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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을 떠나 고흥군으로 들어온 남파랑길은 옹암마을을 떠나 죽암방조제를 걷는다. 죽암방조제를 지나면 대강천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여 망주산 서쪽 아랫자락으로 들어간다. 죽암방조제가 만들어 놓은 엄청난 간척지를 지난다. 길은 동강면에서 남양면으로 넘어가고 산 아랫자락의 길을 통해서 망주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옹암마을을 빠져나가는 길, 마을 끝자락에 망주산을 배경으로 포구와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왕주마을의 작은 야산과 앞바다의 작은 섬이 외롭게 떠있다.
옹암교차로에서 남양 월정리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죽암방조제를 걷는다.
방조제에서 바다 쪽으로는 왕주마을의 풍경, 내륙 쪽으로는 대강천을 따라 이어진 광활한 간척지 평야가 펼쳐진다.
망주산을 보면서 죽암방조제를 걸어간다. 방조제를 지나면 우회전하여 대강천을 따라 하천변을 걷는다.
밀물 때인지 수문 앞 포구에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때마침 점심때라 식당 앞에 걸린 메뉴판의 짱뚱어탕에 눈길이 갔지만, 동네 아저씨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계셔서 선뜻 식당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냥 가던 길을 가기로 한다.
죽암배수갑문을 뒤로하고 대강천을 따라 둑방길을 걷는다. 대강천은 동강면 일대의 작은 하천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죽암 방조제의 역사가 1966년까지 올라가니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장소다.
넓은 농경지와 축산을 하는 농가가 많다 보니 넓은 농지는 모내기에 앞서 소먹이 풀들이 푸른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둑방길을 걸으며 푸른 들판과 강을 보며 길을 이어간다.
길은 둑방길을 벗어나 작은 산 아랫자락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서 내륙으로 들어간다. 이곳이 간척지라면 작은 산들은 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비구름으로 머리가 가려진 망주산를 보며 가는 길은 보슬비가 함께한다.
들길에 비에 젖은 보라색 꽃이 있어서 엉겅퀴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지칭개라는 풀이었다. 잡초로 취급하지만 엉겅퀴처럼 약초로 쓰이는 풀이다. 간에도 좋고 항암 성분도 있다고 한다.
들길 너머 산아래에 있는 마을이 보이니 저기가 망주마을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만 망주마을은 고개를 살짝 넘어가야 한다. 길 옆으로 노란 꽃들은 무슨 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노란 유채꽃이 길 옆 수로를 가득 채웠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우비와 판초우의를 둘러쓴 세명은 철벅철벅 들길을 걸어간다. 심한 비가 아니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물웅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는 맛이 있다. 어릴 적 비가 오면 신발 젖는 것도 옷이 젖는 것도 물이 지저분한 것도 개의치 않고 웅덩이를 첨벙거리면 돌아다니던 때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한우 농가를 지나는데 소들이 비 내리는 가운데 걷는 우리를 아이고! 하며 불쌍하게 보는 눈빛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걷는 우리가 좋으면 그만인데......
길은 어느덧 망주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고개를 오른다.
망주마을로 이어지는 고개에서 뒤돌아 보니 대강천 방면의 전경이 아련하다.
드디어 망주마을로 들어왔다. 망주리의 중심에 망주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도를 보면 실상은 망주산은 월정리에 자리하고 있다.
구릉을 일구어 만든 망주마을의 논들은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남파랑길에서는 거의 만나지 못하는 산악회 리본들이 가득 붙어 있다. 산악회 사람들이 참다 참다가 붙인 모양이다.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하리오!
드디어 이틀간에 걸친 우중 걷기가 모두 끝났다. 딱 2개 코스였지만 순천에서 시작하여 벌교를 거쳐 고흥까지 3개군을 걸었다. 여정을 끝내고 버스 정류장에서 우의를 정리하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를 타러 나오신 어르신 한분이 우리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신다. 비가 오는데...... 그래도 좋았다. 갯벌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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