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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동주민센터에서 삼향동주민센터에 이르는 서해랑길 19코스는 산 봉우리 두 개를 넘어가는 경로다. 목포현대병원 옆을 지나 양을산을 지나면 저수지와 목포시 청소년수련원을 지나서 다시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오면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공간을 가로질러 삼향동주민센터에 이른다.

 

19코스는 목포시 중앙부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는 용해동 주민센터에서 시작한다. 용당리와 관해동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주민센터를 떠나면 용당로 도로를 따라 목포현대병원 방향으로 이동한다.

 

용당로 도로를 건넌 길은 목포현대병원 옆 골목을 빠져나가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양을산에는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므로 서해랑길 리본을 잘 쫓아가야 한다. 서해랑길은 빛과 소금 교회 주차장 쪽에서 시작한다.

 

날은 춥지만 1백여 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라도 오르막길은 단단히 매었던 옷매무새를 조금씩 풀게 하고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게 한다.

 

다양한 산책로들이 어지럽게 만나는 교차로의 이름이 꽃무릇 사거리이다. 아마도 가을이면 화려한 붉은 꽃을 뽐내는 꽃무릇이 많은 곳인 모양인데, 한 겨울이라 그 자취를 만날 수는 없다. 서해랑길 표식을 따라 "영산기맥 트레킹길" 방향으로 이동한다. 영산기맥 트레킹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산강 북서쪽으로 이어진 산맥을 걷는 길이다. 어릴 적 노령산맥으로 배웠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에 잘못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잘 정리된 산책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용해동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갈림길을 지나쳐 간다.

 

양을산 표식과 함께 지적산이 5.9Km 위치에 있다는 표식도 등장했다. 영산기맥은 이곳 양을산을 거쳐서 대박산, 지적산으로 이어진다.

 

얼마간 양을산 능선을 걷던 길은 하산길로 접어든다.

 

양을산에는 유아숲체험원이 있어서 그런지 산 아래 저수지 옆으로 색연필 기둥에 붙인 바람개비가 이목을 끈다.

 

겨울임에도 물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책길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공간을 지난다. 저수지 북쪽으로는 목포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 남쪽 데크길을 걷던 길은 좌회전하여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일명 "시가 있는 길"을 걷는다. 

 

저수지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오후의 눈부신 햇살과 함께 잠시 시 몇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두 편을 남겨본다.

 

양을산의 아침
                                            강성희

물안개 핀 호숫가에 발 담그는 수양버들
기지개 켠 이파리가 동그란 이슬 모아
방울꽃 떨어뜨리며 
실로폰 소리를 낸다.

아침 햇살 두들기는 산사의 목탁 소리
상큼한 음표들이 나무 위에 움터 올라
산새들 노랫가락에
신명 나게 연주한다.

 

낮에 뜨는 달
                      김남복
이제는 오시려나
밤이 새도록 기다리며 분을 바르고,
지난밤도... 무소식...
앞마당의 나뭇가지 위로도 올라가 보고
집 밖에 나와
호수의 물속에도 들여다보며
이제는 오시려나
기다림으로 지쳐있는 낮에 뜨는 달,
금세 올 것만 같은 그를 기다리다
동그란 얼굴은 반쪽
분 보다 하얀 내 색시 같은 낮달은 초조함이요,
낮에 뜨는 달은.......
수많은 기다림.

 

찬란하게 저수지의 수면을 비추는 햇살을 뒤로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목포시 청소년수련원 뒷산을 오르는 길이다.

 

양을산 산책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답게 완만한 편이지만, 이곳은 가파른 길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가파른 산에 자리한 편백 숲을 위안 삼아서 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오르막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송전탑에 도착하면 오르막도 끝나고 산 아래로 실내체육관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시야에 들어온다. 산 아래 터널로는 목포역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부를 지난 길은 이내 하산길에 접어든다. 하산길 역시 가파르다.

 

산을 내려온 길은 새 아파트들이 한창 들어서고 있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목포시 용해동에서 상동을 거쳐 도착한 이곳은 석현동에 해당한다.

 

길은 8차로의 대로인 영산로 도로로 나온다. 목포 IC에서 시작하여 목포시 중안을 가르며 모거포 터미널과 목포역을 거쳐 유달산 아래까지 이어지는 목포시의 동맥과도 같은 길이다.

 

원래의 계획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여 터미널 인근에서 하룻밤 쉬고 다시 돌아와  20코스까지 걷는 것이었지만, 우천 소식도 있고 처리해야 할 일도 있어서 목포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가 몇 주 후에 길을 이어서 걷기로 했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목포에서 지난번 여정을 이어간다. 2024년 1월의 목포는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고 차가운 날씨도 장난이 아니다. 삼향동은 1987년 이전만 해도 무안군 삼향면에 속해 있던 곳이다. 서해랑길 19코스는 목포시를 벗어나면서 무안군 삼향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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