며 살 방법이 없을까? 하는 질문을 담기며 길을 이어간다.

 

마을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탑이 하나 등장하는데 보물인 통일신라시대의 산청 단속사지 동 삼층석탑이다. 이름에서 유출할 수 있듯이 단속사지 서 삼층석탑도 있는데 훼손이 심하다고 한다. 단속사지라는 말은 단속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라는 의미로 단속사는 통일신라 시대 경덕왕 때 창건된 지리산 사찰로 1천 년의 역사 끝에 조선 후기에 폐사되었는데 한창 때는 경주의 황룡사와 견줄 만큼 큰 절이었다고 한다.

 

단속사지를 지난 길은 호암로 도로로 나와서 얼마간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도로를 따라 내려온 둘레길을 운리마을 회관 앞에서 마무리하고 청계마을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원지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원지 정류장은 나름 길목이라 대도시로 가는 버스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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