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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형의 고흥반도를 한 바퀴 돌아갈 남파랑길은 63코스에서 보성군을 지나 고흥군 동강면을 거쳐 남양면 망주리로 들어왔고 이제 64코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고흥반도 걷기를 시작한다. 64코스는 남양면의 들길을 걷는다. 가는 길에 신망방조제를 지나 주교마을에 들어서면 남양중학교 앞을 지나고 상와 마을을 지나 장동마을에 닿는다.

 

4월 말에 비를 맞으며 고흥을 떠났는데 5월 중순에 순천을 거쳐 다시 고흥을 찾았다. 벌교터미널에서 앞으로도 고흥 걷기에서 자주 이용할 고흥 군내버스를 타고 망주마을로 이동하여 64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고흥 군내버스는 시간을 잘 지켜주어서 고마웠다. 

 

길은 버스 정류장에서 남파랑길 64코스 안내판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농협 창고가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농협 창고 사이로 우회전하여 평촌마을로 향한다. 오전 9시가 조금 넘는 시간,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가득하지만 땡볕이 없어 선선하니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위쪽 지방은 6월이 넘어야 마늘을 캘 수 있는데 역시 남쪽 지방은 벌써 마을을 캐기 시작했다.

 

마을은 넉넉함이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담벼락을 넘은 빨간 장미가 눈을 말갛게 씻어준다. 자연의 총천연색은 늘 우리의 눈을 상쾌하게 해 준다.

 

마을 분위기가 넉넉하다는 느낌은 괜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역시 마을 회관 옆 정자와 함께 커다란 나무가 마을 골목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마을을 대표해서 인사를 건네주는 듯하다.

 

마을의 들판에는 보리가 통통하게 익어가고 있다. 

 

평촌마을을 지나면 바로 이어서 와야 마을을 만난다. 와야라는 마을 이름이 독특한데 마을의 지형이 기와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골목길은 벽화는 없지만 담벼락을 넘은 5월의 장미가 이곳을 지나는 손님에게 한아름 장미꽃으로 선물을 전해준다. 와야 마을 끝자락에서는 바로 좌회전하여 들길을 걷는다.

 

이번 여행은 고흥의 찔레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흥의 들판에서 찬밥 신세를 받던 찔레들이 꽃을 피우고 짙은 향기로 그 존재를 뽐내는 시기였다. 찔레꽃의 향기가 이렇게 좋았나! 감탄의 연속이다.

 

이번에는 눈에 익숙하지 않은 식물이 넓은 밭을 채우고 있다. 6월이면 화려한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가루로도 쓰고 기름도 짜는 씨앗을 맺을 것이다.

 

찔레꽃이 얼마나 풍성하게 피었는지 어떤 꽃은 지고 어떤 꽃은 피고 있으면서 꽃다발처럼 꽃이 가득하다.

 

길은 잠두마을 방면으로 남쪽으로 이동한다. 마을의 지형이 누에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묘소들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는데 길 쪽으로는 돈나무를 심어 놓은 모양이다. 향기가 좋아 만리향이라고도 불리는 돈나무 꽃의 향기가 장난이 아니다. 왜 만리향이라는 별칭을 붙였는지 냄새를 맡아보면 바로 동의가 된다. 잎의 모양이 중국 고대 조개 화폐를 닮았다고 중국에서 금전수라고 하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것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들어와서 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영어로도 "Money Tree"라고 한다.

 

논이 많은 곳이면 늘 한우 사육 농가가 많았는데, 처음으로 젖소를 키우는 농장을 지나갔다. 소를 구분하는 방식은 한우와 젖소, 육우로 구분하는데 한우와 젖소를 제외한 고기를 생산하는 모든 소를 육우라고 한다. 통상 그림에서 보이는 홀스타인 품종의 수소를 20개월 정도 키워 출하한다고 한다. 한우를 키우는 방식과 동일하게 키운다고 하며 크는 기간이 짧아 고기도 연하다고 한다. 가격은 한우대비 30~40% 저렴하다. 그렇게 보니 저 소들은 육우로 키우는 중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육우는 전체 사육 두 수의 4%, 젖소는 9.6%에 불가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우를 키우고 있다.

 

길은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을 가로질러 신망방조제 쪽으로 나가서 저류지 앞에서 우회전하여 방조제와 나란히 걷는다. 전면으로 제왕산을 보면서 걷는다. 

 

신망방조제가 끝나면 제왕산을 내륙으로 크게 돌아가야 한다. 아마도 이곳은 소망주산과 제왕산 사이를 둑으로 막아 만든 간척지이지 않을까 싶다.

 

논에 가득한 소먹이풀들도 이삭을 내었으니 조금 있으면 트랙터에 의해 둘둘 말려 커다란 공룡알로 재탄생할 것이다. 농로를 지나온 길은 남양로 도로로 진입하여 얼마간 도로를 걷는다.

 

남양로 도로를 걷는 길에서는 하얀 꽃과 감미로운 향기로 봄을 만끽하게 하는 아까시나무를 만났다. 여러 번 만나도 늘 반가운 아까시나무다. 세월이 흘러 아카시아 나무와 아까시나무가 다르고 우리가 봄이면 하얀 꽃과 향기로 즐거워하는 나무는 아까시나무임을 알게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아카시아가 왠지 더 정겹고, 입에 붙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길은 남양중학교 앞을 지나 남양로 도로를 따라 작은 고개를 넘는다.

 

길은 남양면 상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상와 마을로 향한다.

 

키 큰 나무에 보라색 꽃이 가득 피었다. 향기도 좋다. 이번 여행은 자연의 봄 향수들을 시향 하는 여행 아닌가 싶다.

 

히말라야와 인도가 원산지인 멀구슬나무로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나무다. 구주나무라고도 부른다. 색상과 꽃모양, 꽃향기까지 벌을 부르기 위한 것이겠지만 사람도 끌리는 꽃과 향기다.

 

상와 마을 버스정류장 옆에는 한 평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어르신들이 가끔씩 읍내에라도 나가시는 날이면 꽃 한번 보고 미소 지으신다면, 이런 나그네도 좋으니 모두가 좋은 일이 아닐까?

 

데이지 꽃을 보며 풍성한 생명력이 넘치는 정원으로 계속 남기를 바란다. 고개를 넘은 길은 장동마을 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길가에 잎 모양은 마치 들깻잎처럼 생긴 것이 줄지어 군락을 이루었다. 들깨는 아니고 혹시 수국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모시풀 같다.

 

잎 겨드랑이에서 꽃이 나오는 것을 보니 모시풀이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산 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에서만 재배하는 줄 알았는데 전남 고흥에서도 모시풀을 재배한다고 하니 아마도 그 씨앗이 들로 퍼진 모양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던 길은 우회전하여 도새비골이라는 이름의 골짜기로 들어간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야산에 큰 나무도 없고 잡초만 무성한 민둥산인가 보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산 전체에 두릅나무를 심어 놓았다. 와우! 뜻밖의 풍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며 가는데 멀리서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뭐라고 하신다. 두릅 한 무더기 줄 테니 가져가라고 하시는데, 외지인이 두릅에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니 혼내시는 것인지, 진짜로 호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사실 호의라 해도 배낭을 메고 걷는 입장에서 여정이 하루이틀 남은 것이 아닌데 그것을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정중히 거절하고 길을 이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날 텐데 두릅이 올라오는 봄이 되면 주인장이 마음이 쓰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또 무슨 나무인가? 잎 모양은 단풍나무처럼 생겼지만 단풍나무는 아니고 엄나무, 개두릅나무라고도 부르는 음나무이다.

 

잎은 5개에서 9개로 갈라지고 줄기에는 강한 가시가 있는 음나무다. 엄나무가 좋다, 좋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나무를 현장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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