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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나루를 떠나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잘 정비된 무안낙지공원을 거쳐서 간다. 낙지 공원을 지나 잠시 국도 인근을 지나기도 하지만 무안노을길이라 이름 붙은 해안 산책길이 코스 종점까지 이어진다. 외덕마을 인근의 해안을 지나면서 망운면에서 현경면으로 넘어가고 이후로 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현경면과 해제면을 잇는 현해로 도로에 접어들면서 봉오제 정류장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조금나루를 벗어나며 시야로 맞이하는 풍경은 물 빠진 바다의 거대한 갯벌이다. 광활한 들판을 마주하는 느낌. 오전 오후로 물이 들고 나는 갯벌에서 풍겨지는 느낌은 조금 다른 듯하다.

 

그늘 하나 없는 해안길이지만 서늘한 겨울 걷기에 태양빛은 그저 고맙다. 피부가 타는 걱정은 마음에서 떠난 지 오래다.

 

푸른 하늘에 걸린 조각구름들 아래로 갯일하러 나가시려는 어머니들의 전동스쿠터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조용한 해안 산책길을 걷는 것은 좋은데, 녹지 않은 눈과 질퍽한 흙탕길을 만났다.

 

질퍽한 흙탕길 속에서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좁은 둑 위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흙탕길은 끝날 줄을 모른다. 기온이 더 낮아서 땅이 얼어버리면 좋겠지만, 눈도 있고 진흙탕도 있는 그냥 진흙탕이다.

 

진흙탕은 멀리 거대한 낙지 조형물이 보이면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좋은 길이 열린다. 무안 낙지 공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문을 지나가면 해안선을 통해서 낙지공원 경내로 진입한다.

 

폭이 넓지는 않지만 고운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지고, 잔디가 깔린 소나무 숲이 우거진 것을 보니 왜 이곳에 무안낙지공원이 만들어졌지는 이해할만하다.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해안으로는 고운 모래사장이 안쪽으로는 캠핑장이다.

 

괴물 영화에서나 볼법한 초대형 낙지가 공원을 지키고 있다. 무안의 대표적인 명소답게 이른 아침부터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의 인증사진 배경을 하느라 초대형 낙지는 쉴 겨를이 없다.

 

초대형 낙지 전망대 앞에 있던 낙지 모양의 쉼터도 훌륭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의자에 앉아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낙지공원에서의 넉넉하고 포근했던 휴식을 끝내고  해변에서 무안노을길 도로로 나가서 길을 이어간다.

 

노을길 도로를 따라서 걷는 길, 이제부터는 평탄하고 깔끔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해안 둑방에는 지나친 것 아니야?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묘목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어찌 되었던 나무 심기는 권장할 일이다. 나무 심기는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투자다.

 

"섬숲 생태 복원 중"이라는 팻말을 보니 묘목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서남해안 주변 지역의 섬숲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기존 숲을 솎아베기 해서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심는다고 한다.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장재마을 인근에서 해변으로 나간다.

 

장재마을 포구에서 다시 해안으로 나와서 망운면 끝자락인 내덕마을, 외덕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앞바다에는 죽도라는 섬이 떠 있다.

 

잠시 해안으로 나왔던 길은 다시 노을길로 따라 이동한다. 석양이 내릴 무렵이라면 길 이름에 맞게 환상적인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정오를 지나고 있는 시간이라 확 트인 풍경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행이라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인사를 잘 받아 주시는 분들이었다. 

 

갯벌만 있을 것 같지만 모래사장도 만만치 않은 해변과 함께하는 길이다.

 

멀리 외덕마을 앞의 작은 숲 언덕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모자를 단단히 붙잡고 걸어야 하지만 하늘 그림에서는 바람 흔적이 없다.

 

노을길 도로변의 갈대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수채화로도 유화로도 흉내 낼 수 없는 풍경화 한 폭이다.

 

이곳은 검은 갯벌이 아니라 황토 갯벌이다. 구릉지의 황토가 빗물에 씻겨 바다로 흘러갈 테니 갯벌도 황토 갯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망운면 끝자락 외덕마을 앞의 해안으로는 작은 포토존과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저녁에 벤치에 앉아서 석양을 감상하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어느덧 현경면으로 들어선 길은 23 코스 종점을 약 3Km 정도 남겨둔 지점에 이르렀다. 넓은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죽도를 배경으로 붉은 갯벌을 보며 걷는 길이다.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해안의 낮은 지대를 걷는 중에는 잘 알 수 없지만 지도를 보면 이곳은 현경면 송정리 지역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송정리는 동서로 폭이 1Km를 넘지 않는 좁다란, 마치 사람의 목과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다. 

 

해안 산책로를 넓게 다듬어 놓고 길 옆에 해당화도 심어 놓아서 걷기족에는 환영받을 만한 길이지만, 흙길이어도 배수만 잘되고 물이 고여 흙탕길만 되지 않는다면 그 상태로도 좋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낙지공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다.

 

무안 노을길 산책로는 현경면과 해제면을 잇는 현해로 도로와 연결되며 끝이 난다.

 

19.5Km에 이르는 23코스 여정은 현해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봉오제 삼거리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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