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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마을을 지난 남파랑길 64코스는 오도 1,2 방조제를 지나면서 외호마을을 거친다. 이후로는 월악산과 옥녀봉 아랫자락에 자리한 슬항마을과 연등마을을 지나 옥녀봉 아랫자락의 숲길을 통과하여 독대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도새비골의 두릅농장을 지나온 길은 장동 마을의 저수지를 지나 해안으로 나간다. 장동의 장이 휘장 장(帳) 자를 쓰는데 초기에 이곳에 정착한 분들이 집을 짓지 못하고 천막을 치고 살았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들길에 탐스럽게 핀 아까시 꽃이 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은 5월 중순에 봄의 정절을 지나 여름을 향하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장동 마을을 벗어나면 구불구불 이어진 농로를 따라서 해안으로 나간다. 모내기가 끝난 논들은 마치 거울처럼 하늘과 주변 산들을 비추고 있다.
농부들이 작물을 심지 못하는 급한 경사면에는 조릿대와 찔레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하얀 꽃과 향기가 없었다면 조릿대 속에 섞여 그 존재를 몰랐을 텐데 꽃과 향기 덕택에 찔레를 주목하게 된다.
아까시나무의 잎처럼 생긴 풀이 보라색 꽃까지 피웠다면 단연히 살갈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풍성하게 맺힌 보라색 꽃을 보면 갈퀴나물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남파랑길 걷기에서 만나는 수많은 현지 식생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자주 보지 못하던 것들이 많아서 현장 학습을 다니는 학생이 된 기분이다.
거군 마을 인근에 이르니 전면으로 제왕산과 오도를 잇고 있는 오도 1 방조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옛날 여기도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이었을 것이다. 논이 마치 가을 추수 때처럼 짚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볏짚이 아니라 소먹이용 풀을 베어서 건조하고 있는 상태다. 어느 정도 말리면 트랙터를 몰고 와서 둘둘 말아 공룡알로 만들 것이다.
길에서 반가운 우리밀을 만났다. 밀을 심어본 경험을 돌아보면 어떻게 미국이나 캐나다 보다 밀 생산비가 3배 이상 차이가 날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결과적으로 대단위 농장에서 기계화 및 자동화된 생산 방식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남부지방에서는 밀과 벼, 또는 보리와 벼의 2 모작이 가능할 텐데 그래도 생산 원가가 미국이나 캐나다 보다 3배가 높다니 우리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길은 거군지라는 작은 저류지를 돌아서 오도 1 방조제 둑방길을 걷는다.
길가에서 분홍달맞이꽃을 만났다. 노란 달맞이꽃은 이름처럼 밤에 달빛을 받으며 꽃을 피우지만 분홍달맞이꽃은 반대로 낮에 꽃을 피운다.
낚시꾼들로 분주한 거군지를 지나 걸어가는 오도 1 방조제 둑방길은 길가로 존재를 뽐내고 있는 찔레꽃들 덕택에 지루할 틈이 없다.
1,167 미터의 오도 1 방조제를 지나면 고흥군 남양면에서 과역면 연등리로 넘어간다. 둑 위로 올라가서 여자만 바다 풍경을 돌아본다.
북쪽으로는 해안으로 제왕산, 소망주산, 망주산이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지금은 육지가 된 오도와 앞바다의 저도가 보이는 풍경이다.
예전에는 오도라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호수 바깥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인 외호 마을 외곽을 걷는다. 간척으로 만들어진 광활한 논은 대부분 모내기가 끝났다. 논에는 월악산(253m) 자락의 산 그림가 선명하다. 이 지역의 평야들은 월악산 자락에 만들어진 월악제라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전의 남파랑길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포구까지 들려서 나왔지만 지금은 외호 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서 마을을 빠져나가 오도 2 방조제를 지난다.
외호 마을에서 슬항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는 한참 도로 확장 공사 중이었다. 슬항 마을로 가는 길에서는 반가운 나물밭을 만났다. 방풍나물밭이었다. 자세히 보니 잘라서 수확하고 또 키우고 계신 모양이었다. 3월부터 4월에 연한 방풍나물을 맛볼 수 있는데 잘라서 수확하고 열흘이면 다시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꽃만 피지 않게 하면 15년 넘게도 산다고 하니 텃밭에 키우고 있는 방풍 키우기에 참고할만하다. 오래 키운 방풍 뿌리는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키워보면 월동도 잘하고 착한 나물이다.
월악산과 산 아래에 자리한 슬항 마을을 향해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슬항이라는 마을도 독특한데 의외로 전국적으로 슬항이라는 지명을 쓰는 곳이 여럿 있었다. 단어 의미로는 비파의 목으로 대부분 지형이나 산세가 비파의 목을 닮았다고 이름을 슬항이라 붙였다고 한다. 길은 도로를 따라서 월악산과 옥녀봉 사이의 고갯길을 올라야 한다.
도로를 따라서 고갯길을 오르는데 길 좌측에 이상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주먹만 한 덩어리들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표고버섯이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톱밥 표고 재배 후에 버린 톱밥배지인 모양이다. 비닐봉지에 활엽수 톱밥을 넣고 배양 및 접종하면 2~3회 표고를 딸 수 있다고 한다. 그냥 보아도 참나무에 구멍 뚫어 표고를 재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성 차이가 엄청나 보인다. 대만이나 중국에서는 굳이 무균실과 항온항습실과 같은 시설 없이도 적절한 기온이 맞으면 톱밥 배지를 가져다가 자연 상태로 키운다고 한다. 몇 해 전 표고를 접종한 참나무를 어렵게 구했었지만 제대로 표고를 구경도 못해보고 나무가 썩혔던 기억이 있는데 톱밥 배지로 다시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온라인 마켓을 뒤져보면 톱밥배지 하나 가격으로 마트에서 표고버섯을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한 것이 현실이다. 농민들은 버섯을 수확하는 비용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슬항 마을을 지난 고개를 넘는 길, 한 창 도로 공사 중인 현장과 슬항저수지를 지난다.
고개를 넘어 좌회전하면 연등 마을로 들어간다. 쭉쭉 뻗은 대나무가 인사를 건네는 포근한 마을이다.
남쪽으로는 연화산, 북쪽으로는 옥녀봉이 있는 옥등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연등 마을은 이름도 연화산과 옥등산에서 따온 것이다. 마을 앞 들판에는 엄청나게 큰 수확 직전의 마늘밭에서 한 농부가 마늘종 뽑기에 여념이 없다.
연등 마을을 지난 길은 옥등산 아랫 자락의 숲길을 통해서 독대 마을로 향한다. 푸릇푸릇한 녹음이 가득한 숲길 걷기는 정말 좋다. 쭉쭉 뻗은 대나무의 활력을 받아 코스 종점을 향해 힘을 내본다.
온갖 들꽃과 들풀에 눈길도 건네고, 산 아래 연등리의 평야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모내기를 위해서 물을 댄 논들은 거울처럼 보인다.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산아래로 독대 마을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독대 마을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옆의 커다란 나무가 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지금은 독대 마을의 독자가 홀로 독(獨) 자를 쓰고 있지만 원래는 마을 지형이 거미를 닮았다고 거미 독(蝳) 자를 사용했었다고 한다. 백일대교를 통해서 백일도로 넘어갈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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