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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입구를 출발한 서해랑길 27코스는 50여 미터의 소금밭낙조전망대에 올라서 광활한 염전 풍경을 감상하고 산을 내려오면 염전 옆으로 지나는 길을 따라 증도 남단으로 내려간다. 돌마지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해안으로 나가서 해안 방조제 길을 걸으면 신안증도갯벌도립공원과 화도노둣길에 닿고 이후로 서쪽으로 들길을 걸으며 덕정마을을 지나면 다시 해안방조제길을 걸어서 우전마을로 넘어가는 해송 숲길을 통과한다.

 

서해랑길 27코스는 50여 미터 높이에 위치한 소금밭 낙조 전망대를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차피 길로 내려오니 그냥 생략하고 도로를 걸을까? 무슨 핑계로 이곳을 생략할까? 하는 잔꾀가 머리에 가득했지만 "그냥 가자"하는 옆지기의 한마디에 묵묵히 계단을 오른다. 오르막 길을 싫어하는 옆지기가 그냥 생략하자 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생략했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우직하게 결단을 내리신다. 그런데, 막상 오르고 나면 높지 않은 곳이지만 환상적인 전망을 만나게 된다. 생략하지 않기를 잘했다 싶다.

 

계단 입구에 "건강한 7분 산책길"이라는 제목의 안내판과 함께 걷기가 칼로리 소모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방금 전에 26코스를 끝내고 27코스를 이어서 걷는 우리 입장에서는 오르막 길이 부담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겨울 날씨이지만 오르막길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하고 두꺼운 옷을 한 겹 벗게 만든다.

 

정상까지 20미터 남았다는 안내판이 위로를 건넨다. 이만큼 올라온 것으로 무려 10분이나 수명이 연장되었단다. 27코스 시작점에 있는 증도항을 버지선착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작은 동산을 버지봉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길은 전망대로 향한다. 버지 선착장은 증도대교가 개통되어 증도가 육지와 연결되기 전에는 지도의 송도항에서 차량과 사람을 증도로 실어 나르던 곳이라고 한다.

 

소금밭 낙조 전망대에 오르니 오르막길의 고단함을 완전히 날려주는 풍경이 펼쳐진다. 슬로시티 심사 당시 이 풍경을 보고 "신이 키스한 곳"이라는 찬사를 했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섬과 섬을 연결하는 방조제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공간이지만 이 또한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갯벌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니 자연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염전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쏟아진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이라고 했다는데, 염전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치열한 삶과 경제원리가 지배하는 삭막한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각을 바꾸어 누군가는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여길 수도 있는 것처럼, 염전은 자연과 하늘이 주는 선물을 몸으로 체험하며 누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노을과 함께 이 풍경을 보면 더욱 환상적이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아름답다.

 

전망대에서의 환상적인 풍경 감상을 끝내고 버지봉 하산길에 들어선다.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 하산길에서도 염전 풍경이다. 

 

산을 내려와 지도증도로 도로와 만나면 바로 태평염전 3공구를 따라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곳 태평염전은 총 3개의 공구로 나뉘는데  간척지에 동서로 길게 자리한 1, 2공구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이곳 3공구이다. 

 

도로를 따라서 태평염전 3공구 끝까지 걸어야 한다. 2월인 지금은 염전이 작업을 준비하는 시기이고 통상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작업을 한다고 한다. 소금을 생산하는 사람을 염부라고 하는데 일은 고되지만 염부에게 햇빛과 바람은 고마운 존재지만 장마에 내리는 비는 얄미운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길은 돌마지 마을 정류장에서 도로를 벗어나 남쪽 화도 노둣길 방향으로 이동한다.

 

길은 돌마지 마을을 가로질러 멀리 방조제가 있는 해안으로 내려간다. 파릇파릇한 보리가 겨울 끝자락의 햇살을 받으며 봄을 재촉한다. 앞산에 돌이 많고 말을 길렀던 곳이라고 돌마지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 빠진 갯벌이 맞아주는 증도 남쪽 끝자락의 방조제에 도착했다. 이곳도 섬과 섬을 잇는 방조제로 증도 남쪽에 소술웅도와 대술웅도가 있는데 이 방조제는 돌마지 마을 아래의 작은 섬과 대술웅도를 이어준다.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방조제를 걸어 예전 같았으면 바다였을 이 공간을 가로질러  대술웅도로 향한다.

 

방조제 끝자락 대술웅도에 이르면 만조시 길을 우회하라는 안내를 만난다. 우회로로 가면 좋은 길이고 길도 짧지만 화도 노둣길을 놓칠 수 있다. 물 빠진 간조 시기이니 바다로 이어진 원초적인 길로 길을 잡는다. 걸어보니 물이 들어왔다면 가기 어려운 길이다.

 

아무도 걸어본적이 없을 것만 같은 원초적인 길을 걷는다. 길지 않지만 마치 화성의 거친 바닥을 걷는 것과 같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화도 노둣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이 들어오면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나타나는 마법과 같은 길이다.

 

이름에 꽃 화(花)를 사용하는 화도는 섬에 해당화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길지 않은 거친 해안길은 어느덧 화도 노둣길 입구에 닿는다. 노둣길이 열려야 섬을 나올 수 있는 화도 사람들은 마음이 내킬 때 길을 나서지 못하는 답답함 보다는 길이 열리는 때를 기다리는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화도 노둣길 앞에서 우리네 인생길을 잔잔히 생각해 본다. 길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한 상황을 만나면 급하게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

 

화도 노둣길 입구를 지난 길은 북쪽 대초리 방면으로 향한다. 증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걷는 중이다.

 

멀리 덕정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덕정마을에 27코스로 우리가 가야할 우전 해수욕장 안내판도 등장한다. 덕정마을 이름은 솥 정(鼎)을 사용하는데 증도가 물이 시루처럼 빠져나간다고 시루 증(甑)을 사용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빠져나가는 물을 큰 솥으로 막아 준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지도를 보면 덕정마을이 증도의 빠져나가는 물을 막아 주는 형상이다. 물론 지금은 간척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지만......

 

색 바랜 덕정마을 경로당의 벽화에 잠시 미소를 짓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영화 포스터를 옮겨 놓았다. 영화 포스터 문구에는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진다"라고 표현했는데, 극적인 어휘보다는 그냥 "행복이 내린다"라는 잔잔히 표현이 더 좋게 느껴진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덕정마을을 지나면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대초마을 쪽으로 돌아서 다시 지도증도로 도로로 나오지만 자동차도 별로 없는 길이고 어차피 도로로 다시 나오는 길이니 다음 지점까지 그냥 도로를 따라서 걷기로 했다. 길을 걷다 보니 겨울에 만날 수 있는 꽃 애기동백도 만난다.

 

원래의 동백보다 꽃과 잎이 작다고 애기 동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동백은 꽃이 모여 있지만 애기 동백은 꽃잎이 펴지는 것이 차이가 있다.

 

도로를 따라 걷던 우리는 대초마을 인근으로 돌아온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남쪽 해안으로 나간다.

 

옛 전증도에 해당하는 대초리와 옛 우전도에 해당하는 우전리를 이어주는 방조제를 서쪽으로 걸어 우전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물이 들어온 상태라면 호수와 같은 풍경이었겠지만 태양에 잔잔히 빛나는 갯벌의 모습도 아름답다.

 

방조제 끝자락에 이르면 논길을 따라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우전마을로 향한다.

 

우전해변으로 가는 길에서는 해송 숲길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 숲을 벗어나면 상상 이상의 우전 해변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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