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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27코스에 이어서 걷는 28코스는 증도면사무소에서 시작한다. 오늘은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가므로 증도 읍내에서 필요한 것을 구입해서 길을 시작한다. 상정봉(124m)을 넘어서 증서저수지 쪽으로 내려가 오산마을에 이른다.

 

오후 5시 40분을 바라보는 시간, 서해랑길 28코스를  26코스, 27코스에 이어서 걷다 보니 조금 무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동네 뒷산 정도인 상정봉만 넘으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숙소에 닿으니 마지막 힘을 내본다. 황금빛 석양이 온 대지를 물들이는 시간이다. "향기 나는 섬, 보물섬 증도, 천사 1004 섬 신안"등의 문구를 벽에 적어 놓은 증도면사무소 입구에서 28코스를 시작한다.

 

상정봉 오르기를 시작한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초반부터 경사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경사가 급할수록 고도는 빠르게 올라가니 오르막도 금방 끝날 것이란 기대로 묵묵히 오르막 걷기를 이어간다.

 

조릿대 숲을 통과하여 산책로를 조금 더 오르면 증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면 오르막 걷기의 부담을 잊게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앞 증도 읍내부터 멀리 태평 염전을 비롯한 증도 남쪽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서도 이런 풍경을 만나는데 산 정상에 오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가 된다.

 

증도면사무소에서 등산로로 올라왔던 길은 포장 임도를 만나서 가벼운 산책로 걷기를 이어간다.

 

기도바위 표지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길지 않은 계단 끝에 이르면 환상적인 증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름하여 한반도 전망대이다.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직전 마지막 기도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는데 팻말을 읽어보면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겪었을 우리네 민초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케 한다.

 

오늘 하루 종일 걸었던 증도 남부의 풍경이 손에 잡힐듯하다. 태평 염전과 독특한 그림을 선사했던 우전 해변까지 몸은 고단했으나 아름다운 풍경에 빠질 수 있었던 오늘의 걷기로 마음만큼은 가볍다.

 

서쪽 하늘은 황금빛 석양이 눈부시게 길을 서두르고 있다. 저 해가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산을 내려가야 할 텐데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서둘러 정상을 지난 길은 북쪽 염산 마을의 저수지를 뒤로하고 서쪽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문준경 전도사의 이야기가 있는 기도 바위를 지나는 곳에서는 산 아래로 증서저수지도 보인다. 길이 산 아래로 내려가면 증서저수지 서쪽으로 지나게 된다.

 

기도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우전도 끝자락 짱뚱어 해수욕장과 한창 공사 중인 짱뚱어다리 공사 현장도 보인다.

 

석양을 붙잡으려고 쫓아가듯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부지런히 길을 이어간다. 해가 지기 전에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이 발길을 서두르게 한다.

 

서쪽 능선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낮추어 가던 길은 갈림길에서 본격적으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남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우전도의 해안선을 풍경으로 삼는다.

 

산을 내려오면 보물섬길이라는 도로를 만나서 증도 서쪽으로 이동한다.

 

보물섬길은 증도 읍내에서 서쪽 신안해저유물매장해역까지 이어진 도로로 서해랑길 28코스는 이 도로를 계속 따라가게 된다.

 

길은 민박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 해변으로 나가는데, 우리가 하룻밤 쉬어간 숙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나름 깨끗했다. 다행히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민박집 지붕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겨울은 겨울이다.

 

오산마을 해변에서 이른 아침 시작하는 여정은 동쪽의 붉은 하늘과 함께한다. 어제저녁은 황금빛 서쪽 하늘과 함께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저녁 석양보다 더 붉은 하늘을 동쪽에서 만난다.

 

오산마을 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해 보지만, 그냥 뒤로 두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환상적인 풍경이다.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아침 태양을 가슴에 가득히 담아 본다. 피부를 스치는 기온은 차갑고 서늘하지만, 태양이 비추는 지금 이 순간 내 주위의 분위기만큼은 따스하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오산마을 해변을 돌아 언덕 위 리조트 앞을 지나서 보물섬길 도로로 나오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길을 막은 모양이다. 지금은 오산마을에서 바로 다시 도로로 나가서 보물섬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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