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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북쪽 끝자락을 돌아가는 길 오산마을부터는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해안도로를 걸으며 검산마을, 신안해저유물매장해역을 지나 방축마을에 이른다.

 

서해랑길 28코스는 보물섬길과 함께하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도 읍내에서 신안 해저유물매장 지역까지 이어진 도로가 보물섬길인데 28코스는 이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보물섬" 하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애니메이션 보물섬이 생각난다.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원작을 일본에서 각색하여 만든 것인데 소년 짐과 외다리 실버, 실버와 함께하는 앵무새까지 어린 시절 온 신경을 몰입해서 보았던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른 아침 보물섬길을 걸으며 만나는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다. 조금 전에 만났던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이 없으니 그저 적막함만이 흐른다.

 

세목섬 앞의 작은 모래사장도 너무 좋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보다는 이런 조용한 곳에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우리는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서쪽으로 걷지만, 부지런한 아침 태양에 구름들도 물러나는 모양새다.

 

검산마을에 들어서니 멀리 검산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뒷산이 검의 형세를 가지고 있어서 도둑과 해적을 막아 준다고 검산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해적 하면 외다리 실버의 보물섬이 연상되는데 마을의 기원에 해적 이야기가 있고 이곳에서 어업을 하던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끌려 나와 신안 유물이 발견된 것이니 증도 하면 보물섬, 보물섬 하면 검산마을이 연상될 것 같다.

 

1990년에 방영되었던 "검생이의 달"이라는 수목드라마도 이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보물과 관련된 소동을 다룬 드라마로 검생이는 검산마을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세목섬 위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뒤로하고 보물섬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검산마을을 지나 언덕을 넘어서니 바다로는 외갈도, 내갈도, 대단도, 소단도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육지와 가까운 소단도로는 작은 인도교도 연결되어 있다. 

 

소단도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여정을 이어갔다. 

 

보물섬길 도로는 어느덧 우리를 신안해저유물매장 해역으로 인도했다. 700년 전의 약속이라는 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유물을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이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을 복원해서 실제로 중국 닝보(영파)에서 출항하여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는 과정을 다룬 1996년 방영한 MBC의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하다.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와 주위를 둘러본다. 어부가 그물에 올라온 도자기를 신고하여 시작된 발굴은 1976년부터 9년 동안 도자기만 해도 2만 점이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도 엄청나다. 14세기 원나라 당시의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소단도에 있는 배모양의 건물은 카페로 운영하는 모양이다. 소단도와 대단도를 연결하고 인근에 리조트를 짓는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전망대로 나가서 바다 쪽을 보면 부표가 하나 떠있는데 그곳이 유물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대체 그 무역선은 어쩌다 이곳에 침몰하게 되었을까? 잠시 상상에 잠겨 본다.

 

외갈도, 내갈도, 대단도, 소단도 섬들을 뒤로하고 다시 도로로 돌아와 여정을 이어간다.

 

유물 매장 해역인근의 해안선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다. 증도 서쪽 끝자락에 도달한 길은 유물 매장 해역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보물섬길 도로를 따라오던 길은 어느덧 끝이 나고 28코스는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가끔씩 지나던 자동차도 없고, 주말이지만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직 까지는 산책하는 사람도 없다. 맑고 서늘한 기운 가운데 땀 없이 상쾌하게 걷는 여정이다. 조용히 산 공기를 마시며 걷는 최고의 산책길이다.

 

북동쪽으로 향하다 보니 증도의 야트막한 산들 위로 눈부시게 떠오르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걷는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보는 운해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든다.

 

어떤 민가도 양식장도 없는 오직 임도로만 접근할 수 있는 비밀의 해변과도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호젓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만, 사람들은 이런 곳을 그냥 둘리가 없다. ㅠㅠ

 

그도 그럴 것이 조금 더 걸으니 산 한쪽면을 완전히 깎아 놓았다. 유원지를 만들 모양이다. 저 아름다운 해변은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아도 그대로 있을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증도 북쪽의 해안선에서는 김양식이 한창이다.

 

증도 북쪽에 김양식장이 많은 것은 도덕도, 호감섬, 대섬 등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덕분이 아닌가 싶다. 길은 방축마을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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