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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의 가장 서북단에 위치한 대서면에 들어온 남파랑길 75코스는 금곡 마을 입구를 지나 동편삼거리부터는 도로를 걸어 상남 마을, 송강 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서남 방향으로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다. 송강 마을부터는 다시 농로를 걸어 신촌 마을에 이르고 신촌 마을부터 얼마간 도로를 걷다가 임도와 농로를 걸어 장사 마을에 이르지만, 우리는 신촌 마을부터 장사 마을까지 도로를 통해 이동했다. 자동차가 별로 없는 도로이기도 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임도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송림 마을에서 장사 마을로 가는 길도 도로 이긴 해도 경사가 상당한 길이라서 오르막을 피할 수는 없었다.

 

77번 국도 아래에서 도로와 걷고 있는 농로는 금곡 마을 입구를 지난다. 버스 정류장 인근이라 그런지 노란 큰금계국이 햇빛을 받아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을 따라 농로를 이어간다. 한참 일하는 농부들 옆을 배낭 메고 지나가는 것이 왠지 미안한 느낌도 든다.

 

길은 국도 아래를 굴다리로 통과하여 동편 마을 쪽으로 이동한다.

 

길은 동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당분간 도로를 걷는다. 동편 마을 버스정류장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아침에 김밥집을 찾지 못해서 편의점식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는데 어떨 때는 좋은 경우도 있지만 편의점 음식은 어쩐지 만족감이 떨어진다. ㅠㅠ 

 

아직 오전이고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보니 도로를 걷지만 나무 그늘에서 선선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논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이 동편 마을인데 남양면에 속하던 곳이다가 일제강점기에 대서면 상남리로 들어오면서 남양 동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동편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도로가 대나무숲 사이도 지나는데 길가로는 땅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죽순들을 볼 수 있었다. 겨우내 땅속에서 움츠려 있던 생명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은 늘 경이롭다.

 

대숲길을 지나면 남양 마을이다. 오늘 여정을 시작한 곳도 남양이었는데 그곳은 남양면 남양리의 남양 마을이고 이곳은 대서면 상남리의 남양 마을이다. 혼동이 있을 수 있으니 온라인의 버스 정류장 이름은 남양이 아니라 상남으로 한 모양이다. 한때는 물이 많다고 풍천이라 불렸다고 한다.

 

길은 풍천제를 지나면서 다시 77번 국도를 만난다. 풍천제라는 이름은 당연히 남양 마을의 옛 이름인 풍천에서 온 것이다.

 

길은 횡단보도로 국도를 가로질러 송강 마을로 내려간다.

 

송강 마을로 내려가던 길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측 들길로 빠져 해안 방면으로 내려간다. 5월 중순인데 이곳은 벌써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위쪽 지방은 하지 감자라 해서 하지가 지나야 캐기 시작하는데 한 달이 빠르다. 올망졸망한 감자를 박스에 담고 계시는 농부께서 값을 잘 받야 될 텐데 하며 길을 지난다.

 

산 아랫 자락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해안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 지역의 논들은 앞으로 보이는 산 양쪽으로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논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전면의 작은 산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걷는다. 어떤 논은 땅을 갈고 물을 대서 거울처럼 반짝이고 어떤 논은 소먹이 풀을 베어내고 이제 땅 갈기 준비를 하고 있다.

 

방조제 인근까지 내려온 길은 서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서쪽으로 들판을 가로지르면서 바라본 바다 쪽 풍경과 내륙 쪽 풍경이다. 넓지 않은 계곡 사이로 물 댄 논들이 이어져 물의 나라 같다.

 

서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러온 길은 신촌 마을을 향해서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하늘에 걸린 하얀 구름이 그늘 하나 없는 들길에서 그나마 위안을 준다.

 

신촌 마을에 들어온 길은 좌회전하여 송림로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양을 피하며 잠시 쉬었다가 간다. 5월 중순인데 이 정도라면 남은 남파랑길은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머리를 스쳐간다.

 

신촌 마을을 지난 길은  송림로 도로를 따라 서남 방향으로 이동한다. 때로는 나무 그늘의 보호도 받지만 태양빛을 받아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피할 길은 없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사거리를 만나서 좌회전하여 임도로 진입해야 하지만 우리는 계속 송림로 도로를 직진하기로 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임도가 부담이기도 했고, 75코스 종점을 지나가는 버스가 워낙 시간 간격이 커서 조금 빨리 가서 이른 시간의 버스를 타려는 욕심도 있었다. 결국 종료 시간을 당기려는 욕심은 육체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송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우측으로 송림방조제가 만든 거대한 평야를 보면서 걷는 길이었다. 길은 송강리에서 송림리로 넘어왔다.

 

멀리 산 전체로 자리 잡은 송림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에는 송림리를 구성하는 두 마을 송림, 장사 마을을 사이좋게 나란히 적어 두었다. 장사 마을은 마을 입구에서 고개를 넘어 산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 계속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는다.

 

장사 마을로 가는 고갯마루에는 310년이 넘는 팽나무가 정자와 함께 마을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전라남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긴 모래 해변이 있다고 이름 붙은 장사 마을에 도착했다. 정오를 바라보는 시각,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곳저곳의 감자밭을 다니며 일하느라 분주하고 도로 옆에는 큰 트럭이 와서 감자를 담은 상자를 받느라 여념이 없다. 아마도 수집상인 모양이다. 생산자, 수집상, 도매상, 소매상, 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에서 생산 농가들은 대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안타깝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이어지는 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생감자의 유통 기한이 한 달이니 판로가 없으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라도 수집상에 넘기는 농가가 많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 모양인지 유심히 쳐다보며 지나간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땡볕 아래 장사 마을 포구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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