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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남단까지 내려온 서해랑길 27코스는 우전마을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우전해수욕장의 광활한 모래사장을 밟고, 해송 숲길을 걷는 독특한 구간이다. 짱뚱어해수욕장에 있는 짱뚱어다리가 공사 중이라서 사동마을로 돌아서 증도면 읍내로 진입하여 면사무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증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걸어온 길은 해송 숲길을 지나면서 우전마을로 들어선다. 그 옛날 우전도 섬이 있던 자리이다. 지금은 갖가지 펜션과 리조트까지 들어서서 증도의 주요 관광지 중의 하나인 곳이기도 하다. 우전도는 후증도, 전증도와 함께 증도의 모태가 되었던  섬이다.

 

길은 증도갯벌생태공원을 가로질러 우전 해변 방향으로 나간다.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까지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영흥도, 양양, 여수를 비롯해서 넓고 기다란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한국의 발리"라고 소개하는 곳이 여럿이지만 이곳 우전 해수욕장도 한국의 발리라 소개하고 있었다. 사실 필자는 발리를 다녀온 적이 없어서 비교 불가이다. 그렇지만, 4Km에 이르는 해송숲과 고운 모래 해변은 그냥 우전 해변의 이름으로 브랜딩해도 훌륭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해변이었다.

 

우전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아름다운 해변은 계속 갯벌과 방조제만 바라보며 걸었던 왠지 조금은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그런데, 우전 해변 초입에서 길을 헤매고 말았다. 서해랑길 리본을 도통 찾을 길이 없었다. 당연히 해변을 따라 해송 숲 산책길을 걸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까닭이었다. 지도를 다시 확인해 보니 길은 해변으로 나가서 그냥 모래사장을 걷는 것이었다.

 

날것 그대로의 모래 해변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서해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머리를 하얗게 비우고 그저 시원한 바닷바람과 푸른 하늘과 하나 되어 인적 없는 해변 위에서 자연의 일원이 된다.

 

뚜벅뚜벅 걸어온 길, 옆지기와 나의 발자국만이 모래 위에 남겨진다. 모래사장 위를 걷지만 물먹은 고운 모래다 보니 푹푹 빠지지 않아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야 할 해변 길을 보면서 천천히 큰 숨을 내쉬어 본다. 동해에서나 들을법한 파도소리, 상긋한 바다 냄새, 하얀 파도 포말과 시퍼렇게 맑은 하늘, 길게 늘어선 해송숲과 모래사장까지 서해랑길을 걷지 않았다면 받지 못할 선물 같은 길을 걷는다.

 

오후의 태양이 강렬하게 비추는 서쪽 바다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파도소리에 음악 소리마저 묻힌다.

 

해안선을 묵묵히 걸으며 해송 숲을 바라보면 모래 해안을 붙들고 지키고 있는 해송숲이 곧 떠내려갈 것 같아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해송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날것 그대로의 모래 해변을 걷던 길은 우전해변 중간쯤에서 해송 숲길로 들어가 조용한 숲길을 걷는다.

 

때로는 오후의 태양이 빛나는 눈부신 서쪽 바다를 보면서, 때로는 솔숲이 깔린 길을 밟으면서, 때로는 고운 모래를 밟으며 길을 이어간다.

 

이렇게 숲길을 걷다 보면 역시 후대 자손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나무 숲이 아닌가 싶다. 나무가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이 산책길에는 증도 한반도 해송숲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고 맨발 갯벌 생태길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다. 한반도 해송숲은 해송 숲길이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한 바퀴 도는데 9Km 정도라고 한다. 서해랑길은 한반도 해송숲 길에서 서해안을 걷는 모양새다.

 

산책길 곳곳에는 누워서 별을 보라는 의도로 만들어 놓은 베드 체어도 있었다. 계절별 별자리 안내도 있었다.

 

어느덧 해송숲길도 끝나가고 숲길 아래로 짱뚱어해수욕장과 해수풀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송 숲길에서 나오면 길은 짱뚱어 다리로 연결된다. 27코스를 시작했던 태평염전 입구의 서쪽 건너편이다. 증도 남쪽을 한 바퀴 돌아왔다.

 

원래는 짱뚱어 다리를 지나서 바다 건너편 솔무등공원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라 사동마을을 거쳐서 돌아가야 한다. 26코스와 27코스를 이어서 걷는 강행군에 발이 무거워지다 보니 짱뚱어 다리를 건널 수 없다는 현실이 괜스레 원망스럽다. ㅠㅠ

 

갯벌을 헤엄쳐 건널 수도 없고, 터벅터벅 도로변 인도를 따라 사동마을을 거쳐가는 우회로를 걷는다.

 

사동마을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어찌 보면 이렇게 사동마을을 거쳐서 돌아가는 길은 증도의 모태가 되었던 큰 섬 3개를 걸어서 건너가는 길이다. 짱뚱어다리로 건너갔다면 우전도에서 후증도로 바로 건너가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돌아가니 우전도에서 전증도로, 그리고 사동마을을 지나면 다시 전증도에서 후증도로 건너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뻘에 갇힌 것인지, 갯벌에서 쉬는 것인지 모를 어선 한 척이 넓은 갯벌을 배경으로 왠지 감성을 자극한다. 물이 들어오면 배가 뜰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길은 어느덧 전증도와 후증도를 연결하는 방조제 위를 걷는다. 산책길과 도로, 가로수가 즐비한 이곳이 그 옛날에는 바닷물이 오가는 바다였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후 5시를 바라보는 시각, 서쪽 하늘로 천천히 내려가는 태양이 눈부시다.

 

오후의 태양 아래 짱뚱어 다리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근 상인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는 "오후 내내 놀다가 일 끝날 때가 되니 일하는 척하네!" 하며  투덜거리시면서 지나가신다. 갯벌의 상징과도 같은 짱뚱어 조형물도 자전거길을 상징하는 자전거 조형물도, 때에 맞추어 일하는 일꾼들의 모습도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사실 원래의 길은 조형물들이 있는 솔무등쉼터까지 오지 않고 그 이전에 우회전해서 논길을 가로질러 증도면 읍내로 들어가지만, 이왕 이곳까지 온 것, 길을 따라서 조금 더 걷다가 원래 길로 가기로 했다. 이 도로의 이름이 문준경길인데 신안군 일대에서 선교하며 교회를 세웠던 여성 전도사 문준경의 이름에서 따온 길이름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고문을 당하고 한국전쟁 중에 인민군 세력에 의해 순교한 인물이다.

 

이곳의 한국전쟁 참전자들을 기리는 충혼탑을 지나 우회전하면 증도면 읍내로 들어갈 수 있다.

 

원래의 27코스는 수로를 따라 올라가서 증도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하여 증도면사무소에서 코스를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오늘 저녁 먹거리도 준비해야 해서 수로를 건너서 그냥 읍내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증도면복지센터 앞을 지나 읍내로 들어간다.

 

읍내에서 필요한 것도 구입하고 잠시 휴식도 취한 우리는 오르막 길을 올라 증도면사무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숙소가 상정봉을 지나서 28코스 초반부에 있으므로 마지막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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